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3.29 03:00
[Cover story] 헤지펀드의 큰손들… 성공 비결을 묻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레이 달리오 회장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레이 달리오 창업자는 1949년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에서 재즈음악가 아버지와 전업주부 어머니 사이에서 외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12세 때부터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가졌다. 집 근처 골프 연습장에서 투자자들의 이야기를 귀동냥했다. 그가 사들인 첫 주식은 노스이스트항공이었다. 주가가 3배 넘게 뛰었다. 그는 그 돈으로 다시 투자를 반복해 대학을 입학할 때쯤엔 수천달러를 손에 쥐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주식의 맛을 봤던 그의 20대는 연전연패(連戰連敗)였다. 화를 참지 못하고 상사와 싸움을 벌이는 등 여러 번 심각한 사고를 치는 바람에 입사 1년여 만에 회사에서 쫓겨났다. 결국 26세에 사무실도 없이 아파트에서 홀로 창업을 했으나 1980년대 중반엔 파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달리오가 이끄는 헤지펀드가 두각을 나타낸 것은 2000년대 초반 무렵부터다. 매년 1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다가 글로벌 금융 위기를 계기로 급성장했다. 브리지워터의 대표 펀드인 퓨어알파는 지난해 거의 모든 펀드가 실적이 저조할 때 14.6%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원칙부터 세워라. 그리고 솔직해져라
―여러 차례 실패 끝에 성공을 이룰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인가.
"성공에는 크게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꿈, 현실 인식, 그리고 의지다. 우선 자신의 꿈에 우선순위를 세워야 한다. 그 꿈들 가운데 무엇을 달성할 수 있을지 냉정한 눈으로 가려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칙이다. 원칙을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처음에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거 경험에 따르면 사람들은 1년 반 정도면 각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고 본다."
달리오는 언론 인터뷰에서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시종일관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2005년 60여개의 원칙을 회사 임직원들과 공유했고, 이를 발전시켜 지금은 212개의 원칙을 갖고 있다. 2011년 무렵부턴 자신의 원칙을 담은 '원칙(Principle)'이란 책을 주변에 조금씩 퍼트렸는데, 지금은 현직 최고경영자(CEO)의 바이블처럼 여겨진다.
―당신이 생각하는 중요한 원칙을 꼽는다면
"예를 들어 직원들과 회의할 땐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다. 첫째, 항상 솔직한 생각을 모두 다 털어놔야 한다. 둘째, 끊임없이 토론하고 배우며 자신의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한다. 셋째, 의견이 끝내 충돌하더라도 감정을 털어내고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극단적(radical) 진실과 극단적 투명성이 최선이라고 믿고 있다. 이 두 요소가 없다면 조직원들이 최선의 해법을 도출해낸다고 믿기 어렵게 된다."
―진실과 투명성을 어떻게 끌어내는가.
"예컨대 브리지워터는 사내 거의 모든 회의를 비디오로 녹화한다. 나중에 다시 보고 들으며 객관적인 관점에서 배울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긴다는 취지에서다. 또한 직원들의 실수는 빠짐없이 '오류 기록'에 기록된다. 실수가 발생하면 기록으로 남겨 문제의 중대성을 분석하고 책임자를 분명히 밝히는 절차를 확립하기 위해서다."
―당신의 '원칙'을 따르면 성공하게 된다고 믿는가.
"내 원칙을 따라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내가 나열한 원칙은 내가 성공하는 데 가장 적합했던 원칙이다. 다만, 원칙을 세워두고 행동하는 나의 궤적이 성공을 위한 최선의 해법이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원칙은 자신만의 원칙을 세우고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디어 성과주의'를 정착시켜라
달리오가 추구하는 기업의 목표는 '아이디어 성과주의'를 정착하는 것이다. 아이디어 성과주의란 구성원이 조직을 위해 최선의 방법을 고민하고 제시하며 이를 시행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왜 아이디어 성과주의를 성공의 핵심 요소로 보는가.
"아이디어 성과주의는 많은 사람이 머리를 맞대어 합의점을 찾는 의사 결정이다. 능력주의가 제대로 작동돼야 최상의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또한 공정한 과정을 거쳐 '최선의 아이디어'가 살아남도록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능력주의를 구현하는가
"예를 들어 가중 평균 투표 제도가 있다. 각 조직원의 의견을 각자의 전문성에 따라 가중치를 둬야 한다. 민주적인 의사 결정 방식은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의 의견이 동등한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른바 1인 1표 제도는 기업에선 작동하지 않는다. 법률문제를 다룰 땐 변호사의 의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나. 물론 반대로 독재적인 의사 결정 방식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사람이 모든 사안에 정답을 갖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카리스마형 리더는 조직에서 좋은 대안이 도출되는 것을 막는다."
