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7.10 03:00
[On the Economy]
작년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블룸버그 경제 포럼에서 만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우리는 냉전(cold war)의 산기슭에 있다"고 했다. 이런 표현은 전혀 놀라운 것이 아니다. 작년 초부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새로운 냉전이 시작된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2018년 초 관세와 지식재산권 등의 문제로 시작된 무역 전쟁은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의 글로벌 지배력을 둘러싼 기술 전쟁으로 탈바꿈했다. 중국 신장 지역 및 홍콩의 민주화 시위대, 대만과 남중국해 등에서 발생한 오래된 마찰이 확대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키신저 전 장관이 제2차 냉전의 개막 단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71년 처음 베이징을 방문한 이후 지난 45년 동안 미국 외교 정책의 원동력이었던 미·중 포용 정책의 달인이었다. 그것은 미국과 소련 간 냉전 중반 때 힘의 균형을 움직여 소련이 불리하게 만들었다. 또 그것은 역사상 가장 크고 빠른 중국 산업혁명을 위한 지정학적 여건도 조성했다.
이처럼 서로 공생공사하던 베이징과 워싱턴의 관계는 어쩌다 이렇게 빨리 틀어졌을까. 통념적 대답은 이렇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유로운 국제 질서에 끼어들었고 '미국 우선주의' 전략의 부정적인 결과 중 하나라는 것이다. 4년 전, 미국 중부 지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것은 세계화 등에 대한 반발이었다. 미국과 중국의 공생 관계에서 생겨난 이득은 불균형적으로 중국에 갔다. 반면 그 이득에 대한 비용은 미국 노동자들이 불균형적으로 부담했다. 결국 이것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하면서 냉전이 발발한 셈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은 제2차 냉전을 더욱 심화했다. 중국 공산당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은폐하면서 이 재앙을 초래했다. 그런데 지금 중국 정부는 저렴하지만 믿을 수 없는 인공호흡기, 마스크 등을 수출하면서 바이러스로부터 세계를 구해낸 공로를 주장하고 싶어 한다. 심지어 중국 외교부의 한 고위 간부는 작년 10월 중국 우한에서 열린 세계육군대회에 미국 팀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지고 왔다고 주장하는 기사를 공유까지 했다.
물론 중국에도 제2차 냉전을 반대하는 학자들이 있다. 위융딩 중국 세계경제학회장은 최근 미 보스턴대의 케빈 갤러거 교수와 함께 미국과 중국의 화해를 주장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베이징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 필자는 베이징 칭화대 초빙교수로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휘하의 이념적 전환을 직접 본 적이 있다. 문화대혁명처럼 금기시되는 과목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경찰 조사 대상이 됐다. 반면 서양에 전투적인 입장을 취하는 학자들은 승진했다.
사실 제2차 냉전이라는 아이디어는 키신저 같은 정치인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생긴 것이 아니다. 중국의 공상 과학(SF) 소설 '암흑의 숲'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얻어낸 아이디어다. '암흑의 숲'은 중국 유명 SF 작가인 류츠신이 2008년 내놓은 SF 베스트셀러 '삼체' 3부작 중 하나다. 현재 류츠신 작가는 선전과 항저우 기술 회사들로부터 존경받으며 21세기를 빛내는 중국 작가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암흑의 숲'은 무자비하고 기술적으로 우월한 외계인들의 지구 침략 이야기를 다룬다. 류 작가는 '암흑의 숲'에서 주인공을 통해 우주사회학의 3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그것들은 철저한 약육강식의 원리다. 우주는 암흑의 숲으로 표현되며 문명(국가)은 나무 사이를 유령처럼 조용히 다니는 사냥꾼으로 표현된다. 사냥꾼(국가)이 다른 생명(국가)을 발견한다면 살아남기 위해 그것을 제거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강한 사냥꾼(국가)이 살아남는 것이다. 그리고 이 암흑의 숲은 현재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예시다. 중국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알기 위해서는 류츠신 작가의 '암흑의 숲'을 읽으면 될 것이다.
