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기업들이 소비자 주머니 털어… 美 가구당 연간 440만원씩 손실"

입력 2020.03.20 03:00

[Cover Story] 빅테크 규제 전문가들은 말한다
토마스 필리퐁 뉴욕대 교수

'대반전(The Great Reversal)'. 촉망받는 경제학자 토마스 필리퐁(Philippon) 뉴욕대 교수가 지난해 10월 펴낸 화제의 신간이다. 그는 2009년 르몽드 선정 프랑스 최고 신진 경제학자, 2014년 국제통화기금(IMF) 선정 45세 이하 경제학자 25인에 뽑힌 인물이다. '대반전'이란 자유 경쟁 시장 이상향이자 소비자 천국이던 미국 경제가 독점·과점 체제가 심화하면서 퇴보했다는 한탄이다.

이위재 기자
이위재 기자
그는 미국 내 대표적 독과점 분야로 휴대전화, 인터넷 서비스, 항공업을 겨냥했다. 인터넷 서비스(2018년 기준)는 미국에선 월평균 68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반면, 프랑스는 31달러, 영국 39달러였다. 휴대전화 요금이나 항공료도 마찬가지. 소수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소비자들 호주머니를 털고 있다는 지적이다. 필리퐁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독과점 산업 구조가 미국 국민(중위 소득 가구 기준)에 끼치는 손실은 가구당 연평균 3600달러(약 440만원)에 달했다.

독점이 경쟁 저해할 때 해악

그는 "거대 기업들은 광범위한 정·관계 로비를 통해 법과 제도를 자기들에게 유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면서 "반독점법이나 공정거래법이 2000년대 이후 거의 힘을 못 쓰고 있는 것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경제는 건전한 경쟁 구도와는 거리가 멀다는 인식이다. 그렇지만 "산업 집중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순 없다"면서 "거대 기업이 규모의 경제로 효율성을 달성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단지 "집중이 독과점으로 심화하면서 경쟁과 혁신을 저해할 때 탈이 난다"는 것이다. 미국 자동차 산업은 GM·포드·크라이슬러 '빅3' 체제가 장기 집권하면서 경쟁에 따른 혁신 동기를 차단, 결국 몰락을 자초했다.

최근 쟁점으로 떠오른 거대 테크(tech) 기업들을 놓고선 미묘하게 의견이 갈렸다. 물론 그들이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동원해 시장 지배자로서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소비자 편익을 늘리거나 산업 효율성을 높인다는 근거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애플은 삼성, 아마존은 월마트라는 맞수가 있고,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무주공산이다.

필리퐁은 "애플이 내놓은 아이팟이나 아이폰은 애플이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 내놓은 결과"라면서 "아마존도 월마트가 쉴 새 없이 도전하기 때문에 안심하진 못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구글·페이스북은 지난 10년간 각각 검색과 소셜미디어 시장을 평정했지만 그사이 무슨 의미 있는 혁신적 결과물을 내놓은 게 있냐"고 반문했다.

그는 "워런 상원의원처럼 급진적 (테크 기업) 해체론은 비현실적"이라면서 "그럼에도 이들을 견제하기 위한 시도는 잡음이 일더라도 반드시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크 기업 조세 회피에 대해선 "대기업뿐 아니라 개인도 (탈세나 조세 회피는) 다 하는 짓"이라면서 "테크 기업은 상대적으로 손쉽게 회피할 방법이 널려 있어 대놓고 하다 보니 자주 걸리는 것일 뿐 심각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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