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자상거래 2위 넘보는 핀둬둬의 황정 회장
'많이 많이 모으다'라는 뜻의 핀둬둬는 중국의 청년 사업가 황정(黃崢) 회장이 창립한 소셜커머스 형식의 전자상거래 업체다. 황 회장은 2007년 구글에서 퇴사한 뒤 전자상거래 대리운영, 게임회사 등 여러 시도를 거쳐 2015년 핀둬둬의 전신인 소셜커머스 핀하오훠(拼好貨)를 창립했다. 같은 해 9월 자신이 운영하던 게임 업체를 지금의 핀둬둬로 탈바꿈시켜 2016년 9월 핀하오훠와 합병해 정식으로 핀둬둬를 창업했다.
핀둬둬는 창업 직후부터 IDG캐피털 등 큰손들이 앞다퉈 투자에 참여해 주목받았다. 특히 중국의 IT 대기업 텐센트는 단숨에 대주주에 등극해 핀둬둬를 자신들의 채팅 앱인 위챗으로 끌어들였다. 지난해에는 창업 3년여 만에 매출 131억위안(약 2조1940억원)을 기록하며 단숨에 업계 3위에 도약하고 미국 증시 상장에도 성공하는 등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알리바바와 징둥이라는 두 거인이 장악한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핀둬둬는 어떻게 활로를 찾았을까.
①틈새 노린 과감한 박리다매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황정 회장은 이단아이자 승부사로 통한다.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방법을 과감히 구사하기 때문. 최근 알리바바와 징둥 모두 사업 초반의 기반을 바탕으로 상품의 질적 향상과 브랜드 입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티몰(天猫), 징둥 등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가격이 소비자들이 감내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기 시작했고, 중소 상인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갔다.
후발주자인 황 회장은 이 빈틈을 정확히 포착하고 파고들기 시작했다. 즉 저가의 상품을 집중적으로 팔기 시작한 것. 또한 과감히 유명 브랜드의 입점을 포기하고, 점점 도태되기 시작한 중소상인들을 끌어모았다. 중소상인들의 주요 판매 품목은 농산품, 신선품, 의류, 생활용품 등 기능성 저가 제품들이다. 소셜커머스는 형식상 많은 소비자가 구매에 참여할수록 가격이 저렴해진다. 핀둬둬의 경우 중국인 8억명이 사용하는 텐센트의 메신저 위챗(Wechat)에 플랫폼을 안착하는 방식으로 큰 어려움 없이 다수의 소비자를 단숨에 끌어모았다. 중소상인들의 제품은 브랜드 제품에 비해 비교적 간결한 가격 결정구조를 갖고 있다. 그래서 알리바바와 징둥의 높은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은 하나둘씩 핀둬둬에 유입되기 시작했다.
핀둬둬는 또한 위챗 플랫폼을 활용한 덕분에 대규모 고객 확보를 넘어 위챗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이점도 갖게 됐다. 데이터는 광고의 핵심 요소로 많은 기업이 데이터를 손에 넣기 위해 거금을 투자하는데, 핀둬둬는 큰 투자 없이 간접적으로 8억 사용자의 데이터를 확보해 맞춤 광고 전략을 짤 수 있었다. 핀둬둬의 독특한 인원 구성도 원가 절감에 큰 기여를 했다. 황 회장은 구글 엔지니어 출신으로 데이터와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능하고, 직원들 역시 AI와 데이터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핀둬둬는 전자상거래 업계의 필수 직종인 상품구성 MD를 따로 두지 않고, 대신 그 자리를 데이터 전문가들로 채웠다. 이들은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해 최적의 상품 추천, 배송 경로 추적, 광고 대상 선정 등을 하면서 상품의 판매 가격을 절감했다.
②경영이념 부합한 소도시 공략
황 회장이 타깃 고객을 차별화한 점도 주요 성공 포인트 중 하나다. 알리바바와 징둥이 중국의 1·2선급 대도시에 집중할 때 핀둬둬는 3선 이하의 소도시를 집중 공략했다. 중국의 빅데이터 업체 거투이(個推)에 따르면 핀둬둬의 사용자 중 72%는 3선 이하의 도시 거주자이다. 핀둬둬의 소도시 공략에는 회사의 이념이 담겨 있다. 황 회장은 핀둬둬의 경영 본분으로 '빈곤 퇴치'를 내세우며 농촌의 빈곤 퇴치 과정에서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황 회장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의 대도시 거주자들은 핀둬둬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며 "시장에서 외면받은 고객을 발굴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한다.