2018년 초 관세와 지식재산권 등의 문제로 시작된 무역 전쟁은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의 글로벌 지배력을 둘러싼 기술 전쟁으로 탈바꿈했다. 중국 신장 지역 및 홍콩의 민주화 시위대, 대만과 남중국해 등에서 발생한 오래된 마찰이 확대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키신저 전 장관이 제2차 냉전의 개막 단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71년 처음 베이징을 방문한 이후 지난 45년 동안 미국 외교 정책의 원동력이었던 미·중 포용 정책의 달인이었다. 그것은 미국과 소련 간 냉전 중반 때 힘의 균형을 움직여 소련이 불리하게 만들었다. 또 그것은 역사상 가장 크고 빠른 중국 산업혁명을 위한 지정학적 여건도 조성했다.
이처럼 서로 공생공사하던 베이징과 워싱턴의 관계는 어쩌다 이렇게 빨리 틀어졌을까. 통념적 대답은 이렇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유로운 국제 질서에 끼어들었고 '미국 우선주의' 전략의 부정적인 결과 중 하나라는 것이다. 4년 전, 미국 중부 지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것은 세계화 등에 대한 반발이었다. 미국과 중국의 공생 관계에서 생겨난 이득은 불균형적으로 중국에 갔다. 반면 그 이득에 대한 비용은 미국 노동자들이 불균형적으로 부담했다. 결국 이것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하면서 냉전이 발발한 셈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은 제2차 냉전을 더욱 심화했다. 중국 공산당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은폐하면서 이 재앙을 초래했다. 그런데 지금 중국 정부는 저렴하지만 믿을 수 없는 인공호흡기, 마스크 등을 수출하면서 바이러스로부터 세계를 구해낸 공로를 주장하고 싶어 한다. 심지어 중국 외교부의 한 고위 간부는 작년 10월 중국 우한에서 열린 세계육군대회에 미국 팀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지고 왔다고 주장하는 기사를 공유까지 했다.
물론 중국에도 제2차 냉전을 반대하는 학자들이 있다. 위융딩 중국 세계경제학회장은 최근 미 보스턴대의 케빈 갤러거 교수와 함께 미국과 중국의 화해를 주장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베이징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 필자는 베이징 칭화대 초빙교수로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휘하의 이념적 전환을 직접 본 적이 있다. 문화대혁명처럼 금기시되는 과목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경찰 조사 대상이 됐다. 반면 서양에 전투적인 입장을 취하는 학자들은 승진했다.
사실 제2차 냉전이라는 아이디어는 키신저 같은 정치인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생긴 것이 아니다. 중국의 공상 과학(SF) 소설 '암흑의 숲'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얻어낸 아이디어다. '암흑의 숲'은 중국 유명 SF 작가인 류츠신이 2008년 내놓은 SF 베스트셀러 '삼체' 3부작 중 하나다. 현재 류츠신 작가는 선전과 항저우 기술 회사들로부터 존경받으며 21세기를 빛내는 중국 작가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암흑의 숲'은 무자비하고 기술적으로 우월한 외계인들의 지구 침략 이야기를 다룬다. 류 작가는 '암흑의 숲'에서 주인공을 통해 우주사회학의 3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그것들은 철저한 약육강식의 원리다. 우주는 암흑의 숲으로 표현되며 문명(국가)은 나무 사이를 유령처럼 조용히 다니는 사냥꾼으로 표현된다. 사냥꾼(국가)이 다른 생명(국가)을 발견한다면 살아남기 위해 그것을 제거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강한 사냥꾼(국가)이 살아남는 것이다. 그리고 이 암흑의 숲은 현재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예시다. 중국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알기 위해서는 류츠신 작가의 '암흑의 숲'을 읽으면 될 것이다.
Copyright ⓒ WEEKLY BIZ. All Rights Reserved
위클리비즈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