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씹니? 난, 마셔

입력 2020.07.10 03:00

아몬드 기업 '블루 다이아몬드'의 110년 장수 비결

씹어 먹는 아몬드가 아니라 마시는 아몬드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성장 가도를 달리는 회사가 있다. 1910년 창립돼 올해로 110주년을 맞이한 미 아몬드 전문업체 블루 다이아몬드 그로워스(Blue Diamond Growers)다. 블루 다이아몬드는 소규모 농장에서 시작했지만, 현재 세계 최대 아몬드 공급사로 우뚝 섰다.

블루 다이아몬드 대표 상품인 아몬드를 갈아 짜서 물·우유 등과 혼합한 아몬드 음료 '아몬드 브리즈(Almond Breeze)'는 미국 드라마 혹은 영화에 단골손님으로 나올 정도로 미국과 캐나다 등 북아메리카에서 대중적인 음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아몬드 브리즈의 2019년 미국 아몬드 음료 시장 점유율은 40%에 달한다. 그 뒤를 실크 퓨어 아몬드(34.3%), PB브랜드(18.2%·유통업체가 자사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상품) 등이 잇는다.

아몬드 브리즈가 견인하는 블루 다이아몬드의 매출 성장세는 가파르다. 2019년 연매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24%였으며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33%에 달한다. 올해 6월 기준 매출 증가율 추이도 전년 대비 16%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RI가 블루 다이아몬드를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중견 소비재 상위 10대 기업'으로 4년 연속 꼽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2015년부터는 한국에 진출해 매일유업 등과 함께 국내 소비자에게 아몬드 브리즈 등을 판매하고 있다. 블루 다이아몬드 한국지부 등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지난 3년간 국내 아몬드 브리즈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60%에 달한다. 소규모 아몬드 농장이었던 블루 다이아몬드가 세계 최대 아몬드 업체로 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엄격한 기준, 최신 기술 접목, 글로벌 시장 공략 등 3가지가 꼽힌다.

고품질, 기술 혁신, 글로벌 시장

미 캘리포니아주 아몬드 농장에서 아몬드를 수확 중인 모습. / 블루 다이아몬드 그로워스
블루 다이아몬드의 아몬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만 생산된다. 풍부한 일조량과 비옥한 토지가 고품질 아몬드 생산에 최적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아몬드는 현재 미국과 영국 등 90국 이상에 공급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가 전 세계 아몬드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니틴 바트라(Batra·56) 블루 다이아몬드 아시아 총괄대표는 "고품질 아몬드를 만들기 위해 100% 캘리포니아산을 고집한다"며 "최고급 아몬드 선별을 위해 생산 이후 까다롭고 엄격한 기준에 따라 대대적인 분류 작업을 거친다"고 말했다.

블루 다이아몬드는 인프라 시설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등 최신 기술 접목도 적극적이다. 일각에서는 "작은 아몬드 하나 가지고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하지만,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효율적이고 신속한 공급망이 매출 성장의 뒷받침이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미 캘리포니아 지역지 '모데스토 비'에 따르면 블루 다이아몬드는 1969년 설립된 미 캘리포니아 살리다 지역의 제조 시설을 확충하고 최첨단 자동 처리 시스템을 지난 5월 도입했다. 살리다 지역에 지어진 새로운 최첨단 창고의 넓이는 5388㎡(약 1629평)에 달한다. 또 2013년 설립된 미 캘리포니아 털록(Turlock) 지역의 제조 공장 증설도 5월에 마무리했다. 기존 1만8580㎡(약 5620평) 규모에 4830㎡(약 1461평) 규모의 증설이 이뤄졌다. 지난 2013년에는 세계 최초 아몬드 전문 혁신 리서치 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바트라 총괄대표는 "아몬드의 고품질을 유지하고 꾸준한 생산을 위해서는 모든 공정 단계가 일관적이면서 효율적이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최첨단 처리 시설과 기술력을 계속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블루 다이아몬드는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블루 다이아몬드의 적극적인 사전조사는 아시아 시장 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일례로 블루 다이아몬드는 아시아 시장에서 두유 같은 우유 대체 음료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관측하고 이유를 분석했다. 분석을 통해 동양인의 약 90%는 유당불내증 소화 장애를 갖고 있는데, 이 점이 아몬드 음료 매출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예상했다. 유당불내증은 우유 같은 유제품에 들어있는 유당의 분해를 충분히 하지 못해 복통 등을 느끼는 증상이다. 한국인의 약 75%가 겪는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바트라 총괄대표는 "동양인들의 약 90%는 유당불내증 소화 장애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분석했다"며 "아시아 소비자들은 우유와 비슷하지만, 유당이 없으면서도 단백질 섭취가 가능한 음료를 선택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말했다.

한국·아시아 시장 집중 공략

블루 다이아몬드는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의 경제 수준이 올라가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 경제적으로 성숙해진 아시아 시장에서 정제 밀가루 같은 단순 끼니 때우기가 아닌 다이어트를 위한 식물성 단백질 트렌드가 유행할 것이라고 미리 내다본 것이다. 블루 다이아몬드의 전략은 먹혀들었다. 한국과 태국 등 여러 국가에서 아몬드 음료 시장 1위를 차지했다. 바트라 총괄대표는 "아몬드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건강하고 균형 잡힌 삶을 독려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음료 말고도 시리얼, 오트밀, 커피 등 다양한 음식에 활용해 소비자들의 건강 수요에 맞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블루 다이아몬드의 최근 목표는 한국 시장 확대다. 한국인이 견과류 중 특히 아몬드를 선호해 신제품의 사전 반응을 얻기 용이해서다. 실제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가 2019년 실시한 한국 소비자 대상 견과류 인식 조사에 따르면 한국 전체 응답자(1000명) 중 45%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아몬드를 섭취했으며 80% 이상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아몬드를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호도 조사에서도 응답자 69%가 아몬드에 10점 만점 중 8점 이상을 주며, 아몬드가 견과류 가운데 6년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블루 다이아몬드는 국내 업체와의 협업도 적극적이다. 작년에 열린 마라톤 대회인 '라이트런 2019' 행사를 후원했으며 커피 전문점 '폴바셋'과 시리얼바 브랜드 '미드나잇 인 서울' 등과 협업을 한 바 있다. 단순히 간식업체가 아니라 건강식품 업체로 비상하는 것이 목표다. 바트라 총괄대표는 "아시아 시장 중에서도 한국은 건강한 식단과 아몬드 기반 식품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은 편"이라며 "주 52시간 근무제 등이 확산하고 건강한 삶을 챙기려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성별과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아몬드 음료 등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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