―당신의 의견은 어느 정도 가중치를 갖나.
"앞서 말한 대로 능력에 따라 다르다. 투자 등 일부 분야에서는 나의 의견이 가장 높은 가중치를 갖고 있다. 그러나 모든 분야에서 그런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나 회계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내 의견의 가중치는 낮은 편이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주식의 맛을 봤던 그의 20대는 연전연패(連戰連敗)였다. 화를 참지 못하고 상사와 싸움을 벌이는 등 여러 번 심각한 사고를 치는 바람에 입사 1년여 만에 회사에서 쫓겨났다. 결국 26세에 사무실도 없이 아파트에서 홀로 창업을 했으나 1980년대 중반엔 파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달리오가 이끄는 헤지펀드가 두각을 나타낸 것은 2000년대 초반 무렵부터다. 매년 1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다가 글로벌 금융 위기를 계기로 급성장했다. 브리지워터의 대표 펀드인 퓨어알파는 지난해 거의 모든 펀드가 실적이 저조할 때 14.6%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원칙부터 세워라. 그리고 솔직해져라
―여러 차례 실패 끝에 성공을 이룰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인가.
"성공에는 크게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꿈, 현실 인식, 그리고 의지다. 우선 자신의 꿈에 우선순위를 세워야 한다. 그 꿈들 가운데 무엇을 달성할 수 있을지 냉정한 눈으로 가려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칙이다. 원칙을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처음에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거 경험에 따르면 사람들은 1년 반 정도면 각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고 본다."
달리오는 언론 인터뷰에서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시종일관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2005년 60여개의 원칙을 회사 임직원들과 공유했고, 이를 발전시켜 지금은 212개의 원칙을 갖고 있다. 2011년 무렵부턴 자신의 원칙을 담은 '원칙(Principle)'이란 책을 주변에 조금씩 퍼트렸는데, 지금은 현직 최고경영자(CEO)의 바이블처럼 여겨진다.
―당신이 생각하는 중요한 원칙을 꼽는다면
"예를 들어 직원들과 회의할 땐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다. 첫째, 항상 솔직한 생각을 모두 다 털어놔야 한다. 둘째, 끊임없이 토론하고 배우며 자신의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한다. 셋째, 의견이 끝내 충돌하더라도 감정을 털어내고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극단적(radical) 진실과 극단적 투명성이 최선이라고 믿고 있다. 이 두 요소가 없다면 조직원들이 최선의 해법을 도출해낸다고 믿기 어렵게 된다."
―진실과 투명성을 어떻게 끌어내는가.
"예컨대 브리지워터는 사내 거의 모든 회의를 비디오로 녹화한다. 나중에 다시 보고 들으며 객관적인 관점에서 배울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긴다는 취지에서다. 또한 직원들의 실수는 빠짐없이 '오류 기록'에 기록된다. 실수가 발생하면 기록으로 남겨 문제의 중대성을 분석하고 책임자를 분명히 밝히는 절차를 확립하기 위해서다."
―당신의 '원칙'을 따르면 성공하게 된다고 믿는가.
"내 원칙을 따라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내가 나열한 원칙은 내가 성공하는 데 가장 적합했던 원칙이다. 다만, 원칙을 세워두고 행동하는 나의 궤적이 성공을 위한 최선의 해법이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원칙은 자신만의 원칙을 세우고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디어 성과주의'를 정착시켜라
달리오가 추구하는 기업의 목표는 '아이디어 성과주의'를 정착하는 것이다. 아이디어 성과주의란 구성원이 조직을 위해 최선의 방법을 고민하고 제시하며 이를 시행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왜 아이디어 성과주의를 성공의 핵심 요소로 보는가.
"아이디어 성과주의는 많은 사람이 머리를 맞대어 합의점을 찾는 의사 결정이다. 능력주의가 제대로 작동돼야 최상의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또한 공정한 과정을 거쳐 '최선의 아이디어'가 살아남도록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능력주의를 구현하는가
"예를 들어 가중 평균 투표 제도가 있다. 각 조직원의 의견을 각자의 전문성에 따라 가중치를 둬야 한다. 민주적인 의사 결정 방식은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의 의견이 동등한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른바 1인 1표 제도는 기업에선 작동하지 않는다. 법률문제를 다룰 땐 변호사의 의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나. 물론 반대로 독재적인 의사 결정 방식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사람이 모든 사안에 정답을 갖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카리스마형 리더는 조직에서 좋은 대안이 도출되는 것을 막는다."
