도요타 '제로 이사회'가 리콜 사태 불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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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0.12.25 03:13 | 수정 2010.12.25 07:29

      외국인·여성 이사 '0'
      다양성 없는 이사회가 제때 대응 못해
      삼성·대우 운명 가른 다양성이 뭐기에

      일러스트= 김의균 기자 egkim@chosun.com
      29 대 0.

      올 초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 도요타가 최악의 리콜 사태를 겪었을 때 도요타 이사회에는 총 29명의 이사가 있었다. 모두 수십 년 동안 도요타 안에서 승진해 그 자리에 앉은 일본인들이었다. 외국인·여성·사외(社外) 이사는 없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2009년부터 터져 나온 가속 페달 결함 문제에 대해 도요타가 제때 대응하지 못한 것은 바로 그 회의실에 다양성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제 눈을 감고 여러분 회사를 떠올려보라. 성별과 성장 배경, 국적, 인종 같은 면에서 충분히 다양한 인재들이 앉아 있는가?

      글로벌 인사컨설팅 회사인 에이온휴잇(Aon Hewitt)의 최고 다양성 책임자인 안드레 타피아(Andres Tapia)는 다양성 이슈가 기업의 도덕규범 같은 문제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다양성은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관한 아주 실용적인 문제"라고 했다.

      세계 경제는 갈수록 빨리 변하고, 예측은 어려워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업은 다양성을 통해 위험에 대비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진화에서 영원한 1등은 없다. 지금 번성하는 종(種)이 아니라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 적응을 잘하려면? 다양한 유전자를 갖춰야 한다. 적자생존을 믿는다면 다양성을 갖춰야 하는 이유다.

      정운찬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창의적 조직이 되려면 다양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와 삼성의 운명도 다양성이 갈랐다고 본다. 대우그룹은 경기고·연세대 출신이 많았던 반면, 삼성은 구성원이 훨씬 다양했다.

      외국 기업과 비교해 보면 한국 기업의 유전자는 여전히 다양하지 못하다. 광고 자회사인 이노션을 제외하고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첫 여성 임원이 나온 것은 2009년이었다. 지난 10년간 국내 대기업들이 외국인 임원과 여성 관리자를 뽑았지만 그중 상당수는 몇 년을 버티지 못했다. LG전자는 2007년부터 외국인 C레벨(최고책임자급) 임원을 5명이나 뽑았지만 올해 모두 회사를 나갔다. SK의 첫 여성 외국인 임원(2008~2010년)이었던 린다 마이어스(Myers)씨는 "한국 기업은 다양성 문제에서 너무 보수적이고 변화에 느리다"고 평가했다.

      다양성은 하루아침에 얻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필요하다. 소니는 2005년 '새로운 피', '다양성'을 외치며 외국인 CEO를 영입했지만 여전히 옛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소니의 다양성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세계 1위 휴대전화업체 노키아는 스마트폰 부진의 여파로 145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인 CEO를 앉혔지만 1~2년 안에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