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비실대던 중국 기업, 이 앱 통하니 살아나네

입력 2020.05.01 03:00

텐센트의 위챗 마케팅으로 불황 뚫는 中 기업들

패션 의류를 홍보하고 있는 패션 왕훙(인플루언서)의 모습./바이두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의 량젠장 회장은 지난달 25일 마치 홈쇼핑 호스트처럼 카메라 앞에 서서 여행 상품을 판매해 큰 주목을 받았다. 올 초부터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타격을 입은 구이저우(貴州) 등 중국 주요 관광지의 15가지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자리였는데, 불과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이 방송 시청자 수는 61만명을 기록했다. 상품 구매자들에게는 할인 혜택을 주고, 네 차례 추첨을 통해 당첨자들에게 별도의 선물을 주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그 결과 당일 상품 주문 건수는 총 1만7000건, 총거래액은 2000만위안(약 34억원)에 달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친근감 있게 직접 고객들에게 다가가 호감을 샀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량 회장이 이 자리에서 TV 홈쇼핑 방송 대신 텐센트의 소셜미디어 도구인 위챗을 판매 매개체로 골랐다는 점이다.

메신저 앱에서 생방송 마케팅

위챗이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국 기업들의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3월 출시된 위챗 라이브 방송은 위챗의 기업 계정 구독자를 대상으로 라이브 방송을 하는 게 핵심인데, 기업들이 이 기능을 기업 제품과 브랜드를 알리는 기회로 쓰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온라인 구매가 늘어나는 소비 패턴 변화를 반영해, 마케팅 수단도 모바일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라이브 커머스 방송 영역에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낸 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와 징둥닷컴이었다. 가령, 타오바오는 라이브 방송 하루 평균 방송 수가 6만건 이상이며 하루 시청자 수는 1000만명을 웃돈다. 여기에 텐센트의 위챗까지 가세하며 라이브 커머스 방송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위챗 라이브 방송을 특히 선호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는 위챗 특유의 편리한 기능이다. 기존 홈쇼핑 생방송은 일방적으로 제품의 장점을 설명하는 자리에 그쳤다. 반면 위챗의 경우 위챗 라이브 방송과 위챗 모멘트(한국의 카카오스토리와 유사) 등 소통 루트가 위챗 앱 안에 모두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고객과 업체 간 소통 과정이 조금 더 수월하다. 또한 위챗 라이브 상거래는 진입 문턱도 비교적 낮고 무료로 접속이 가능해, 기업들이 참여하는 데도 별다른 부담이 없다. 게다가 위챗 라이브 방송 시청자는 자신의 위챗 친구에게 본인이 시청 중인 방송을 공유할 수 있어서 기업 측은 더 큰 홍보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 바이러스로 판로가 막혀버린 상당수 기업들이 위챗으로 시장에 되돌아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3월 8일 위챗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한 중국 패션 브랜드인 어우스리(歐時力)는 지난달 8일 라이브 방송 중 주문량이 평균 판매량의 12배를 넘어 큰 주목을 받았다. 패션 기업인 완메이르지(完美日記), 자동차 기업 광치촨치(廣氣傳祺), 패션 브랜드 모앤드코(MO&Co), 어반레비보(URBAN REVIVO) 등 다수 유명 브랜드들도 이미 위챗 라이브 방송에 참여해 매출을 2~3배가량 늘린 것으로 추산된다. 위챗 관계자는 "위챗 라이브가 기업의 디지털화를 한층 가속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라이브 상거래 산업의 규모를 키우고 내실을 다지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챗 라이브 방송 중 여행 상품을 소개하고 있는 중국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의 량젠장 회장(왼쪽). /바이두
대금 결제 기능 활용해 단골 만들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고객들이 외출을 꺼려 발길이 끊긴 중국 오프라인 매장들은 위챗의 결제 서비스인 위챗페이를 결제 기능뿐 아니라 매장 마케팅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 고객이 위챗페이로 결제를 완료하면 매장에서는 기업 계정을 통해 고객이 해당 가맹점을 팔로우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고객이 기업 계정을 팔로우하기 시작하면, 가맹점은 결제를 마친 소비자에게 문자 메시지, 쿠폰 등을 보내며 꾸준히 상품 홍보를 할 수 있다. 즉 가맹점과 고객 사이 결제 외에 새로운 연결 고리가 생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KFC 매장에서 위챗페이로 결제를 마친 고객이 KFC 기업 계정을 팔로우하면, KFC 측은 고객에게 할인 쿠폰 등을 제공한다. 할인 쿠폰은 모바일로 받게 되며, 쿠폰 기한을 따로 설정해 일정 기간 내 고객이 다시 매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한다. 지속적으로 매장 소식을 알리면서 쿠폰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고객의 재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또한 위챗은 광범위한 소셜미디어 기능을 갖추고 있어 사용자는 자신이 받은 모바일 쿠폰을 위챗상에서 친구들과도 공유할 수 있다. 기존 이메일이나 채팅 앱 채널을 활용한 마케팅 도구는 자사 제품을 구매한 사람만 쓸 수 있게 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위챗페이는 기존 고객뿐 아니라 그 고객의 주변인까지 마케팅 대상으로 삼는 일대다(一對多) 방식이다. 중국 당국은 위챗페이의 이러한 기능을 디지털 소비 쿠폰 발행 채널로도 활용했다. 가령 얼마 전 봉쇄령이 해제된 중국 우한시는 지난 19일부터 코로나19로 위축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디지털 소비 쿠폰을 발행했다.

중소기업들은 위챗서 왕훙 활용

위챗의 또 다른 기능인 모멘트는 중소기업이 주목하는 도구다. 위챗 모멘트는 별도의 앱 설치가 필요 없는 인맥 관리 소셜미디어 앱. 한국 카카오스토리와 같이 콘텐츠를 개인 계정 안에 올리는 구조가 특징이다. 인스타그램 혹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 서비스처럼 친구들과 글, 사진, 영상을 공유도 할 수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맞춤형 팝업 광고와 할인 쿠폰을 나눠주는 것이 주된 기능이다. 라이브 방송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기에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영세 기업이 주로 사용한다. 여러 기능 중 팔로어가 많은 왕훙(인플루언서)을 활용한 마케팅이 중국 기업들이 주목하는 기능이다. 위챗 왕훙은 기업형 공식 계정과 개인형 공식 계정이 있지만 시장이 워낙 기업화된 터라 기업형 매체에 가깝다. 보통 팔로어 수가 30만이 넘으면 왕훙으로 여겨지며, 팔로어 수와 영향력 등급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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