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따라 하지 마라… 식당 경험 미리 해라… 맛은 30%밖에 안 된다"

입력 2018.11.30 03:00

[Cover Story] 한국·홍콩 전문가가 보는 외식업 생존법
① 자영업 식당 - 백종원 더본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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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본코리아
실내 포장마차 콘셉트를 내세운 '한신포차', 김치찌개가 유명한 고깃집인 '새마을식당',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 '빽다방', 짬뽕·탕수육에 집중한 중식당인 '홍콩반점 0410', 단출한 우동 전문점인 '역전우동 0410'…. 외식을 즐겨하지 않더라도 먹자골목을 지나며 최소 한두 번은 간판을 접했을 식당들이다. 1993년 '원조쌈밥집'을 시작으로 요식업 프랜차이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백종원(52) 더본컴퍼니 대표는 본인이 곧 브랜드 수준으로 자리 잡은 요식업 전문가다. 편의점과 협업해 출시한 제품이 '백종원 도시락' '백종원 찐빵' 같은 이름으로 판매될 정도다. WEEKLY BIZ가 백 대표를 더본코리아 서울 논현동 본사에서 만나 요식업 창업에 중요한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요식업 창업에 대한 백 대표 지론은 간결했다. ①요리든 서비스든 식당과 관련된 업무 중 하나라도 좋아해야 하고 ②시장 조사만 아니라 직접 식당 일도 경험해야 하며 ③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당 브랜드를 출시하는 과정도 녹록지 않다며 "홍콩반점, 빽다방, 새마을식당 등 모두 기획, 브랜딩, 테스트 매장 운영까지 3년씩은 준비하고 출시한 브랜드"라고 했다. 그는 "분석이나 예측을 잘못하면 망한다"고 경고했다.

저가격 저비용으로 승부하라

―최근 눈에 띄는 요식업 트렌드는 뭔가.

백종원(52) 프로필
"우선 (매장 규모의) 소형화다. 아예 대형 매장이 되든지 작은 매장이 되든지 갈수록 양극화될 것 같다. 임대료와 인건비 때문이다. 대형 식당은 식자재 원가와 인건비 외에도 분위기나 매장 인테리어 등에 대한 비용이 음식 가격에 반영돼도 손님들이 이해하고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그 반대로 나머지 식당들은 운영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하고 빽다방을 비교하면 원두 같은 재료비는 사실 큰 차이가 없다. 스타벅스는 카페 공간에서 손님들이 시간을 보내고 여유를 즐긴다는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더 비싼 가격을 매길 수 있는 거고, 빽다방은 테이크아웃이니까 가능한 가격이다.

메뉴는 점차 세분화되는 것 같다. 예전엔 한 식당에서 여러 메뉴를 팔았다면, 점차 전문 메뉴 몇 개만 판매하는 극세분화가 (요식업계의) 주류가 되지 않을까. 예를 들어 김치찌개를 먹는다면 '김치찌개는 이 집이지'하면서 특정한 식당으로 가는 식이다. 메뉴에 대한 전문성을 말하는 거다."

―베트남식, 인도식처럼 음식 메뉴에도 유행이 있지 않은가.

"따라가지 않아야 한다. 유행이 가격 경쟁력을 동반하지 않으면 오래 못 간다는 걸 해물떡찜0410이라는 첫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실패하면서 배웠다. 초반에는 어마어마한 유행을 탔는데, 가격 경쟁력이 없다 보니 유사 브랜드가 너도나도 등장해서 해물떡찜 열풍이 금방 식었다. 동귀어진(同歸於盡)한 셈이다. 브랜드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브랜드를 (유사 브랜드로부터) 보호할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고, 이런 경험이 반영된 게 홍콩반점 같은 브랜드다.

'동네에 짜장면 집이 많아도 시켜 먹는 메뉴는 짜장면, 짬뽕, 탕수육이다. 비싼 월급 주고 주방장 구하느라 고생하느니 하루 주문의 70~80% 차지하는 메뉴에 집중하되 가격 경쟁력을 높이자. 손님들이 일주일에 한두 번 먹던 걸 한 번 더 먹게 하면 (수익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처음 홍콩반점 가격이 짬뽕은 3500원, 탕수육은 8000원 정도였다. 짬뽕을 5500원, 탕수육을 1만6000원에 팔았대도 충분히 돈은 벌었을 테지만, 유사 브랜드가 막 나왔을 거다. 그래서 가격을 최대한 낮췄고 결론적으로 대박을 냈다."

