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강해지는 채권자 행동주의

    • 안자니 트리베디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입력 2020.06.12 03:00

[WEEKLY BIZ Column]

안자니 트리베디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안자니 트리베디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코로나 바이러스는 대출자와 채권자 사이 힘의 균형을 채권자로 옮기고 있다. 채권단은 협상 테이블에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담보 채권이 늘어나고 있다. 세계 최대 크루즈 업체인 카니발은 280억달러의 선박과 자산을 바탕으로 3년 만기에 연 11.5%의 금리를 지급하는 채권을 40억달러어치 발행했다. 유럽에서는 스포츠카 제조업체 맥라렌 오토모티브가 새로운 긴급 자금 마련을 위해 채권자들과 옥신각신하고 있다. 아시아도 비슷한 추세다. 지난 10년 동안 악화됐던 계약의 질이나 채권 투자자 보호 수준이 개선되고 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광산회사 지오에너지그룹은 채권단에 특정 조항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의 닥터펑텔레콤미디어그룹은 2%포인트 이상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분할 상환하는 조건으로 2020년 만기 채권의 만기를 1년 반 연장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례가 나타날 것이다. 기업 투자자들은 이제 경영의 효율성과 지배구조 강화를 요구하고 기업에 책임을 물을 기회를 더 많이 갖게 됐다. 채권자들은 현금을 많이 보유한 기업을 선호하며, 기업 가치를 높이고 싶어 한다.

그레고니 니니 드렉셀대 재무학과 교수는 "기업들은 특히 지금 채권자를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기존 채권자들이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에서 평균적으로 기업이 채권자와 협상을 벌인 후에 회사 경영 실적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기업은 일반적으로 외부의 압박을 받기 전까지는 기존의 경영 규모를 줄이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채권자의 개입은 상당히 행동주의적일 수 있다.

2008년 이후 기업들은 법원의 파산 절차와 구조조정 대신 법원 밖에서 부실 채권을 팔아 자금을 조달해 자금 위기를 해결하려 했다. 그래서 그들이 가진 자본 구조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반면 투자자들은 시중에 풀린 자금이 워낙 많은 데다 금리도 낮아 안전장치가 느슨한 채권도 사들였다. 하지만 상상도 못한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채권 환수가 어려워졌다. 기업이 언제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채권자들도 새로운 행동을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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