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5.01 03:00

코로나 이후 비즈니스 전망

① 현금 없는 사회 가속화 

리리후이 전 중국은행장은 "코로나 사태가 (현금에서) 디지털 화폐로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 전파 우려, 온라인 거래 확대 등으로 물리적인 현금 사용이 줄고 디지털 화폐가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세계 곳곳에서 현금은 푸대접을 받고 있다. 영국 최대의 ATM(현금 자동입출금기) 운영사인 링크는 지난 3월 영국 내 현금 사용량이 절반가량 감소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영국의 코스타 커피 등은 아예 현금을 안 받는다. 중국에선 코로나 지원금도 모바일 결제 수단인 위챗페이로 지급한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폐를 소독하고 2주 이상 별도로 보관한 뒤 풀고 있다.

반면에 디지털 화폐 산업은 탄력을 받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최근 세계 최초로 관영 디지털 화폐(CBDC) 도입을 공식화하고 테스트에 들어갔다.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민간의 기존 가상화폐와 달리 중앙은행이 가치를 보장해 현금을 대체할 수 있는 법정 화폐다. 캐나다, 영국, 스위스, 일본 정부도 뛰어들었다. 민간 쪽에선 미국의 페이스북이 가상화폐인 '리브라'를 연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JP모건체이스와 스타벅스도 독자 디지털 화폐 출시를 앞두고 있다.

② 빨라지는 업무 자동화 

‘코로나19’ 사태는 일의 모습도 바꾸고 있다. 재택근무와 원격 회의가 일상화됐다. 미국의 원격 회의 서비스인 줌(ZOOM)의 하루 이용자는 3억명을 넘었다. 석 달 만에 30배로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로 실업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산업 곳곳에선 자동화 바람이 불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있는 근로자를 로봇으로 대신하려는 것. 미국의 노인 요양시설 메이플우드 시니어 리빙은 코로나가 퍼지자 바퀴 달린 AI(인공지능) 로봇을 시설에 투입했다. 이 로봇은 노인과 대화를 나누고 방도 청소한다. 재활용품을 걸러내는 AI 로봇을 개발한 미국의 AMP로보틱스는 코로나 사태 이후 주문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아마존은 무인 상점 ‘아마존 고’의 기술을 오프라인 소매 업체에 팔기 시작했다. 사태 전만 해도 생소했던 기술이 새로운 돈줄이 된 것. 미국 클렘슨대 리처드 팩 교수는 “코로나 사태로 더 많은 일이 자동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석태 한국SG(소시에테제네랄)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소수의 화이트칼라와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게 되는 블루칼라 간 빈부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③ 새로운 감시 사회의 출현 

중국 푸젠성 난핑시 민정국(동사무소)은 지난달 혼인신고 창구에 안면 인식 시스템을 설치했다. 감염을 막기 위해 안면 인식만으로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게 한 것. 중국 남부의 세븐일레븐 편의점 1000여곳에선 안면 인식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이달부터 개학한 학교에서도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학생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체온을 측정한다. 톈진시 교육청에 마련된 상황실에서는 학생의 이름과 체온을 실시간으로 한눈에 볼 수 있다.

홍채와 손바닥 인식 시스템도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중국 건설은행은 특수 홍채 인식 장치를 사용해 대출 신청자의 신원을 검증하고 있다.

중국에선 결제 수단인 QR코드도 주민의 동선을 파악하고 차단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건강 상태에 따라 세 가지 색깔의 QR코드를 발급하고 출입할 수 있는 장소에 제한을 둔 것. 예를 들어 공공시설에는 녹색 QR코드를 가진 사람만 입구에서 QR코드를 찍고 들어갈 수 있다.

이러한 혁신 기술이 등장하면서 동시에 AI(인공지능)와 5G 네트워크로 무장한 새로운 감시 사회가 출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④ 본격 온라인쇼핑의 시대 

‘코로나19’ 사태로 예상 밖 호황을 누리고 있는 곳은 온라인 유통 업체들이다. 언택트(untact·비대면) 바람이 불면서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몰이나 배달 대행 서비스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지 않은 50대 소비자들이 새 손님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생필품과 식품 등 품목에서 50대 이상 소비자의 구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급증했다.

마트에서 식료품을 대신 사다주는 인스타카트는 코로나 사태 이후 주간 앱 다운로드 횟수가 6만회에서 70만회로 늘었다. 인스타카트는 최근에는 처방전과 약도 배달하고 있다. 음식 배달 업체 우버이츠 역시 카르푸와 손잡고 생필품 배송 서비스를 추가했다.

온라인 업체들은 공격적인 투자로 격차 벌리기에 나섰다. 아마존은 지난 3월 직원 10만명 추가 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시급도 15달러에서 17달러로 인상했다. 배달 로봇이나 드론을 활용해 더 빠른 배송 시스템도 구축한다. 업계에선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유통 전쟁이 사실상 끝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⑤ 기로에 선 항공산업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산업은 업종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하늘을 날아야 할 항공기 대부분이 공항에 서 있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항공기까지 팔기 시작했다. 유럽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는 지난달 항공기 40대 이상을 팔겠다고 발표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올해 세계 항공여객 매출이 전년 대비 38%(2520억달러)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항공 컨설팅 업체 CAPA는 지난 3월 “정부 지원이 없으면 5월 말까지 전 세계 거의 모든 항공사가 파산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코로나 상황이 심각한 이탈리아는 이미 국적 항공사인 알리탈리아항공을 국유화하기로 했다.

미국, 중국, 싱가포르 등 각국 정부는 거액의 지원금을 항공업계에 쏟아붓고 있다. 호텔, 면세점 등 연관 산업이 많은 데다 직접 고용 인원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 이후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집 안에 갇혔던 여행자들이 쏟아져 나와 ‘보복소비(억눌렸던 소비욕의 분출)’를 할 것”이라는 견해와 “공항 검역이 강화되면서 세계화와 함께 자유 여행의 시대도 종말이 올 것”이라는 견해가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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