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공미사일 자만한 미군, 베트남서 곤욕 기관포를 다시 장착

    • 남도현 군사저술가

입력 2020.06.26 03:00

중국은 한국전쟁을 경험하며 제공권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1957년부터는 소련도 한창 배치 중이던 최신예 전투기인 MiG-17을 J-5라는 이름으로 면허 생산했을 만큼 공군력 확충에 전력을 기울였다. J-5의 성능이 객관적으로 F-86보다 좋았기에 제2차 해협 전투 개시 당시에 중국은 자신감에 충만했다. 하지만 곧바로 좌절했다.

당시까지 공중전은 기관포 사거리 내에서 격렬한 기동을 펼치며 벌였다. 이 때문에 불리할 경우 사거리 밖으로 벗어난 후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J-5는 멀리서 날아온 AIM-9에 차례차례 가격당했다. 공대공미사일 자체를 몰랐던 중국 조종사들은 경악했다. 이후 마땅한 대응책이 없던 중국은 결국 출격을 포기했고 이는 제2차 해협 전투의 판세를 결정했다.

베트남 전쟁 당시 폭격에 나선 미 공군 소속 F-4D 편대.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기관포를 내장하지 않아 근접전에서 곤욕을 치렀다.
베트남 전쟁 당시 폭격에 나선 미 공군 소속 F-4D 편대.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기관포를 내장하지 않아 근접전에서 곤욕을 치렀다. /위키피디아
이를 가까이서 지켜본 미국도 흥분했다. 당시 미국은 공대공미사일 개발을 선도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제2차 해협 전투를 통해 믿음이 확고해졌다. 미사일 만능주의가 팽배해지면서 기관포를 제거하고 오로지 공대공미사일로만 무장한 F-4 팬텀이 탄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맹신이 만용으로 밝혀지는 데는 그다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1964년 베트남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미국은 최신 무기들을 대거 투입했는데 F-4도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정작 공중전에서 아래로 보던 북베트남군의 MiG-17, MiG-21에 애를 먹었다. 이들이 가까이 파고들어와 선회전을 펼치면 만능으로 여기던 공대공미사일을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당시 정치권의 개입으로 교전 수칙이 이상하게 만들어진 탓도 있지만 기관포의 부재로 근접전에서 적기를 공격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미국은 제2차 해협 전투의 결과에 감격해서 과감히 미사일로만 무장하는 만용을 부렸지만 전투라는 행위가 워낙 변수가 많다는 사실을 간과해서 망신을 당했다. 결국 구시대의 유물로 여기던 기관포를 다시 장착하기에 이르렀고 현재의 최신 전투기들도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기관포를 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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