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밀리아, 30초에 300쪽 매뉴얼 암기… 20개 국어 구사"

입력 2020.05.15 03:00

전문가가 말하는 AI로봇 시대
체탄 두베 IP소프트 CEO

한번 통화한 고객 내용 기억해 답변… 수천개 통화 동시에
현재 챗봇 IQ 47.2 양자컴퓨터 발전으로 급속히 똑똑해질 것

체탄 두베 IP소프트 CEO
IP소프트
IP소프트는 디지털 직원(digital employee)을 만드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업체이다. 디지털 직원은 AI 플랫폼 기반 위에서 특정 업무 처리가 가능하고 인간과 소통도 가능한 인간 모습의 챗봇(chatbot)을 말한다. IP소프트가 2014년 만든 어밀리아(Amelia)가 대표적인 디지털 직원이다. 정확한 명칭은 가상 고객 상담원(virtual customer agent). 프런트데스크부터 백오피스까지 전반적인 업무 처리를 한다. 콜센터 상담원부터 보험 판매, 자산·인사 관리 등이 가능하다. 유니시스와 케어스트림 등 글로벌 500여 기업이 어밀리아를 채용한 상태다. IP소프트는 최근 최초의 디지털 직원 구인 플랫폼까지 공개해 디지털 직원 공급에 나서고 있다. 체탄 두베(Dube) IP소프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에게 디지털 직원은 무엇이고 왜 기업들이 디지털 직원을 채용해야 하는지 물었다.

체탄 두베(Dube·54) 프로필 / IP소프트(IPsoft) 개요
고객 감정까지 읽는 디지털 직원

두베 CEO는 디지털 직원을 만든 이유로 '인간 발전'을 꼽았다. 디지털 직원이 일상적 업무를 대신 처리하면 사람들이 더 창의적이고 높은 수준의 혁신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자신의 이론을 논문이 아닌 현실에 직접 적용하기 위해 안정적인 뉴욕대 조교수 직위까지 버리고 나왔다. 두베 CEO는 "직원들이 내부 시스템에서 정보를 찾기 위해서 지루한 검색을 하고 내부 시스템의 사용법을 익히는 건 시간 낭비"라고 말했다. 또 "단순히 더 싼 인건비의 사람들을 찾아서 고용하는 건 산업이나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가치 창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게 어밀리아"라고 말했다.

어밀리아는 30초 안에 300쪽에 달하는 매뉴얼을 숙지하고 영어와 프랑스어 등 20개 언어까지 구사한다. 동시에 수천 개에 달하는 전화도 처리할 수 있다. 또한 고객의 이전 통화 기록과 내용을 기억하고 있어서 고객은 무엇이 문제인지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어밀리아를 채용한 미 올스테이트 보험사의 콜센터 평균 통화 시간은 어밀리아 채용 이후 기존 4.6분에서 4.2분으로 떨어졌다. 미 IT(정보기술) 업체 유니시스는 어밀리아 채용 이후 동일한 내용의 반복적인 고객 서비스 문의가 32% 줄었다. 캐나다 의료 업체 케어스트림에서는 인사팀과 함께 신입 직원의 온보딩(회사에 적응하는 과정)을 도와 입사 하루 만에 중요 정보들을 숙지시키고 있다.

챗봇형 로봇은 기존에 등록된 대화 정보를 활용해 입력된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 반면, 어밀리아는 고객들이 말하는 새로운 형태의 자연어 처리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한 고객은 "보험에 가입하고 싶은데요"라고 상담을 시작할 수 있지만, 다른 고객은 "A보험은 가격이 얼마인가요?"라고 시작할 수 있다. 질문은 다르지만, 두 고객 모두 보험 가입에 긍정적인 뉘앙스라는 것을 어밀리아는 읽어낼 수 있다.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이런 상황들을 훈련하면서 대화의 맥락과 고객의 질문 의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베 CEO는 "기업들이 어밀리아를 구매할 때 나는 '채용'이라는 표현을 쓴다"며 "어밀리아는 화이트칼라(사무직) 로봇으로도 불리지만, 정확히 말하면 우리를 돕는 디지털 동료(colleague)이기 때문이다. 어밀리아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람들의 분노 혹은 기쁨 같은 감정에 맞춰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IP소프트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디지털 직원을 온라인으로 채용할 수 있는 디지털 직원 구인 플랫폼 '디지털워크포스AI(Digitalworkforce.AI)'도 공개했다. 기업들이 웹페이지에서 업무 내용을 적고 해당 업무에 특화된 디지털 직원을 채용하면 해당 디지털 직원은 보안 서버 등을 통해 바로 기업의 시스템 서버로 출근한다. 사전 교육조차 필요 없다.

양자 컴퓨팅 발전으로 꽃길 걸을 듯

두베 CEO는 이런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인간·로봇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두베 CEO는 "디지털 직원은 단순히 기업의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만 쓰이면 안 된다"며 "인간의 창의성을 끌어내기 위해서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로봇 노동 관련 정책을 지원하고 기업은 자체 AI 서버 구축 등 협업 시스템을 보완해 이 과정이 부드럽게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디지털 직원의 한계도 분명하다. 현재 챗봇 등에 쓰인 AI의 IQ(지능) 수준은 여섯 살 아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밀리아는 2018년 해고당하는 아픔도 겪었다. 스웨덴 노르드네트(Nord net) 온라인 은행은 2017년 어밀리아를 고용했지만, 당시 머신러닝용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고 자체 AI 시스템 부재로 인해 어밀리아를 해고할 수밖에 없었다. 두베 CEO는 "현재 챗봇형 로봇들의 IQ는 여섯 살 아이 수준인 47.2에 불과하다"며 "다만 이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양자 컴퓨팅의 발전이 궤도에 올라 짧은 시간 내에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디지털 직원은 사람들의 시간을 벌어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독창적인 작업을 하는 데 그 시간을 쓰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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