―당신의 의견은 어느 정도 가중치를 갖나.
"앞서 말한 대로 능력에 따라 다르다. 투자 등 일부 분야에서는 나의 의견이 가장 높은 가중치를 갖고 있다. 그러나 모든 분야에서 그런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나 회계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내 의견의 가중치는 낮은 편이다."
사람 뽑을 때 가치관을 가장 중시
'고통+반성=발전'은 달리오가 고집하는 유명한 업무 방정식이다. 이 원칙에 대한 외부 비판에 대해서는 약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능력주의를 강조하는 것이 일부 직원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일부 비판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그런 비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만큼 성과주의와 자신의 원칙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수백 개의 원칙을 지키며 질주하다가 번아웃(탈진)한 적은 없나.
"가끔 지칠 때도 있다. 그러나 번아웃된 적은 없다. 열심히 일한 후 느끼는 지친 감정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선 기분처럼 말이다."
―인재 뽑을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인재를 뽑을 땐 세 가지 측면을 본다. 가치, 역량, 그리고 능력이다. 그중에서도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 역량과 능력은 똑똑한 사람이면 조직 안에서 얼마든지 키워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가치는 그 사람의 행동반경과 잠재력을 결정 짓는다. 많은 회사가 인재를 뽑을 때 능력과 역량을 먼저 본다. 가치는 개개인의 깊은 동기를 보여준다.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어떻게 조직원과 협동할지, 아무도 안 볼 때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길라잡이다."
EU, 경기 부양 여력 고갈돼 걱정
달리오는 전형적인 '매크로' 투자자다. 환율, 물가,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주식·채권·선물 등을 사고팔아 수익을 낸다. 워런 버핏이 경제 상황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우량 주식을 골라 장기 보유하는 것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 투자 기법이다. 그래서 달리오에게 경제 예측은 투자의 핵심이다.
―올해 경기 전망은.
"2019년은 전 세계적으로 성장이 더뎌지는 한 해가 된다고 본다. 그러나 마이너스 성장은 아니라고 본다. 글로벌 부채 위기가 올해 당장 터질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올해 우려하는 것은 유럽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이상 경기 부양을 할 수 있는 통화 여력이 남아 있지 않은데, 경기 침체로 인해 포퓰리즘은 더 심해지고 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갈등은 더 심해지고 있다. 2020년엔 이러한 갈등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이미 금리가 제로인 상황이라 중앙은행의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고통+반성=발전'은 달리오가 고집하는 유명한 업무 방정식이다. 이 원칙에 대한 외부 비판에 대해서는 약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능력주의를 강조하는 것이 일부 직원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일부 비판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그런 비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만큼 성과주의와 자신의 원칙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수백 개의 원칙을 지키며 질주하다가 번아웃(탈진)한 적은 없나.
"가끔 지칠 때도 있다. 그러나 번아웃된 적은 없다. 열심히 일한 후 느끼는 지친 감정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선 기분처럼 말이다."
―인재 뽑을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인재를 뽑을 땐 세 가지 측면을 본다. 가치, 역량, 그리고 능력이다. 그중에서도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 역량과 능력은 똑똑한 사람이면 조직 안에서 얼마든지 키워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가치는 그 사람의 행동반경과 잠재력을 결정 짓는다. 많은 회사가 인재를 뽑을 때 능력과 역량을 먼저 본다. 가치는 개개인의 깊은 동기를 보여준다.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어떻게 조직원과 협동할지, 아무도 안 볼 때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길라잡이다."
EU, 경기 부양 여력 고갈돼 걱정
달리오는 전형적인 '매크로' 투자자다. 환율, 물가,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주식·채권·선물 등을 사고팔아 수익을 낸다. 워런 버핏이 경제 상황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우량 주식을 골라 장기 보유하는 것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 투자 기법이다. 그래서 달리오에게 경제 예측은 투자의 핵심이다.
―올해 경기 전망은.
"2019년은 전 세계적으로 성장이 더뎌지는 한 해가 된다고 본다. 그러나 마이너스 성장은 아니라고 본다. 글로벌 부채 위기가 올해 당장 터질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올해 우려하는 것은 유럽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선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이상 경기 부양을 할 수 있는 통화 여력이 남아 있지 않은데, 경기 침체로 인해 포퓰리즘은 더 심해지고 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갈등은 더 심해지고 있다. 2020년엔 이러한 갈등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이미 금리가 제로인 상황이라 중앙은행의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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