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1위 뺏고 또 뺏고… 기린

입력 2010.11.27 03:00

日 맥주시장 '25년 전쟁'

일본 편의점에 가면 냉장고에 있는 맥주 종류에 놀란다.

해마다 새 맥주가 나오고, 같은 맥주라도 봄엔 벚꽃, 가을엔 단풍으로 계절마다 포장을 바꾼다. 당질을 없앤 저칼로리 맥주, 당질과 알코올을 함께 없앤 '더블 제로' 맥주도 있다. 일본 맥주시장의 사활을 건 경쟁, 특히 아사히맥주와 기린맥주의 사반세기 전쟁은 책 수십 권이 나왔을 정도다.

모든 것은 1987년 등장한 아사히의 수퍼드라이에서 시작됐다. 이전까지 일본 맥주시장은 '기린 라거'을 앞세워 시장 반쪽을 장악한 기린의 무대였다. 1954년 시장점유율 1위, 1964년부터는 일본 맥주 생산량의 50%를 기린이 쏟아냈다.

수퍼드라이는 경영난에 빠진 아사히가 던진 최후의 승부수였다. 치밀한 소비자 기호 분석을 통해 맛이 깊고 무거운 기린라거와 정반대 길을 택했다. 맥아 함량을 줄이고 부원료 비율을 높여 가볍고 산뜻한 맛으로 공격한 것이다.

일본은 거품경제 초입이었다. 끝없이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호황기 소비자들의 요구를 정확히 반영한 대형 히트작이었다. 이후 일본 4개 맥주회사는 산뜻한 맥주로 일대 접전을 벌였다. 일명 '드라이(dry) 전쟁'이다. 승자는 아사히였다.

수퍼드라이는 1997년 기린라거의 45년 아성을 무너뜨리고 연간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1996년 6월 월간 베이스로 1위를 차지했을 때 당시 세토 유조(瀨戶雄三) 사장이 회사 식당에 직원을 모아놓고 눈물을 흘린 일화는 유명하다.

하지만 그때 맥주시장은 다른 곳에서 새로운 전쟁이 점화됐다. 맥주와 맛이 거의 같으면서도 세금을 줄이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 맥아 함량을 억제한 '발포주'의 등장이었다. 맥아 함량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는 주세법을 활용한 것이다. 승자는 1998년 '단레(淡麗)'를 히트시킨 기린이었다. 아사히는 수퍼드라이의 시장 잠식을 우려해 주저했다.

일본 정부는 2003년 발포주에 대한 세금을 올렸다. 그러자 맥아를 사용하지 않은 '제3의 맥주'가 등장했다.

정부와 기업의 줄다리기 과정에서 맥주가 더 다양해진 것이다. 주세법상 맥아 함량이 규정보다 낮은 발포주와 제3의 맥주는 제품에 '비루(beer·맥주)' 표기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대부분 맥주라고 생각하고 마신다. 그래서 이들을 '맥주류'라고 총칭한다. 패배한 기린은 여기서 약진했다. 2009년 기린은 일본 맥주류 시장의 37.7%를 차지해 아사히(37.5%)를 앞섰다. 9년 만에 1위를 탈환한 것이다.

일본 맥주시장엔 또 다른 경쟁이 있다. 1994년 일본 정부가 맥주 제조 수량 규정을 최저 2000kL에서 60kL로 대폭 완화한 직후 쏟아져 나온 이른바 '지비루(地beer·지역 맥주)'들이다. 일본엔 전국적으로 200여개 양조장이 자기 상표로 대형 4개사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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