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일본, 경상수지 적자국 된다?

입력 2020.05.29 03:00

가계·기업 저축은 줄고, 정부 재정적자는 늘고…

지난 2월 일본 재무성은 지난해 일본의 무역 흑자가 전년보다 53.8% 줄어든 5536억엔(약 6조392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2011년 이전 연12조~14조엔 흑자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그러자 일본의 중장기 경상수지에 어두운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 민간 경제 연구소인 닛세이기초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8년 일본은 경상수지 적자국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경제연구센터도 최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수준인 경상수지 흑자가 2030년에는 GDP 대비 1%를 기록하면서 점차 제로(0)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측했다. 10여 년 뒤엔 일본이 경상수지 적자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듯 최근 교토대학원의 마쓰바야시 요이치 경제학부 교수도 "2030년 즈음 일본은 경상수지 적자국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10년 뒤 경상수지 적자" 일본 비상

이 경제 전문가들은 미래의 경상수지를 예측하는 지표로 가계·기업·정부 부문의 저축과 투자(지출) 관계를 본다. 가계와 기업, 정부 세 부문 각각의 저축에서 투자를 뺀 합계가 경상수지와 일치한다는 자체 공식을 내세우고 있다(국내 민간 순저축+재정 수지=경상수지). 이 공식에 따르면 가계와 기업의 민간 저축이 감소하고 정부의 재정 수지도 악화되는 추세를 보면 10년 뒤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논리다.

먼저 일본 가계와 기업의 저축은 감소할 전망이다. 현재 명목 GDP 대비 약 5%를 차지하는 민간 부문의 연간 저축액은 점차 감소할 것이라고 마쓰바야시 교수는 주장한다. 특히 2025년은 일본의 전후 베이비붐 세대(1947~49년 출생)가 75세 이상인 후기 고령자가 되는 시기다. 그는 "이때부터 의료와 간병 비용이 증가하면서 누적됐던 저축을 갉아먹고 가계 저축은 급속히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쓰바야시 교수는 또 "기업 저축도 앞으로 정체되거나 완만히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 저축은 흔히 영업이익이나 내부 유보라고 한다. 이 기업 저축이 늘어나려면 기업 이익이 증가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기업들의 잠재성장률은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그래서 기업들이 디지털과 인공지능(AI), 숙박과 오락 시설 등에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투자 지출이 늘어나는 만큼 기업 이익이 늘어날지는 미지수이다.

민간 저축 감소에 재정 적자도 지속

일본 정부의 재정 수지 전망도 좋지 않다. 일본 지방·중앙정부의 재정은 명목GDP대비 마이너스(-) 3% 수준으로 만성적인 재정 적자다. 마쓰바야시 교수는 "일본의 지방·정부 부문 재정 수지는 앞으로 조금씩 개선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명목 GDP 대비 -3~-2%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일본 내각부도 '중장기 경제·재정에 관한 추산'에서 2025년 기초 재정 수지 흑자 달성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들어오는 세수는 줄어드는 반면, 각종 사회 비용의 증가, 노후한 공공 인프라와 자연재해 대응으로 세출 삭감은 어려운, 말 그대로 진퇴양난 상황이다. 경제 전문지 동양경제는 지난 2월 "일본 정부의 재정 적자가 지나치게 불어나면 정부의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정 적자 메울 자금 부족

일본은 정부의 막대한 재정 적자를 일본 국내 민간 잉여 자금으로 떠받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민간 금융 자산과 정부 총채무 잔액의 차이를 나타내는 민간 잉여 자금 추이가 향후 경상수지를 점치는 유용한 지표로 꼽힌다. 일본은행의 자금 순환 통계와 일본 내각부의 국민 통계 추산에 따르면 일본의 민간 금융 자산은 아직까지 정부 총채무 잔액보다 많아 잉여 자금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 차이는 점차 좁혀지고 있다. 1996년 GDP 대비 160%이던 이 잉여 자금은 지난 2010년 약 130%에서 지난 2015년에는 120% 아래로 떨어졌다. 마쓰오카 히데아키 전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일본경제연구센터에 주요 25국의 잉여 자금 사례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그는 일본의 민간 잉여 자금이 2028년 GDP 대비 100%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 잉여 자금이 부족해지면 일본 정부가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게 되고 그 자리를 외국 투자자들이 대신하게 된다. 이 경우 일본의 국가 신용도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무역 수입 줄자 해외 투자 수익 늘려

일본은 무역 수입의 감소로 줄어드는 무역수지를 소득수지로 벌충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난 2018년 6월 재무성은 "일본은 무역 대국에서 투자 대국으로 변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재무성은 "수입은 증가하고 수출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대외 자산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본 국내에서 보유한 해외 자산이나 증권 잔액, 해외 배당·이자 수입 등으로 구성되는 소득수지가 흑자를 내면서, 점차 줄어드는 무역수지 흑자를 메우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은 전년보다 6.3% 줄어든 76조1157억엔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 2018년 일본의 해외 직접투자 수익은 10조308억엔으로 처음으로 10조엔을 돌파했다. 컨설팅 기업 레코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기업의 해외 기업 M&A(인수·합병) 건수는 전년 대비 6% 증가한 826건으로 6년 연속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경상수지

무역·서비스수지와 소득수지의 총합으로 구성된다. ①무역·서비스수지: 재화·서비스 거래. ②소득수지: 해외 자회사와 본사 간 거래 수익, 대외 금융 자산·부채에서 발생하는 배당과 이자, 투자 소득, 각종 기부금과 무상 원조 등.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에 '타산지석'

경상수지 적자국 벗어나려면 혁신하라

일본이 무역 적자국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선진국을 중심으로 무역수지보다 소득수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 기업들의 해외 공장 건설과 해외 기업 인수 등 직접투자가 활발해진 덕분이다. 소매업 등 비(非)제조업의 해외 거점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마쓰바야시 교수는 “일본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수지 또한 10여 년 후에는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무역수지 악화와 고령화 등으로 민간 저축이 줄어들면 그 자리를 누적된 소득수지가 포함된 대외 순자산이 메우면서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에 시사하는 점도 크다.

경상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익력을 끌어올리는 기업의 전략이 중요하다. 경제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시야를 장기적으로 보고 경영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UBS웰스매니지먼트의 아오키 다이주 최고투자책임자는 “제조업의 프런티어(새로운 개척 시장)가 축소되고 세계 곳곳에서 IT(정보기술)와 서비스산업이 점차 확대되면 기업의 수익력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진출 때도 현지에 뿌리 내린다는 각오와 공생(共生)을 목표로 투자처를 골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지 국가에서 사업 파트너로 신뢰받는 것도 장기적인 수익 확보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또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재화 수출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기업 내부에서도 기술력을 높인 제품 개발에 자원을 쏟아야 한다. 각국 정부는 세부 정책보다 ‘그랜드 디자인(장기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가령 중국의 신실크로드 전략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처럼 정책의 큰 밑그림을 제시하는 게 더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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