팔려는 메뉴의 본질을 파악하라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더본코리아 경영 성적표
"우선 전체적인 그림을 그린다. 어떤 느낌의 매장이고, 어떤 고객층을 타깃으로 할 것인지. 역전우동0410을 만들 때는 '예전에 우리 세대는 기차를 타고 역에 잠깐 서면 그 앞에서 우동을 먹었는데'하고 그 느낌을 반영하려고 생각했다. 일단 아이디어가 생기면 세부적인 내용을 계속 고민한다. 의외로 식당 브랜드를 새로 만들 때 주방에서 레시피 고민하는 것보다 (소비자들의) 심리를 분석하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일단 식당 이름과 메뉴를 만들면 그다음엔 어느 지역에서 (식당을) 할지 결정한다. 우선 처음 테스트하는 지역에 일종의 시범 운영 식당을 연다. 그 지역의 주고객층 입맛에 맞게끔 메뉴를 실험해보는 거다. 역전우동이냐 홍콩반점이냐 새마을식당이냐, 식당에 따라 고객층이 다르다.

음식 맛에 대한 내 전략은 '마름모 이론'이랄까. 예를 들어 간을 세게 먹는 사람과 약하게 먹는 사람이 있고, 그 중간에는 평균적인 입맛인 사람이 있다. 이 마름모가 위가 더 뚱뚱할 수도 아래가 더 뚱뚱한 모양일 수도 있는데 메뉴에 따라 가장 많은 고객의 입맛에 맞춰야 한다. 식당에 대한 점수에서 맛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라고 본다. 나머지 70%는 그릇이나 음식을 담은 모양새, 식당 분위기나 인테리어, 유명한 연예인이 왔다 간 집 등등 환경적인 요인이다. 입으로 느끼는 맛은 쉽게 말해 내신 성적, 기타 요인은 수능 성적 같은 거다. 맛에서 70%(21점)를 맞춰도 기타 요인에서 70점 만점을 받으면 총점은 91점이 될 수 있다. 물론 기타 요인을 구성하는 요소는 메뉴에 따라 달라진다. 고급 식당은 친절한 서비스가, 냉면집은 이리저리 끼어 앉는 좁은 공간이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결국 브랜드를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는 내가 팔고자 하는 메뉴의 본질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또 이 음식을 먹을 사람들의 수준과 기대치가 무엇인지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2~3년 사전준비는 필수

―요식업을 시작할 때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어떤 하나라도 음식점 일에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식을 만드는 것이든 먹는 것이든 사람을 만나거나 대화하는 게 좋든 뭐든지 외식업과 연관되는 일 중 하나라도 좋아해야 한다. 요식업이 얼마나 힘든 건데 '돈이 좋아서' 시작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나한테 '식당 경영하려면 뭘 준비해야 돼요?'라고 많이 묻는다. 골프를 좋아해서 골프를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싶다면 본인이 수업료를 내고 직접 골프를 배우고 필요한 자격증을 따지 않겠나. 식당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식당에 가서 일하고 경험해봐야 한다. 취업도 2~3년 동안 준비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면서 요식업 창업은 굉장히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본인이 돈을 투자해 할 일인데 왜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하나."

―요식업계에서 프랜차이즈가 어떻게 기여한다고 생각하나.

"프랜차이즈의 장점은 그 브랜드 식당을 찾는 사람에게 기본자세,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이 식당에 가면 무슨 음식을 얼마에 먹겠구나, 서비스는 어떻겠구나'하고. 요식업에 대해 잘 모르고 식당을 시작하는 분들은 프랜차이즈 본사로부터 기본적인 조리법과 위생, 고객 대응 요령 같은 걸 배울 수 있다. 무조건 프랜차이즈를 하란 게 아니라 프랜차이즈가 (요식업) 공부가 부족한 창업자에게 교육적인 순기능을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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