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는 만기가 없는 영구채권을 발행하라

    •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

입력 2020.05.01 03:00

[WEEKLY BIZ Column]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이 코로나19(COVID-19) 대유행과 싸우기 위해선 약 1조유로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 돈은 EU 회생 기금을 설립할 때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자금을 어디서 마련할 것이냐가 문제다. 필자는 EU가 상환 만기 없는 영구채권(perpetual bonds)을 발행해 회생 기금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것을 제안한다.

물론 EU가 그렇게 많은 금액으로 영구채를 발행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정부들 역시 영구채에 의존해 왔다. 가장 잘 알려진 예가 영국이다. 나폴레옹 전쟁 때는 전쟁 자금 조달을 위해 정리사채를,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전쟁채권을 사용했다. 이때 발행된 채권은 2015년 둘 다 상환될 때까지 런던에서 거래됐다. 1870년대 미국 의회는 이미 존재하는 채권을 통합하기 위해 재무부에 정리사채를 발행할 권한을 부여했고, 이후 몇 년 안에 채권이 발행됐다.

EU는 국민의 생명뿐 아니라 유럽연합 존립까지 위협하고 있는 바이러스에 맞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 EU는 회원국 모두에 타격을 주는 이 비정상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영구채는 세 가지 이점을 지닌다. 우선, 영구채는 상환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EU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줄 것이다. 더구나 EU는 채권 만기가 도래할 때 다른 채권을 발행해 대체하거나 혹은 원금을 지급하거나 심지어 최종 상환을 위해 돈을 적립할 필요가 없다. EU는 정기적인 이자만 지불하면 된다. 0.5% 이자가 붙는 1조유로의 영구채 이자 부담은 연간 50억유로에 불과하다. EU의 2020년 예산 중 3%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두 번째 장점은 기술적이지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시장이 1조유로를 한꺼번에 흡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에 영구채를 발행함으로써 매번 새로운 채권을 만들지 않고 금액을 분할해 발행하는 것도 채권 발행에 성공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세 번째 장점은 EU가 발행하는 영구채가 ECB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에 매우 매력적인 자산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영구채의 만기는 항상 같기 때문에 ECB는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재조정할 필요가 없다.

유럽의 각국 지도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EU에 미칠 장기적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래서 EU 회생 기금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자금 조달이 가장 쉽고 빠르며 비용이 적게 드는 영구채 발행은 좋은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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