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엔진 이온풍 비행기를 세계 최초로 날렸다

입력 2020.06.26 03:00

스티븐 배럿 MIT 우주항공학과 교수

스티븐 배럿 MIT 교수팀이 개발한 무엔진 비행기 가상 이미지(왼쪽 사진).
스티븐 배럿 MIT 교수팀이 개발한 무엔진 비행기 가상 이미지(왼쪽 사진). / MIT
스티븐 배럿(Barrett)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우주항공학 교수는 2018년 무엔진 비행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전문가다. 당시 그가 이끈 MIT 연구팀은 전기항공역학(electro-aerodynamic)인 일명 이온풍(Ion wind)을 활용해 무엔진 비행기를 약 시속 17㎞로 최대 60m가량 날리는 데 성공했다. 리튬 배터리와 초경량 승압 변압기를 탑재, 상층부 날개와 하층부 날개 사이에 설치된 전선들에 전기를 발생시키고 전선 간의 전압 차이로 생기는 바람을 비행 추력으로 활용하는 원리다. 프로펠러나 엔진이 없는 이온풍 비행기는 소음이 없고 탄소도 배출하지 않는다. 연구 성과는 2018년 11월 영국 과학저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됐다. 배럿 교수팀은 "이온풍을 활용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비행체를 만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무엔진 비행기는 전기 비행기의 한 종류이자 탄소중립 비행기의 서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MIT 전기 항공 이니셔티브 프로그램 총괄을 맡고 있는 배럿 교수에게 전기 비행기(electric aviation)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전기 비행기 발전, 배터리 기술에 달려

비행기의 역사

―왜 우리에게 전기 비행기가 필요한가.

"이미 전 세계 도시들은 자동차와 화학 발전소 등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때문에 질식하고 있다. 전기 비행기는 오염 물질을 직접적으로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도시들을 질식으로부터 구할 수 있다. 또 전통 비행기에서는 많은 소음이 발생해 사람들이 괴로워하기 마련이다. 전기 비행기는 그런 고통으로부터 사람들을 해방해줄 수 있다."

―전기 비행기의 장단점을 말해달라.

"전기 비행기의 대표적인 장점은 직접적인 환경오염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전기 비행기를 충전하기 위한 충전소 등에서 일부 오염 물질이 배출될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할 요소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유지 관리가 전통 비행기보다 편리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화석연료 자동차는 기름때 등을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전기 자동차는 그런 게 필요 없다. 이처럼 전기 비행기도 화석연료로 움직이는 전통 비행기보다는 손이 덜 갈 것이다. 비용도 저렴하다. 전기 비행기를 충전하는 비용은 전통 비행기보다 훨씬 저렴하다. 하지만 배터리 기술 한계로 전기 비행기의 비행거리는 아직 짧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 전기 비행기 산업은 어떤 상황인가.

"오늘날 전기 비행기 산업은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이지만, 가장 큰 한계에 맞닥뜨린 상태다. 그것은 바로 배터리 기술이다. 현재 배터리 기술로는 여객기 같은 크고 장거리를 날 수 있는 전기 비행기를 개발하는 것이 아직까진 힘들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에어택시 몇 년 후 상용화 가능

―전기 비행기의 상용화는 한참 멀었다는 의미인지.

"그건 아니다. 가까운 미래에 전기 항공 택시(하늘을 날아다니는 에어택시)나 단거리용 전기 비행기가 나올 수 있다. 일명 도심항공교통(UAM·Urban Air Mobility)이다. 특히 전기 항공 택시의 경우에는 많은 회사가 개발에 참여하고 있고 경쟁이 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기술로 전기 항공 택시가 나온다면 한 번 충전에 승객 4명을 태우고 100㎞ 정도 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아직 전기 항공 택시 구매·유지 비용 등은 불확실하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기름으로 운행하는 택시보다는 구매 비용이 아주 많이 비쌀 것이라는 것이다."

―전기 비행기 산업이 언제쯤 자리 잡을지.

"승객이 완전 전기 비행기를 타고 여행갈 수 있는 시점은 최소 몇 년 후일 것이다. 그때부터 전기 비행기 산업의 본격적인 서막이 시작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직 기술적인 불확실성뿐 아니라 충전 인프라 등이 부족하다. 투자자들에게 전기 비행기 시장은 매력적이며 그냥저냥 묻힐 산업이 아닌 '진짜' 산업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규제를 만들 정부에게 전기 비행기가 안전하다는 것을 설득시키기 위한 과제들도 남았다."

―배터리 기술 한계를 넘을 순 없는지.

"배터리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연구 비용이 필요할 것이다. 만약 누군가 현재 배터리 기술의 한계를 넘는다면, 전기 비행기 상용화는 물론 노벨상까지 노릴 수 있다. 고용량 배터리 개발 말고도 예전 휴대전화 배터리 교체하듯 배터리 교체 시스템을 고려하는 것도 현재로서 대안이 될 수 있다."

단거리엔 전기가 수소보다 나아

―전기 에너지는 수소 에너지와도 종종 비교되는데.

"이 시점에서 항공 택시 같은 단거리용에는 전기 에너지가 훨씬 나은 선택이다. 수소 에너지는 다른 연료보다는 깨끗한 편이지만, 여전히 오염 물질(NOx·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거리용으로는 아직 배터리 한계가 뚜렷한 전기 에너지보다 수소 에너지가 좋은 대체재로 사용될 수 있다."

―코로나 사태로 항공업계가 위기를 겪고 있는데.

"전기 비행기가 항공업계의 위기를 극복할 기회로 종종 언급되고는 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항공업계가 어떻게 될지 예상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코로나 사태로 항공업계의 자본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그들이 휘청거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큰 혼란은 큰 변화를 몰고 오기 마련이고 그것이 전기 비행기 산업에 기회가 될 순 있다."

―정부는 전기 비행기 산업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정부는 전기 항공 택시 같은 전기 비행기 관련 '규제'가 아닌 관련 '안전 규정'을 지금부터 빠르고 융통성 있게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대답이 '안 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전기 비행기 산업 전망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르네상스(renaissance)로 표현하고 싶다. 전기 비행기 산업을 비롯해 항공 산업은 현재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불과 10년이나 15년 전만 해도 전기 비행기나 인공지능 시스템, 초음속 제트기 같은 기술들은 상상조차 못했다. 신기술로 기존 기업들의 현재 위치가 뒤집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전기 비행기도 그런 기존 산업을 뒤집을 신기술이 될 수 있다. 한국처럼 첨단 선진 경제 시스템을 가진 국가들이 지금의 위치보다 더 높은 리더십 역할을 할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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