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번지며 더욱 악화된 미국의 사회적 불평등

    •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

입력 2020.06.26 03:00 | 수정 2020.07.01 10:01

[WEEKLY BIZ Column]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
4년제 대학 학위가 없는 미국인이 전염병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전체 사망률을 따져 봤을 때 4년제 학위 소지자의 사망률은 하락했지만, 교육 수준이 낮은 미국인의 사망률은 증가했다. 전체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2014년에서 2017년 사이 감소했다. 스페인 독감이 유행했던 1918년부터 1919년 이후 처음으로 3년간 기대수명이 감소한 셈이다. 이번에 코로나 사태로 기대수명은 다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팬데믹(세계적 전염병 대유행)은 더 큰 평등을 가져왔다. 가장 유명한 예로, 14세기 유럽에서 흑사병으로 인해 너무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자 노동력이 부족해졌고 이로 인해 노동자들의 협상 지위가 향상됐다. 이후 19세기 콜레라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세균 이론을 발전시켰다. 그 결과 처음에는 부국에서, 그리고 제2차 세계 대전 후에는 나머지 나라들에서 장수 인구가 증가하는 발판이 마련됐다. 전 세계에 걸친 인류의 수명 차이가 균형을 찾게 됐다.

이번에는 어떨까. 전염병이 돌면 4년제 대학 학위가 없는 노동자의 3분의 2가량은 비필수 노동자여서 소득을 잃을 위험이 있다. 대졸자들은 대체로 건강과 재산 모두를 보호할 수 있었던 반면, 교육을 덜 받은 노동자들은 건강과 재산 중 하나를 잃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로 인해 소득과 장수의 격차는 이제 더 벌어지고 있다. 교육을 덜 받은 백인들이 첫 번째로 전염병의 큰 피해를 받았지만,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히스패닉계 미국인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백인들보다 더 많이 숨을 거뒀다. 그래서 백인과 흑인의 사망률이 최근 들어 예전보다 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인종적 격차는 주거 분리, 복잡한 생활환경, 통근 패턴 등 여러 가지 이유 탓이다. 거주 지역별 차이도 있다. 뉴욕시에서는 이런 다양한 요소가 특히 더 중요하게 작용했지만, 다른 곳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뉴저지주에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히스패닉계의 코로나 바이러스 사망률이 특별히 더 높지는 않다. 이와 별도로 미국의 값비싼 의료 시스템은 계속해서 팬데믹의 영향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올봄에 일자리를 잃은 수천만명의 미국인 중 상당수가 고용주가 제공한 건강보험을 상실했다. 많은 이들이 대체 수단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은 훨씬 심한 불평등과 사회적 기능 장애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경찰의 폭력 행사나 엄청나게 비싼 의료 서비스에 대중이 분노하면서 미국 사회의 기존 구조가 붕괴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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