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발전의 원동력 의약품 경쟁적으로 개발 美수명 200년간 2배로 경쟁 없애겠다는 소련 알코올 중독자만 늘어
경쟁 없으면 행복해질까 행복지수 높은 부탄 수명·소득 수준은 낮아 사람의 기대에 따라서 행복의 의미 바뀌는 것
OECD 일벌레 한국 열심히 오래 일해서 경제 기적 이뤘지만 금융·SW산업 키우려면 근로시간만 늘려선 안돼
올 5월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는 CEO 등 기업 임원 임금삭감과 저소득층 급여 인상 등 '평등' 추구를 공약으로 내걸어 승리했다. 미국에선 '오바마 케어(Obama care)'라는 전 국민 의료보험 법안이 합헌 판결을 받았고, 국내에서는 최근 '서울대 폐지론'과 '경제 민주화론' 등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평등'이 세계 각국에 공통된 글로벌 키워드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1989~92년 조지 H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경제정책 보좌관을 지낸 토드 부크홀츠(Buchholz·51). 그는 "요즘 세계 각국에서 유행하는 이른바 인본주의(humanism)적 정책은 모두 인간의 본성에 어긋난다"고 정면 비판한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의 저자인 그는 하버드대 경제학개론 강의시 학생들이 뽑은 최고 명강의 중 하나로 뽑혀 '앨린 영(Allyn Young)'상을 받았다. ABC· PBS· CNBC 등에 출연해 경제논평을 하며 소설 '카스트로 유전자'를 썼고 뮤지컬 '저지 보이스'를 공동 제작한 그는 '르네상스 맨'이라 불릴 만큼 팔방미인(八方美人)이다. Weekly BIZ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자택에서 그를 만났다.
최신 저서 '러쉬' 등에서 '인류의 본성이 경쟁적'이라고 주장했는데, 무슨 근거인가?
"당신과 나, 우리 인류가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근거다. 수많은 동식물이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멸종했는데, 인간은 치열하게 경쟁해 살아남았다. 인간은 지진·용암·홍수 등 모든 것을 이겨냈다. 경쟁을 통해 더 우월한 자가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달리기나 게임을 해도 순위를 매기고 승패를 나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처럼 전 세계가 순위 경쟁을 한다. 누가 '경쟁하라'고 가르친 게 아닌데도 경쟁한다. 인류가 경쟁적으로 태어난 증거다."
토드 부크홀츠 백악관 전 경제 수석 보좌관은 Weekly BIZ와의 인터뷰에서“소련 등 공산주의 국가들이 경쟁을 없애서 인민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담대한 실험을 시도했지만, 결과적으
로 알코올 중독자만 양산하는 것으로 끝났다”고 말했다. / 블룸버그
하지만 지나친 경쟁은 사람들을 피폐하게 만들고 극심한 경쟁 때문에 자살자들도 많다. 우리가 경쟁을 원래부터 좋아한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나?
"경쟁에는 건전한 경쟁과 불건전한 경쟁이 있다. 어떤 상황에도 경쟁은 존재하므로 더 나은 경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오쩌둥 시대의 중국에도, 스탈린 시대의 소련에도, 지금 북한에도 경쟁은 있다. 다만 거기서는 누가 더 많이 음식을 챙기느냐, 독재자에게 잘 보이느냐의 경쟁뿐이다. 이들 사회는 모두 경쟁이 없는 곳이라고 주장했지만 말이다."
그렇더라도 인간이 꼭 경쟁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경쟁에 의해서 좋아진 게 있나?
"일단 우리는 경쟁에 의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게 됐다. 인류의 수명은 지난 200년간 2배 가까이 늘었다. 19세기 초 미국의 기대 수명은 47세였으나 지금은 80세다. 각 회사가 경쟁적으로 의약품을 만들고, 의료 시스템을 개선한 덕분이다. 에어컨·난방·스마트폰 등도 인류가 경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경쟁을 없애 인민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소련의 담대한 실험은 오히려 알코올 중독자만 늘리는 것으로 끝났다."
'행복지수'를 보면 부탄 같은 국가가 서방 선진국보다 더 높다. 부탄 등에는 경쟁이 없기 때문에 행복감이 충만하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정작 부탄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끼고 있을까? 부탄은 평균 수명, 교육 수준, 국민 소득이 모두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들은 '뭘 몰라서' 행복감을 느낄 뿐이다. 행복은 사람의 기대에 따라 의미가 바뀐다. 수백년 전 미국이나 부탄에서라면 먹을 음식과 마실 물만 있으면 행복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TV 화질,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시설, 내 프로젝트 진행상황 등이 모두 마음에 들어야 행복하다."
이제는 개인의 재능·노력보다 부모의 유산, 배경 등으로 경쟁의 승패가 결정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저소득층은 경쟁 대열에서 너무 불리하다.
"맞다. 저소득층이 성공으로 올라가는 사다리는 교육인데, 이들은 질 낮은 공교육 시스템에 묶여 있고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다른 학교에 갈 수 없다. 학교 간 경쟁이 없기에 학교 당국은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소비자처럼 학교를 고를 수 있다면, 의지를 가진 저소득층 학생들은 경쟁을 통해 위로 올라갈 수 있다."
이런 주장은 당신이 '인생의 승리자'이기 때문이 아닐까? 번번이 경쟁에서 패배했더라도 이런 주장을 계속 할까?
"내가 운이 좋았다는 점은 인정한다. 중요한 것은 경쟁에서 패배하더라도 사람들이 경쟁 자체를 즐긴다는 점이다. 올림픽 정신이 그렇다. 신경정신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강력한 환각 물질이 발생해 즐거움을 준다. 쉬운 승리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은 없다. 도전과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한국인들의 노동시간은 연간 2193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최고다. 한국이 더 발전하려면 지금보다 더 경쟁적이고 더 많이 일해야 할 것인가?
"1960년대 세계 최빈국이던 한국이 지금 세계 15위권의 경제 대국이 된 것은 '기적'이다. 한국인들은 대기업 등을 중심으로 제조업 기반으로 열심히, 오래 일해 발전해 왔다. 한국은 제조업 능력이 충분히 강하다. 여기에 기술 기반 벤처 기업들이 성장한다면 한국은 경제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한국은 금융 등 지식서비스 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을 키워야 한다. 근로시간만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토드 부크홀츠(Todd Buchholz)는
출생:1961년 미국
학력: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영국 케임브리지대 졸업(경제학 석사)
경력:백악관 경제정책 보좌관, ‘G7 컨설팅 그룹’ 창업, 타이거 헤지펀드 펀드매니저, 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경제 칼럼 기고 및 방송 출연
기타:경제학 입문서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소설 ‘카스트로 유전자’ 등 저술. 디자인 및 공학 특허 다수 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