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거버넌스가 관건… 전문성과 자격 갖춘 팀도 중요"

입력 2020.06.12 03:00

빅토리아 바버리 국제국부펀드포럼(IFSWF) 사무국장

빅토리아 바버리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부펀드의 움직임이 더 주목받을 겁니다."

국부펀드 전문가인 빅토리아 바버리(Barbary·40) 국제국부펀드포럼(IFSWF) 사무국장은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IFSWF는 세계 주요 국부펀드들이 2009년 설립한 자발적 모임이다. 현재 국부펀드 34곳이 회원이다.

바버리 사무국장은 국부펀드를 '우산(rainy-day) 펀드'라고 불렀다. 주식, 채권 등 다량의 유동 자산을 갖고 있어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 꺼내 쓸 수 있는 우산 같은 존재라는 얘기다. 그는 "아직은 이 우산을 꺼내 쓴 나라가 노르웨이 정도지만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되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IFSWF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세계적으로 대규모 자산 매각 바람이 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국부펀드들이 적극적으로 자산을 팔아 현금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저유가로 재정난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중동 국가들에 국부펀드를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JP모건은 국부펀드들이 올 상반기에만 2250억달러를 현금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려되는 것은 이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2차 충격. 금융시장 불안은 실물 경제 위축으로 번질 수도 있다.

정치 바람 안 타야 국부펀드 성공

장기 투자자인 국부펀드는 글로벌 경제의 장기 리스크(위험 요인)인 기후변화 문제 해결사로도 나섰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아부다비투자청, 쿠웨이트투자청, 사우디 공공투자펀드 등 대형 국부펀드 여섯 곳은 2018년 '원 플래닛 국부펀드 그룹'을 결성했다. 국부펀드들이 투자를 할 때 기후 이슈를 적극 고려하자는 것. 예를 들어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지난 3월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유·철강·콘크리트 관련 기업 네 곳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기로 했다. 대형 국부펀드 여섯곳의 자산은 3조달러가 넘는다. 바버리 사무국장은 앞으로 더 많은 국부펀드가 이 그룹에 참여하며 기후 이슈를 주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요즘은 민간에도 큰 펀드가 많아 자산 규모만 놓고 보면 국부펀드를 특별히 큰 투자 집단이라고 볼 순 없어요. 그런데 국부펀드의 행보가 이들보다 더 주목받는 이유는 정부 소유이기 때문입니다. 막강한 영향력도 여기서 나와요."

바버리 사무국장에게 성공한 국부펀드의 공통점을 물었다. 그는 국부펀드마다 주어진 목표, 성공의 정의가 다르다면서도 일반적인 요소로 튼튼하고 독립적인 거버넌스(지배구조), 전문성과 자격을 갖춘 팀, 투자에 대한 경제·금융적 접근 방식을 꼽았다. 그는 "우리는 튼튼한 거버넌스가 국부펀드의 목적 달성을 위한 열쇠라고 믿는다"며 "IFSWF의 가장 중요한 역할도 이를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IFSWF의 회원이 되려면 3년마다 이런 원칙을 잘 지키고 있는지 자체 평가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국부펀드는 여전히 '왕실의 사금고' '국가가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수단'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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