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 틱톡 오해 좀 풀어줘"… "걱정 마, 디즈니처럼 만들게"

입력 2020.06.26 03:00

中 바이트댄스 장이밍과 손잡은 '디즈니 거물' 케빈 메이어

중국 바이트댄스 장이밍 회장.
중국 바이트댄스 장이밍 회장. / 바이두
미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월트디즈니의 동영상 서비스 '디즈니+(디즈니플러스)'를 이끌었던 케빈 메이어가 이달 초 중국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의 최고경영자(CEO)에 전격 취임해 주목받고 있다. 그는 다음 달부터 틱톡 CEO와 함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의 최고운영자(COO)도 맡게 된다. COO는 바이트댄스 내 2인자로 장이밍(38) 회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는다.

최근 중국에서 가장 '핫한' 기업으로 여겨지는 틱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사용자 정보 수집을 문제 삼아 전 군(軍)에 사용 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미·중 무역 전쟁의 중심에 서 있다. 중국 매체 텅쉰왕은 "디즈니에서 이룬 케빈 메이어의 성공적 경험이 틱톡의 글로벌화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중국 네티즌들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디즈니에서 승승장구하던 미국 기업인이 중국 기업의 2인자를 맡게 되면서 그의 과거 행적과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틱톡 / 케빈 메이어(Mayer·58세)
디즈니의 온라인 스트리밍 론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메이어는 하버드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뒤 1993년 디즈니에 입사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0년 2월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의 온라인 자회사인 플레이보이닷컴 CEO를 7개월 동안 맡은 후 클리어 채널 월드와이드, LEK컨설팅 회사 등에서 엔터테인먼트 관련 업무를 맡기도 했다.

메이어의 업무가 본격적으로 빛을 내기 시작했던 것은 2005년 월트디즈니의 실적이 곤두박질 쳤을 때다. 당시 그는 혹평이 쏟아지던 디즈니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과감한 M&A(합병·인수)를 진두지휘했다. 2006년 애니메이션 픽사스튜디오를 시작으로 2009년 마블스튜디오, 2012년 루커스필름을 사들이며 미국 영화계를 놀라게 했다. 월트디즈니는 단 3건의 인수 거래에 총 160억달러(약 19조2500억원)를 투자했다. 대신 '스타워즈' '마블 시리즈'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단숨에 확보하면서 10여년 만에 '콘텐츠 왕국' 자리를 되찾는 계기가 됐다.

특히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기술을 만드는 회사인 밤테크를 인수해 지난해 11월 디즈니플러스도 론칭한 것은 그의 주요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마블, 픽사, 루커스필름, 20세기 폭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오프라인 시장에서 썩히지 않고 온라인 시장을 적극 겨냥하기 시작한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OTT(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넷플릭스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즈니플러스의 전 세계 가입자 수는 지난 4월 5000만명을 돌파해 현재까지 약 5450만명이 가입해 있다. 특히 지난 4월 3일 론칭 서비스를 시작한 인도에서는 일주일 만에 가입자수 800만명을 넘어섰다. 향후 중국, 일본 등 추가 진출이 이어지면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가입자 수를 늘려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월트디즈니의 역사적 거래로 꼽히는 영화사 21세기폭스 인수 과정에서도 케빈 메이어의 일에 대한 집념을 엿볼 수 있다. 21세기폭스는 컴캐스트 등 타 기업에서도 눈독을 들이던 매물이었다. 합병 이후 월트디즈니는 21세기폭스가 가진 영화 자산을 거머쥐는 것과 동시에 21세기폭스 소유의 케이블 채널, 폭스 스튜디오, 유럽 위성방송 스카이 지분과 인도 미디어 그룹 스타 인디아 등을 21세기폭스로부터 넘겨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메이어는 당시 21세기폭스 루퍼트 머독 회장의 와인 농장을 찾아가는 등 끝없는 노력 끝에 계약을 성공적으로 체결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로버트 아이거 현 월트디즈니 회장(당시 월트디즈니 CEO)은 "그는 우리 회사에서 유일하게 나보다도 잠이 적은 사람일 것"이라며 '최고의 전략가'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가입자 수
"업무 집념 너무 강해"…회장 못 돼

메이어는 올해 2월 아이거 회장이 퇴임한 이후 월트디즈니의 가장 유력한 차기 CEO 후보였다. 그러나 사내 평판이 발목을 잡았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직장 선배·동료들은 메이어에 대해 일에 대한 그의 과도한 집념 때문에 디즈니의 분위기와는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혹평했다. 예를 들어, 메이어가 월트디즈니 전략기획 수석부사장을 맡았을 땐 직원들의 야근을 필수로 여겼으며, 새로 들어온 신입 사원들에게 야근 시 커피로 졸음방지를 권했다고 한다. 월트디즈니 소속이었던 닉 밴딕 현 액티비전블리자드 스튜디오 공동대표는 "업무에서 그의 집념은 정말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하지만 우리가 매번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리더십과 모범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독선적이고 가혹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탓에 그는 이사회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디즈니 이사회는 최근 밥 차펙 디즈니파크 회장을 아이거 회장의 후임 CEO로 결정했다.

틱톡 신임 CEO 케빈 메이어의 디즈니 재임 시절 모습.
틱톡 신임 CEO 케빈 메이어의 디즈니 재임 시절 모습. / 바이두
틱톡 영향력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

메이어가 틱톡의 영향력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관심사다. 모바일 데이터 수집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지난해 틱톡 월간 사용자수는 약 6억650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대비 80% 늘어난 수치다. 현재 전 세계 150여 국가에서 75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는 틱톡은 2017년 출시 후 현재까지 앱 누적 다운로드 건수만 20억건이 넘는다. 올해 1분기 앱 다운로드 건수만 3억1500만건에 달하는데, 이는 지금까지 나온 모든 앱 다운로드 건수 가운데 역대 최고치다.

그러나 메이어의 어깨가 가볍지만은 않다. 최근 화웨이를 시작으로 상당수 중국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권에선 틱톡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여야를 불문하고 틱톡과 중국 정부의 연관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추세다. 앞서 작년 3월 조시 홀리 상원의원은 데이터 보안 청문회에서 미 연방정부 모든 직원이 틱톡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미·중 갈등이 격화되기 전부터 이미 미 육군 및 해군의 틱톡 사용을 금지했다.

메이어는 틱톡이 미국에서 직면한 보안 문제에 대해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틱톡의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예전에 디즈니에서 보안 문제를 잘 대처한 경험이 있다"며 "틱톡이 처한 보안 문제도 잘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틱톡의 데이터 보안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것이다. 다수의 미국 매체들은 메이어가 틱톡 대표로 미국에서의 모든 청문회에 참석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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