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성장 가능한 지구의 하늘을 여는 전기 항공기

    • 김명집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입력 2020.06.26 03:00

[On the Tech]

김명집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김명집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전 세계가 신종 감염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인수공통감염병 출현의 근본 원인으로는 기후변화가 꼽히고 있다.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산업화는 빛과 그림자를 함께 주었다. 산업발전과 풍요는 빛이지만,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 배출은 그림자로 지구온난화를 유발시켜 왔다.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의 연간 배출량이 100년 전보다 10배나 증가했고, 배출량의 약 2%는 항공기 배출가스로 한국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많다. 이런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린 건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1999년 '항공과 지구 대기'란 특별보고서였다. 육·해·공 모든 교통수단에서 전체의 약 13%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항공기는 약 2%를 차지하는데, 항공산업의 기후변화 대응이 미진할 경우 2050년 항공기 탄소 배출량이 1992년 대비 10배까지 폭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52년 제트 여객기가 최초 운항을 시작하고 항공운송시장은 탄탄히 성장해왔다. 최근 10년간(2009~2018년) 여객 수는 연평균 6.3% 성장률을 구가했다. 반대급부로 작년에만 9.14억t의 이산화탄소가 항공기에서 배출되었다. 여객기는 가스터빈엔진으로 추력을 얻는데, 객실 여압과 조종에 필요한 동력도 함께 얻는다. 제트유가 연소되며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여객기는 권계면과 성층권 하단을 비행하기 때문에 배출가스는 성층권에 직접 유입된다. 성층권은 12~50㎞ 상공에 있고 자외선을 흡수하는 오존층도 품고 있다. 수직 대류 현상이 거의 없어 한번 유입된 부유물은 3~5년간 성층권에 머무르니, 배출가스도 오랜 기간 머물며 오존층을 약화시킨다.

이런 난제 해결을 위해 2000년대에 '항공기 전기화'가 대두되었다. 항공기 전기화 방안은 두 가지다. 첫째는 MEA(More Electric Aircraft)이다. '더욱 전기화된 항공기'이다. 무거운 유압계통과 공압계통을 전기화해서 경량화하고 엔진 동력 사용 최소화로 연료 소비와 배출 가스양을 낮춘 기종이다. 보잉 787이 대표적 MEA이다. 둘째는 전기추진 항공기이다. 가스터빈엔진을 전기모터로 교체, 배출가스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항공선진국은 2000년대부터 기술 실증을 시작했다. 유럽연합항공안전청은 올해 6월에 슬로베니아 피피스트럴의 전기 경비행기에 세계 최초로 형식증명을 발급했다. 그 이상급 항공기도 전기추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중대형급 전기추진은 고출력 전기추진 파워트레인(동력 발생·전달 장치)과 에너지 고밀도 배터리 등의 소재·부품 기술, 고고도 환경과 우주 방사선 노출로부터 전자장비 보호기술 등이 필요하다. 중대형 전기추진 항공기의 상용화는 빠르면 2030년대로 예상된다.

이보다 빠른 소식도 있다. 도심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이라는 도심 환경에 적합한 수직이착륙 전기추진 항공기를 이용한 항공교통이다. 대도시 교통망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교통체증과 미세 먼지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도시 주거 형태가 수평에서 수직화된 것같이, 교통체계도 지상에서 공중으로 수직화하는 것이다. 50분 걸리던 부산역~해운대를 에어택시로 10분 만에 가면서,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오륙도와 광안대교 풍광은 덤이다. 에어택시 감항성 입증, 도심항공교통 인프라 구축, 규제 정비 등의 상용화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에어택시는 늦어도 10년 이내에 시민의 날개가 되어 주요국 대도시의 지상 교통체증 해소와 맑은 대기질 유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치고 간다"는 격언처럼 전기화라는 메가트렌드로 친환경 전기 항공기가 온실가스 배출 항공기를 밀어내고 지속성장 가능한 지구의 하늘을 열 날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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