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에 1000억원 받고 아베에게 칭찬듣고… 대단한 AI 중소기업

입력 2020.06.12 03:00

日 최대 유니콘 '프리퍼드 네트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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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PFN이 개발한 이미지 자동인식 정리 로봇. ② 지난해 5월 일본 총리 관저에서 열린 일본벤처대상 시상식에서 니시카와(가운데) 사장이 아베(왼쪽) 총리에게 도요타와 공동 개발 중인 로봇을 설명하고 있다. ③ 일본 도쿄에 위치한 PFN 본사. / PFN
최근 10년간 일본 최대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일본 인공지능(AI)의 최대 기대주, 지난해 일본벤처대상 최고상인 총리상 수상. 세계 첨단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일본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AI 벤처기업이 있다. 2014년 도쿄에서 창립된 프리퍼드 네트웍스(PFN). PFN은 AI의 핵심 기술인 딥러닝(심층 학습)을 우리 주변의 다양한 산업에 접목해 주목받고 있다. 딥러닝은 인간의 뇌 신경세포 구조를 기계에 적용한 정보 처리 모델이다. PFN은 시스코,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도요타, 미쓰이물산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과 AI 분야에서 공동 연구를 주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빌 게이츠를 존경한 공학도

日 최대 유니콘 '프리퍼드 네트웍스'
PFN의 니시카와 도루 사장은 도쿄대 대학원에 다니던 2006년 검색 엔진 개발 업체 PFI를 창업했다. 그는 6월 초 WEEKLY BIZ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중학교 시절부터 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를 존경해왔다고 했다. 이어 "2010~2011년 즈음 당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딥러닝의 가능성을 직감해 딥러닝 개발 기업인 프리퍼드 네트웍스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구글이 딥러닝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논문을 발표한 것도 이즈음이다.

PFN은 비상장 기업으로 실적은 비공개다. 다만 니시카와 사장은 "수익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PFN이 2014년부터 6년 동안 외부 기업에서 지원받은 누적 자금은 168억8700만엔(약 1868억5127만원)이다. 지난해 11월 CNN은 PFN에 대해 "기술 혁신이 척박한 일본에서 규모가 가장 큰 기술 신생 기업(tech unicorn)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스타트업 정보 업체 CB인사이츠가 6월 발표한 세계 유니콘 기업 순위에서도 PFN은 기업 가치 20억달러(약 2조4180억원)로 일본 기업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다양한 산업에 AI 기술 접목

PFN은 딥러닝 기술을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해 변화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영상 인식과 빅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분석 기술이 딥러닝의 핵심 분야다. 니시카와 사장은 "딥러닝을 가령 화학 등 다른 분야와 결합해 해당 분야에서 몇 곱절의 기능 향상을 이끌어내는 게 우리만의 경쟁 포인트"라고 말했다. 도요타와 세계 1위 산업용 로봇 업체인 화낙은 창업 초기부터 인연을 이어온 대표적인 파트너 기업이다. 화낙은 현재 산업용 공정의 자동화 비율이 80% 이상인데, PFN은 이 산업용 로봇이나 기계에 소프트웨어 기술을 제공해 성능 향상에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AI의 딥러닝을 사용해 산업용 로봇 고장을 40여 일 전에 미리 감지하는 시스템을 공동연구했다. 지난해부터는 도요타와 개인용 로봇 분야에서 또 다른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헬스케어 분야에 주력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에 자회사도 설립했다. 니시카와 사장은 "일본이 강점을 지닌 바이오 분야에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면 선진 의료 시장인 미국의 암 진단 사업에서 앞서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이 발생할 때 체내에서 발생하는 '마이크로RNA' 물질을 측정한 데이터와 혈액 속 특정 물질을 딥러닝으로 분석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종전의 암 진단 정확도를 최고 99%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한다. 또 최근에는 화장품과 반도체 대기업과 손을 잡았고, 스포츠 분석, 게임과 애니메이션, 교육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했다.

도요타·화낙이 먼저 제휴 손길

PFN은 창업 초기부터 NTT와 화낙, 도요타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먼저 손을 내밀며 거액의 개발 자금을 지원했다. 도요타는 2015년 10억엔(약 110억원)에 이어 2017년에도 105억엔(약 1161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니시카와 사장은 "먼저 연락을 준 도요타가 이례적일 정도로 신속히 임원 회의를 거쳐 자금을 지원해줘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2018년에는 히타치와 화낙이 PFN에 손을 내밀어 3사 합병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PFN의 이례적 성장 바탕에는 니시카와 사장의 확고한 경영 원칙이 있다. 그는 PFN 설립 때부터 "개발 하청을 받는 고객사 발굴보다 본사 연구 개발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공동 개발을 허락하는 외부 기업들과만 손을 잡았다. 단기 계약도 하지 않는다. 대신 장기적인 제휴 관계를 고집했다. 단기간의 성과에 매달려 기술 개발을 도외시하는 스타트업의 관행을 깨고자 한 것이다.

PFN은 AI 기술을 생소한 영역에 도전적으로 적용했다. 창업 초기부터 딥러닝을 대규모 제조업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에 활용하는 데 주력한 것. 최근에는 일본 최대 정유 업체인 JXTG와 AI를 사용해 대체 소재와 석유 플랜트 자동 제어 시스템을 개발하느라 분주하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게임이나 이미지·음성 인식을 활용한 소비재 분야에 집중했던 전략과 선을 그은 것이다. 니시카와 사장은 "만약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분야에서 경쟁하려고 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용 반도체 직접 개발해

PFN은 또 창업 초기부터 빅데이터 처리에 필수적인 자체 반도체 개발에 나서 하드웨어 경쟁을 선점하고 나섰다. 데이터 분석 수요가 높아지면서 고속 연산을 계산하고 처리하는 기계의 두뇌 격인 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대다수 AI 기업은 미국 엔비디아의 영상 처리용 반도체(GPU) 등 외부 업체의 반도체를 구입해 사용해 왔다. 최근엔 구글이나 화웨이도 막강한 자본을 들여 반도체 칩을 개발하고 있다 . PFN은 6월 자사가 개발한 AI용 반도체칩 'MN-Core'를 탑재한 4번째 수퍼컴퓨터를 공개했다. PFN에 따르면 1초동안 12만8천조 이상을 계산할 수 있어 딥러닝 성능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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