황 회장의 차별화 전략은 핀둬둬와 중소도시 모두에 윈-윈이었다. 핀둬둬는 지난 3년간 14만 빈곤 가구에 핀둬둬 서비스를 제공, 총 21억건의 농산품 주문을 받아 510억위안의 매출을 달성했다. 또한 핀둬둬는 중국의 각 지방 정부와 협력하여 농산품 물류망 구축에 힘쓰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7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발표했다. 황 회장은 "빈곤 퇴치에 있어 우리의 핵심 역할은 인터넷을 활용한 농산품 유통 문제의 해결"이라며 "가난한 농촌에 생산과 소비를 활성화해 그들이 일하는 만큼 얻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③공격적 마케팅으로 시장 주도
황 회장의 최근 관심은 내부 경쟁력 강화와 사업 확장이다. 우선 사용자들의 체험에 집중하고 있다. 핀둬둬의 내부 핵심 직원은 시나테크와의 인터뷰에서 "보통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운영에 비중을 많이 둔다"며 "그러나 핀둬둬는 게임 개발자들이 모여 있어 고객의 체험을 중시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핀둬둬의 특징은 그들의 마케팅 방식에서 드러난다. 가령, 핀둬둬의 대표 판매 모델인 둬둬과수원(多多果園)은 게임과 소셜미디어를 결합한 할인 방식이다. 둬둬과수원은 과일을 심고 재배하고 또 남의 과일을 훔치는 게임인데, 사용자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게임에 참여함으로써 더 많은 할인을 얻을 수 있다. 또한 게임 내에서 얻은 포인트는 실제 과일 구매에 사용된다. 핀둬둬의 공개 자료에 따르면 둬둬과수원이 출시된 지 보름이 채 안 되는 기간 4000만명의 고객이 게임에 참여했으며, 200만이 넘는 고객이 직접 과일을 구매했다. 또한 농민들은 3000만위안 상당의 각종 과일을 판매해 수익을 올렸다.
황 회장은 공격적 마케팅으로 최근 중국 최대의 소비 행사인 '6·18 쇼핑데이'와 광군제(光棍節)에서도 존재감을 보였다. 올해 '100억위안(1조6800억원)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문구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6·18 쇼핑데이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핀둬둬 자기 예산을 직접 들여 총 100억위안 규모의 장기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게 핵심이다. 황 회장의 파격적인 행보에 핀둬둬의 라이벌인 징둥과 쑤닝도 역시 '100억위안 할인'의 같은 문구로 맞대응했다. 황 회장이 시작한 100억위안 할인은 올해 하반기 중국 전자상거래 대전의 대명사가 됐다. 대대적인 할인 행사 덕분에 핀둬둬의 활성사용자는 올해 처음으로 5억명을 돌파했다. 이러한 기세에 힘입어 황 회장은 무대를 서서히 대도시로 옮기며 알리바바의 아성에도 도전 중이다. 거투이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핀둬둬의 1·2선 도시 사용자는 전년 대비 31% 증가, 앞으로 알리바바·징둥과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핀둬둬의 약점, 저질·짝퉁 논란
포지셔닝 이론과 마케팅 전쟁 이론의 창시자 잭 트라우트(Trout)는 기업의 최대 강점 뒤에는 최대의 약점이 도사리고 있다고 했다. 핀둬둬 역시 트라우트의 지적대로 고속 성장을 해온 만큼 해결해야 할 난제도 여럿 품고 있다. 중국의 정주상학원(鄭州商學院)은 최근 발간한 ‘핀둬둬 모델 분석’ 보고서에서 핀둬둬의 ‘저품질’ ‘짝퉁’ 논란을 지적했다. 핀둬둬의 박리다매 전략으로 판매자들의 진입 문턱이 낮아지고 저가 전략으로 무리하게 원가를 절감하다 보니 상품의 질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이는 신선품, 농산품, 유아용품을 주로 판매하는 핀둬둬 입장에서는 치명적일 수 있는 논란거리였다.
보고서는 저품질 짝퉁 논란의 원인으로 빈약한 관리 체계를 지적했다. 핀둬둬 플랫폼 내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검사 체계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저품질 짝퉁 논란이 불거지자 핀둬둬는 ‘10배 보상’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짝퉁 상품이 발견되면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10배 보상을 해주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을 놓고 판매자와 핀둬둬 사이에 갈등도 불거졌으나, 올해 3월 중국 법원이 핀둬둬의 손을 들어줘 갈등은 일단락됐다.
그럼에도 상당수 소비자는 아직 핀둬둬가 더 체계적인 판매 시스템 관리와 사후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적자 규모가 커지는 것 역시 투자자 입장에서는 걱정거리다. 핀둬둬는 간판 마케팅 행사였던 ‘100억위안 할인’ 이후 3분기에 23억위안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약 40억위안의 적자를 기록했던 터라 재무 상태를 둘러싼 우려가 점증하는 모양새다. 핀둬둬가 자신들의 100억위안 할인을 견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황정 핀둬둬 회장은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100억위안 할인은 장기적인 투자이자 기회”라며 “다음 시즌에도 할인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케팅 전략을 수정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뒤이어 황 회장은 지난 11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과 손을 잡는 등 사업 확장에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마존은 당시 성명서에서 “아마존은 핀둬둬의 고객에게 엄선한 1000여 종의 상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