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직업 47%가 20년내 사라져… 정부, 교육·세제 개혁 서둘러야"

입력 2020.05.15 03:00

전문가가 말하는 AI로봇 시대
칼 베네딕트 프레이 英 옥스퍼드대 마틴 스쿨 일자리 프로그램 총괄

美 483개 업종 중 113개, 디지털化 가능… 노동시장의 52% 해당
로봇이 일자리 뺏으면 사회 불안 심화돼 경제불안 올수도

칼 베네딕트 프레이 英 옥스퍼드대 마틴 스쿨 일자리 프로그램 총괄
위키피디아
영국 옥스퍼드대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Frey) 박사는 현재 직업의 47%가 로봇에 의해 20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는 내용의 '고용의 미래(The Future of Employment)' 보고서를 2013년 발표하면서 유명해진 노동 전문가다.

당시 뉴욕타임스와 BBC 등 외신을 포함, 국내외 언론들은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내용의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프레이 박사는 이런 보도들은 보고서의 정확한 해석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옥스퍼드대 마틴 스쿨 미래 일자리 프로그램 총괄을 맡고 있는 프레이 박사는 "로봇은 단순히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다"라며 "로봇으로 인해 사회 분열이 심화하고 최소 수년 동안 경제 전반이 불안해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프레이 박사는 이런 분석을 종합적으로 담은 책 '테크놀로지의 덫(The Technology Trap)'을 지난해 출간했다. 프레이 박사에게 로봇 기술이 노동시장에 주는 영향과 의미를 물었다.

칼 베네딕트 프레이(Frey·36) 프로필
로봇 확대되면 빈부격차 커진다

―왜 기업들은 로봇을 쓰려 하는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기업들은 인건비를 절약하면서 동시에 제품의 품질을 개선하고 싶어 한다. 스타트업처럼 작은 회사들은 여러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동화에 대한 수요가 적지만, 제품 품질이 어느 정도 수준에 다다르고 생산 공정이 표준화된 대기업들은 자동화를 가속하고 있다."

―그럼 로봇들에게 일자리를 뺏기는 것인지.

"로봇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중국에서 지난 4년간 약 1250만개에 달하는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안타깝지만, 여러 연구들에 따르면 로봇으로 인한 자동화는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영국의 이동통신사 O2는 2015년 160대의 로봇을 배치했고 로봇들이 매월 50만건의 통화를 무리없이 처리한다. 지난 3년간 주주들의 투자 수익률은 650%를 넘었다. 물론 현재 로봇들은 아직 여러 한계가 있다. 미국이나 필리핀은 같은 영어를 쓰지만, 문화적 장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화이트칼라(사무직) 로봇은 아직까진 사람을 돕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험난한 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에 사람이 로봇에 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 로봇 시대는 우리가 거쳤던 산업혁명처럼 필수적인 과정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로봇으로 인해 사회 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 분열이 무슨 의미인가.

"로봇 등이 블루칼라(현장직)뿐 아니라 화이트칼라들의 일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연구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다만 소수의 고소득 일자리는 자동화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마틴 스쿨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전염병이 창궐한다 해도 고소득층이 직업을 유지할 수 있는 확률은 저소득층에 비해 5배나 높다. 우리가 조사한 483개 직종 중 113개가 디지털 기술로 원격 수행이 가능하다. 이는 전체 미국 노동시장의 52%를 차지하며 이 중 대부분이 고소득 일자리다. 저소득층이 전염병 등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때, 고소득층은 꾸준히 일을 하면서 빈부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것이다. 자연스레 사회 분열이 생겨난다."

―정확한 수치가 있을까.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경제자문협의회가 사용했던 마틴 스쿨의 보고서를 보면 시간당 20달러 미만을 버는 근로자의 83%가 로봇으로 대체될 위험이 있다. 시간당 40달러 이상을 버는 근로자는 대체될 확률이 고작 4%에 불과하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벌어져 전례 없는 빈부격차가 야기됐듯, 로봇 등 자동화도 그런 사태를 만들 것이다."

코로나 이후 로봇 더 빨리 늘 듯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 로봇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그 전망에는 네 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 우선 회사는 침체기 동안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저숙련 일자리를 자동화할 것이다.

둘째,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이 삭감된 근로자들은 소득이 줄어, 직원들이 친절하게 상품을 계산해주고 상품의 위치를 알려주는 고급 수퍼마켓 대신 저렴하고 셀프 계산대가 있는 수퍼마켓으로 가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직원이 필요없어진 고급 수퍼마켓도 로봇 등 자동화 수요가 늘게 된다.

셋째, 회사들은 전염병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려 할 것이다. 아직 대부분의 유통 절차가 수동 프로세스에 의존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 전염병을 옮길 수 있는 근로자들을 자르려 할 것이다.

넷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장한 것처럼 코로나 사태로 인해 기업들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이나 다른 안전한 국가에 공장을 지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인건비 상승 등을 줄이기 위해 자동화를 선택하게 된다."

―그럼 로봇 도입을 멈춰야 할까.

"그건 아니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오늘날 사람들은 더욱 나은 환경에서 살고 있다. 진짜 문제는 정부가 이것에 대해 어떤 것도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자동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게 되면 이를 다뤄야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 로봇 시대에 맞는 교육 분야의 주요 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로봇에게 직업을 잃게 된 사람들의 자손들이 짊어지게 될 부정적인 결과를 완화하기 위한 유아 교육이 절실하다. 원격 근무가 늘어날 사람들을 위해 재택근무 지원 관련 예산을 새로 만들고 초·중·고교와 대학 교육과정 개편으로 직업 전환에 대한 장벽도 줄여야 한다. 또 지난 70년간 임금 수준은 정체되거나 작은 폭으로 올랐지만 세금은 무서운 속도로 상승했다. 세금 공제 등을 통해 저소득 가정의 소득을 증대시켜 빈부격차를 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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