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인사 컨설팅社 '에이온휴잇' 타피아 CDO(최고다양성책임자)의 충고

입력 2010.12.25 03:11

"핵심은 포용… '버디<buddy·친구> 시스템' 등 상호이해 교육해야"
"여성·신세대… 새 시장 개척하려면 性·국적·인종별 다양한 인재 갖춰야"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요즘 기업엔 별난 직함도 많다. 최고다양성책임자(Chief Diversity Officer·CDO)도 그중 하나다. CEO나 COO, CFO 정도는 몰라도 CDO는 생소하다. 하지만 올해 포천(Fortune) 선정 미국 500대 기업 중 63%가 CDO를 두고 있다. 요즘 기업엔 온갖 인재들이 섞여서 일한다. 세대와 성별이 다르고, 인종과 국가가 다르고, 동성애자도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인재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성과를 내도록 하는 일을 맡은 게 바로 최고다양성책임자이다.

글로벌 인사 컨설팅 업체인 에이온휴잇(AonHewitt)의 최고다양성책임자인 안드레 타피아(Andres Tapia·사진)씨는 다양성 분야의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최근 ≪포용의 시대가 온다·The Inclusion Paradox≫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방한 중 Weekly BIZ와 만난 그는 "단지 사람이 섞여 있다는 것으로 다양성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 혼합이 실제 성과를 내며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핵심은 "포용(inclusion)"이라고 그는 말했다.

■새로운 시장 개척엔 다양한 인재가 필요

―세계 경제가 불확실하고 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성이라는 이슈가 중요한 이유는?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 젊은 세대, 여성, 소수 민족, 성적 소수자가 기업엔 모두 신흥시장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구매력은 3조달러, 동성애자는 8000억달러에 이른다. 이런 새로운 시장에 접근하려면 기업 내에서도 성·국적·인종 별로 다양한 인재를 갖춰야 한다.

―예를 든다면.

"7년 전 우리 회사는 인도에 아웃소싱을 시작했다. 당시 내가 '미국과 인도의 문화 차이를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을 때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불과 6개월 뒤 회사는 대혼란에 빠졌다. 임원들은 내게 달려와 '자네가 이야기했던 문화적인 문제 말이야. 그게 심각해'라고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나.

"미국인에게 '인도 직원들과 일할 때 가장 힘든 게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다들 '인도인들이 프로젝트 계획(project plan)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 늘 일 처리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반면 인도 직원들은 '미국인들은 그깟 엑셀 문서에만 집착하고, 우리를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로를 포용하기 위한 훈련을 시작했다. 미국 직원들에게는 계획서 첫 번째 점검 항목에 '인도 파트너와 관계 맺기'를 집어넣도록 했다. 업무 중심으로 일해온 미국 직원은 자신이 세운 계획대로 인도 직원과 시간을 보낸 뒤 사무실에 돌아와서는 항목에 체크했을 것이다. 반면 업무보다는 관계 지향적이고 계획서에 익숙하지 않았던 인도 직원에게는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계획을 만들자'는 식으로 이해를 시켰다. 서로 다른 집단을 이해하기 위한 문화 교육을 9개월간 실시하고, 미국인 직원과 인도인 직원을 일대일로 맺어주는 버디(buddy·친구) 시스템으로 이해의 폭을 넓혔다."

■여성 소비자를 가장 잘 아는 건 여성 종업원

―기업이 다양성에 주목하지 않는다고 당장 망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당장 위험이 되지 않더라도 준비하지 않으면 5~10년 뒤에는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이 된다. 미국의 한 호텔 체인은 어느 순간부터 손님이 계속 줄어들자 비상이 걸렸다. 분석해 보니 업무 출장을 온 여성 투숙객을 위한 서비스에 투자를 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여성 고객 매출이 감소했던 것이다. 수십년 동안 이 회사 경영진은 사업차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은 모두 남성이라고 가정하고 있었다. 회사의 경영진이 남성들인 탓도 있었다. 매출 감소가 현실화되고 나서야 어쩔 수 없이 개선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미 많은 여성 고객을 경쟁업체에 빼앗긴 상태였고, 줄어든 매출을 다시 회복하는 데 몇 년이 걸렸다."

―다양성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저항이 생길 텐데.

"현상 유지를 깨는 모든 일엔 저항이 생기기 마련이다. 조직이 다양성을 키울 때 크게 3가지 저항이 일어난다. 첫째, 기존의 구성원이 역차별을 느낀다고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 이때는 파이(pie)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여성이나 외국인이 늘어나면 기존의 내 몫을 뺏기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그들로 인해 회사 전체 파이가 커진다.

둘째는 도덕이나 신념 때문에 생기는 반발이다. 예를 들어 '나는 동성애자와는 일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다. 이에 대해선 회사 차원의 규칙을 만들고, 이에 동의하지 못하는 직원은 나가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세 번째는 성과에 대한 불만이다. '여성이나 외국인은 남성이나 국내 직원보다 능력이 없다'는 식이다. 성이나 인종 차별 문제도 있지만, 대부분은 능력과 성과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동양인 직원들은 서양인 관리자가 '버릇없고 무지막지하게 일을 처리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서양인 직원들은 동양인 관리자가 '문제를 피하기만 하고 몸을 사린다'고 생각한다.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일처리 방식의 차이일 뿐이다."

―CEO가 자기 회사의 다양성 수준을 점검해 볼 체크리스트가 있나?

"CEO는 다음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봐야 한다. '우리 회사 소비자의 성별·세대·국적 같은 인구통계학적 데이터를 알고 있는가?' '우리 제품은 각각의 집단에 얼마나 파고들어 있나?' '그렇지 못하다면 왜일까?'"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