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4~5시간 거리, 모두 전기 비행기로 대체될 것"

입력 2020.06.26 03:00

세계 첫 전기 상용 비행기 만든 매그니엑스의 로이 간자르스키 CEO

매그니엑스
매그니엑스
매그니엑스(MagniX)는 세계 최초로 완전 전기 상용 비행기 시험 비행에 성공한 미국의 전기 비행기 개발 업체다. 매그니엑스와 캐나다 수상 항공기 업체 하버에어가 공동 제작한 전기 비행기 이플레인(e-plane)은 작년 12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15분짜리 시험 비행에 최초로 성공했다. 이들은 6인승 수상 항공기에 전기 엔진을 장착하는 방식으로 전기 비행기를 제작했다. 마크 가노(Garneau) 캐나다 교통부장관은 당시 AFP통신 인터뷰에서 "이번 시험 비행으로 친환경적 비행이라는 트렌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시험 비행은 BBC와 가디언 등에 '세계 최초 완전 전기 상용 비행기 날다'라는 내용으로 소개됐다. 이후 '전기 비행기의 장단점은 무엇?'이라는 내용의 후속 기사를 여러 매체서 보도해 전기 비행기 산업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매그니엑스는 지난 5월 미국 워싱턴주에서 약 30분짜리 시험 비행도 마쳤다.

매그니엑스
매그니엑스는 2021년 말까지 전기 비행기 상용화 시스템 구축을 마치고 2022년부터는 직접 승객을 태우는 전기 비행기 상용화 목표를 밝힌 상태다. 상용화 가능성은 높을까. 개발 비용 부족 등으로 좌초되진 않을까. 항공업계는 매그니엑스의 목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매그니엑스는 뉴질랜드 출신 억만장자 리처드 챈들러가 창립한 싱가포르 클레몬트(Clermont) 그룹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개발 비용 조달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전기 비행기 시대가 마침내 왔다"는 매그니엑스의 로이 간자르스키(Ganzarski) 최고경영자(CEO)에게 전기 비행기(electric aviation) 상용화와 향후 목표 등에 대해 물었다.

환경친화적이고 운영비 싼 전기 비행기

―왜 전기 비행기를 개발하고 있는지.

"현재 비행기는 운영하는 데 매우 비싼 비용이 들어가며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결국 현재 비행기는 효율적이지 못하며 환경 친화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전기 비행기는 현재 비행기와는 달리 어떤 유해 물질도 배출하지 않으며 관리 비용 또한 저렴하다. 이것이 우리가 전기 비행기를 개발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지상 교통을 대체하겠다는 목표도 있다. 사람들은 현재 40~50분의 비행 대신에 자동차로 5시간 운전을 한다. 그것이 더욱 싸고 쉽기 때문이다. 우리 목표는 전기 비행기 상용화로 비행기 탑승에 대한 접근성을 자동차 운전만큼 쉽게 만들어 지상 교통을 대체하는 것이다."

―전기 비행기 상용화는 어떤 의미인가.

"전기 비행기 상용화의 의미는 이렇다. 앞으로 택시를 타듯 쉽고 빠르게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현재 공항은 많지만, 대기 시간이 길고 쓰이지 않는 공항도 많다. 이런 공항을 활용해 전기 비행기 상용화를 노리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사람들은 주말이나 여름에 바닷가로 여행을 자주 간다고 알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 충청남도 해안 도시인 태안까지 가려면 5시간 정도 운전하거나 버스를 타야 한다. 이런 경로가 단거리용 비행기로 대체되는 것이다."

―전기 비행기 관련 구체적인 수치를 말해달라.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전기 비행기는 일반 비행기보다 운영비가 40~70% 정도 저렴하다. 비행 거리도 짧지 않다. 현재 기술력을 기준으로 기존 9인승 비행기를 전기 비행기로 개조할 경우에 한 번 충전으로 160㎞를 날 수 있다. 새로운 9인승 전기 비행기를 제작하면 804㎞를 날 수 있다. 현재 시속 400㎞(일반 여객기의 시속은 900㎞) 수준이지만, 상업용 완제품은 시속 800㎞까지 올릴 계획이다."

연료비는 일반 비행기의 50분의 1

―전기 비행기 단점으로 충전 시간 등이 꼽히는데.

"테슬라와 같이 수퍼 충전기를 사용할 경우 30분 비행에 30~45분 정도를 충전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단점을 보완하는 것은 바로 가격이다. 전통 비행기가 30분 날기 위해서 300달러(약 35만원)를 써야 한다면, 전기 비행기는 6달러(약 7200원)면 된다. 약 5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용량 부족과 폭발 등 배터리 기술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우리는 배터리 용량을 늘리기보다 160㎞를 날 수 있는 단거리용과 860㎞를 날 수 있는 중장거리용 전기 비행기 개발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 아직 배터리 기술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 때문에 장거리용 전기 비행기 개발에 목매다 보면 전기 비행기 상용화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단거리용 전기 비행기 등의 개발로 전기 비행기 산업을 활성화하는 게 우선적 목표다. 또 발화 가능성이 낮은 리튬-황 배터리나 전고체 배터리 등이 개발되면서 폭발 같은 위험 문제도 빠른 속도로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전기 비행기 산업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전통 비행기를 전기 비행기로 전환하거나 전기 비행기를 구입하는 항공사 등에 환경 보호 관련 세금 감면 혜택을 줘야 한다. 또한 특정 비행 거리 이하 노선은 무조건 전기 비행기로 날게 하는 규정 같은 걸 만들어야 한다. 부족한 충전 인프라 설치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보조금 등을 제공해 공항에 인프라를 짓게 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새로운 먹거리 산업 활성화와 환경 보호를 돕는 일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로 전기 비행기 수요 늘 듯

―전기 비행기 산업의 현황과 전망은.

"항공업계는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항공업계에 최악의 어려움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는 되레 항공업계에서 전기 비행기를 늘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북적거리는 거대한 공항 대신 전기 비행기를 취급하는 작은 공항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질 것이다. 수백 명이 타기 때문에 전염병 확산 확률이 높은 대형 여객기보다는 전염병 확산 컨트롤이 가능한 소형 전기 비행기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15년 후인 2035년에는 1600㎞ 이하 거리를 나는 모든 비행기는 완전히 전기화될 것이다."

―전기 비행기 산업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진짜(real)'로 표현하고 싶다. 전기 비행기는 절대 상상 속의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전기 비행기를 개발했고 시험 비행 여러 번으로 전기 비행기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전기 비행기는 전망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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