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불러온 식량 위기

    •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 아그네스 칼리바타 아프리카 녹색혁명연합 회장

입력 2020.05.15 03:00

[On the Policy]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왼쪽). 아그네스 칼리바타 아프리카 녹색혁명연합 회장
매년 오스트리아 인구와 맞먹는 900만명이 기아나 그와 관련된 질병으로 숨진다. 비극이다. 그런데 올해는 그 숫자가 두 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식량 공급망이 붕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로 식량 불안이 가중될 위험이 높은 국가는 세계적으로 26국에 이른다. 이 중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모잠비크 등 3국에서만 5600만명이 만성적인 식량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급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던 아이들 3억5000만명이 곤경에 빠졌다.

코로나 사태는 가난한 나라들에 네 가지 식량 안보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코로나 사태로 식량 값은 계속 뛰는데 사람들은 살 돈이 없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코로나 사태로 4% 넘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돈을 벌기 위해 해외로 나간 근로자들의 송금액은 80%가량 급감했다. 방글라데시에선 이미 사람들의 수입이 70%나 줄었다고 한다. 그래서 50%에 이르는 사람들이 음식 소비를 줄이고 있다.

둘째, 코로나 사태로 식량 운송 비용과 시간이 더 들고 있다. 글로벌 해운 물동량은 올 1분기 25%가 줄었다. 지난 3월 운송 비용은 3배로 뛰었다. 그리고 검역이 강화되면서 통관과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

셋째, 코로나 사태가 정상적인 농산물 공급을 방해하고 있다. 인도는 격리 조치가 풀릴 때까지 밀 수확을 연기했고 베트남, 캄보디아 등은 쌀 수출을 금지했다. 이는 매년 45억달러어치의 쌀을 수입하는 아프리카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 농약 등의 통관이 지연되면서 농산물 재배에 차질도 우려된다. 세계은행은 올해 아프리카의 농산물 생산량이 최대 7%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면, 영국에선 식당들이 문을 닫으면서 매주 500만L의 우유가 폐기 처분될 지경이다. 이렇게 남아도는 우유는 분유로 만들어 필요한 나라에 수출할 수도 있었다.

넷째, 유가 하락도 식량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 예컨대 아프리카의 산유국 나이지리아에선 3월 마지막 주 쌀 가격이 30%나 올랐는데, 유가 폭락으로 석유 수출이 급감하면서 식량 수입 대금을 치를 달러를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전 세계 국가들은 식량 공급망의 병목현상을 해소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식량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차원에서 네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국제사회는 우선 식량 안정을 위한 기금을 늘려야 한다. 지금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기근이 세계적으로 확산해 더 큰 돈이 들 것이다. 둘째, 식량 생산 시스템을 빨리 정상화해야 한다. 요즘 같은 모내기 철엔 비료 등의 공급이 매우 중요하다. 나머지 돈으로는 가난한 나라들이 3개월치 식량을 비축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셋째, 지역의 물류 허브(hub)를 육성해 글로벌 식량 공급망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세계식량계획은 이를 위해 당장 3억5000만달러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마지막으로 민간 투자자들이 농업 회사에 투자할 수 있도록 장려할 필요가 있다. 개발도상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식품 가공업체에 우선적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지금 많은 것들이 코로나의 영향을 받고 있다. 전염병의 팬데믹(세계적인 대유행)은 식량 시스템을 전환할 기회이기도 하다. 최근 나이지리아의 온라인쇼핑몰 주미아(Jumia)와 케냐의 농업 스타트업 트위가(Twiga)가 손을 잡았다. 주미아 사이트에서 트위가의 신선한 농산물을 팔기로 한 것. 이는 앞으로 어떤 것이 가능할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사람들은 코로나 전략을 세우면서 식량 공급망 문제를 자꾸 빠뜨린다. 이 문제는 거대하지만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식량 위기를 막으려면 빨리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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