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가치사슬의 격변이 온다

    • 송재용 전미경영학회 국제경영분과 차기 회장·서울대 교수

입력 2020.06.26 03:00

[WEEKLY BIZ Column]

2010년부터 리쇼어링 시작한 미국 코로나로 가속화
스마트팩토리 등 한국도 미리 대비를

송재용 전미경영학회 국제경영분과 차기 회장·서울대 교수
송재용 전미경영학회 국제경영분과 차기 회장·서울대 교수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으로 자유무역이 촉진되면서 선진국의 생산 거점을 중국 등 저임금 국가로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이 세계경제와 무역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 오프쇼어링이 대세를 이루면서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이 부상하여 G2(주요 2국)의 반열까지 올라섰다. 한국 기업들도 중국을 오프쇼어링 거점으로 활용하는 한편, 중국에 부품·소재·장비를 수출함으로써 이러한 트렌드의 주요 수혜자가 되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이러한 글로벌 가치사슬의 근본적 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 글로벌 가치사슬은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오프쇼어링 패턴 변화와 리쇼어링 가속화

오프쇼어링 중심의 제조업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에 시작되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제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한 미국은 제조업을 미국으로 되돌리기 위해 리쇼어링(reshoring) 이니셔티브를 2010년 시작하였다. 필자는 2014년 미국의 대표 제조기업인 GE의 임원 워크숍에 기조 강연자로 초청되어 이멀트 회장과 만찬을 했다. 이멀트 회장은 GE가 중국에 있던 가전 공장을 미국으로 되돌렸고, 향후에는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공장은 미국에 짓겠다고 필자에게 이야기했다. 중국의 인건비 급등과 물류비용 등을 고려하면 중국 제조 비용이 미국의 80~90% 수준까지 올라왔는데, 미국 정부의 유턴 인센티브를 받고 로봇과 자동화 기반의 스마트 팩토리를 건설하면 미국에서 제조해도 비용 측면에서 별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R&D 거점과 고객 근처에 공장을 지으면 신속한 협업과 맞춤형 고객 대응을 통한 이점도 크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미국 정부의 강력한 제조업 리쇼어링 인센티브와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힘입어 2010년 10개에 불과했던 유턴 공장은 2018년 886개로 미국 제조업 신규 고용 창출의 55%를 담당했다. 일본도 강력한 제조업 유턴 정책을 펼치고 규제 개혁을 한 결과 2017년에만 774개 공장이 복귀했다.

중국의 인건비 급상승 등으로 인한 중국 제조 비용 급증과 스마트 팩토리 기술의 발전으로 2010년대부터 리쇼어링 추세가 강화되던 와중에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보다 강화된 자국중심주의·보호무역주의 흐름, 미·중 패권 전쟁 격화로 인해 리쇼어링 트렌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속화될 것이다. 이러한 리쇼어링 트렌드는 탈(脫)글로벌화 트렌드로 이어지고 오프쇼어링의 최대 수혜자였던 중국의 세계경제 위상을 하락시킬 것이다.

비용 절감이나 시장 접근 관점에서 오프쇼어링에 계속 의존해야 하는 기업도 중국으로 생산 거점을 단일화하는 전략의 위험성을 깨달았다. 이 때문에 한국, 일본 기업이 사드 보복,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 이후 그랬듯이 중국에 더해 베트남 등에 추가 공장을 건설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의 형태로 오프쇼어링 거점을 이원화하거나 스마트 팩토리 건설을 통해 주요 시장에 생산 거점을 두는 다원화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오프쇼어링 거점의 다원화 전략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원가 효율성 최적화 전략에서 벗어나 팬데믹과 같은 돌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회복 탄력성을 중시하는 전략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경영서비스의 글로벌 아웃소싱 가속화

리쇼어링 중심의 탈글로벌화와 오프쇼어링 거점 다원화로 대변되는 제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와는 달리 인터넷 기반 산업이나 경영 서비스 분야의 글로벌화는 디지털 대전환 본격화로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보다 가속화될 것이다. 이번 팬데믹 사태로 화상회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기업 줌(Zoom)의 전 세계 일일 사용자가 3억명에 이른 것이 좋은 예이다. 또한 재택근무 활성화는 신흥시장의 고등 교육을 받은 우수 사무직 인력을 저렴한 인건비로 활용하는 기회를 넓혀 경영관리, 콜센터, 소프트웨어 코딩 등 경영 서비스의 글로벌 아웃소싱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 정부·기업의 3가지 대응책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글로벌 가치사슬의 격변이 예상되기에 한국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중국 중심의 글로벌 오프쇼어링 가치사슬의 수혜자가 한국이었던 만큼 선진국 제조업의 리쇼어링과 탈글로벌화 트렌드, 미·중 패권 전쟁으로 인한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중국의 역할 감소와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대륙 간 무역의 퇴조는 한국에는 위협이다. 한국 기업에는 오프쇼어링이 시장 확대를 위해서도 중요했기에 베트남 등을 새로운 비용 절감형 오프쇼어링 거점으로 육성하는 한편, 미국, 유럽 등 주요 거점 시장에 스마트 팩토리를 건설해야 한다.

또한 최근 한국의 과도한 규제와 인건비 급등 등으로 한국 시장을 겨냥한 공장조차 해외로 빠져나갔기에 과감한 규제 개혁,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조성, 유턴 기업 인센티브 강화, 스마트 팩토리 육성을 통해 한국 기업의 리쇼어링을 유도하는 정책도 강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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