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가파른 주가 추락… 최악의 충격이 눈앞에 와 있다는 방증"

입력 2020.04.03 03:00

코로나 이후 세계 경제 전문가 진단
미국 리처드 실라 뉴욕대 명예교수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제 연구 인생 중 세계 경제에 가장 심각한 위협입니다."

팔순의 노(老)경제사학자는 코로나19 이야기를 꺼내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 경제사협회와 경영사콘퍼런스의 회장을 지낸 경제사의 대가 리처드 실라(80·Sylla) 뉴욕대 명예교수다.

"지난 한 달간 세계 주식시장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 증시에서 수조달러가 날아갔습니다. 역사상 가장 가파르고 빠른 추락입니다. 주가는 경제 지표 중 가장 먼저 움직이죠. 이제 최악의 충격이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겁니다."

실라 교수는 미국과 아시아, 유럽의 주요 나라들이 이미 경기 침체(recession)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이제 곧 실업률이 크게 상승하고 기업 생산이 줄어들 것"이라며 "아무리 낙관적으로 보더라도 올해 대부분 나라가 제로(0)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실라 교수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침체 기간은 더 짧겠지만 GDP(국내총생산) 하락폭이나 실업률 상승폭은 더 클 것"이라며 "미국의 실업률도 앞으로 1~3개월 사이에 10%를 넘어설 것 같다"고 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0%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3.5% 수준까지 떨어졌다.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봤다. 미국 경제는 2017~2019년 2%대 성장을 이어가며 흔들리는 세계 경제를 지탱해왔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는 적어도 사람들이 매일 출근했고 돈을 썼어요. 위기에도 세상은 열려 있었던 셈입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막대한 경기 부양책 계속 나올 것

실라 교수는 현재 경제 침체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비화할 가능성도 50%가 넘는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세계적으로 빚이 눈덩이처럼 늘어났습니다. 코로나19로 수입이 줄면 빚 갚는 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 습니다. 그러면 금융 위기가 시작되는 겁니다."

이를 막기 위해 미 의회는 최근 2조2000억달러(약 2700조원)의 '수퍼 경기 부양책'을 통과시켰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로, 미국 GDP의 11%에 달한다. 하지만 실라 교수는 "이 돈도 경제적 고통을 완화하고 금융 위기를 막기 위한 단기 처방에 불과하며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규모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대공황과 글로벌 금융 위기가 수년씩 이어진 것은 재정을 덜 풀었기 때문이라는 공감대가 있다"며 "2조2000억달러 대책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막대한 재정 부양책을 계속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라 교수는 당장은 유럽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 같지만 미국이 더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처럼 단호하게 대응하거나 한국처럼 격리 대책을 효과적으로 준비하지도 못했다"고 했다. 미국 기업 중에선 한 달 사이 주가가 3분의 1까지 떨어졌던 항공기 제작사 보잉이 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경쟁력 있는 기업의) 파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상당한 재정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십만 개의 중소기업도 직원을 해고하고 문을 닫을 겁니다. 그 여파가 나머지 경제로 확산되겠지요."

경제사의 굵직굵직한 장면들을 연구해온 그는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경제의 변화 모습에 주목했다. 그는 "재택근무가 노동시장과 기업의 사업 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화이트칼라는 매일 사무실에 나갈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저도 오늘 '줌(Zoom)'이란 화상회의 앱을 이용해 미국 전역에 사는 사람들과 미팅했습니다. 이 위기는 우리에게 가장 희소한 자원인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지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그는 또 기업들이 바이러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자동화와 AI(인공지능)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러스에 걸릴 수 있는 근로자를 기계로 대체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라 교수는 마지막으로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세계가 유행병에 대해 얼마나 무방비 상태였는지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입니다. 앞으로는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최고 덕목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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