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3.20 03:00
[On the Innovation]
프랑스·이탈리아 등 문화재 복원에
한지 잇단 선정… 과학성에 해외서 감탄
자동차·의료·전자 등 응용 분야 무한해
세계 최초의 목판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발견은 그야말로 드라마 그 자체다. 1966년 경주 불국사 석가탑 해체 공사를 하던 중 2층 탑신부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유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나온 것이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제작연도는 8세기로서 1300년 전 목판 인쇄된 '종이'가 고스란히 석가탑 속에서 숨 쉬고 있었다. 1000년 이상을 버티는 종이가 아니었으면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영영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종이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바로 우리의 찬란한 문화유산인 '한지(韓紙)'다.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찬란한 우리의 기록물들 또한 한지가 있었기에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고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될 수 있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바이에른 막시앙 2세 책상'을 복원하는 데 한지를 채택했다. 또 이탈리아에서는 카르툴라(Chartula·성 프란체스코의 친필기도문) 복원에 한지가 사용되었다. 교황 요한 23세 지구본 복원에 장력이 우수하고 곡선면에서도 주름이 잡히지 않는 한지가 선정되어 한지의 진가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상황이며 외국인들도 감탄한다. 기존에 문화재 복원에 많이 쓰였던 종이는 일본 '화지(和紙)'다.
그럼 왜 한지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되었을까? 탁월한 소재와 독특한 가공 기술에서 한지의 독보적 존재감이 드러난다. 한지는 리그닌(lignin)과 홀로셀룰로오스(holo-cellulose)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 닥나무를 사용하며, 여기에 천연 재료인 잿물을 사용하여 변질되지 않고, 열화되지 않는 중성지 속성을 띠는 것이 큰 특징이다. 또한 '외발뜨기'를 통해 닥섬유가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서로 얽혀 질기고 강한 속성을 지니게 된다. '도침'이라는 독특한 표면처리 기술을 통해 지질(紙質)이 치밀해지고 광택이 나게 하는 등 수많은 공정을 거쳐 완성된다. 그래서 아흔아홉번 장인의 손을 거쳐 사용자 손으로 넘어가기에 백지(百紙)라고도 한다. 그만큼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통과학인 것이다. 중국에서도 경전이나 역대 제왕의 전적을 기록하는 고급 종이로 한지가 선호되었다. '계림유사' '고반여사' 등에는 고려지(한지)는 희고 단단하고 윤택이 날뿐더러, 글을 쓰면 먹이 잘 먹어 좋은데, 이것은 중국에 없는 진기한 것이라고 격찬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종이이자 미래의 종이인 한지가 이제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인쇄 문명과 종이 기술에서 세계 최고 명성에 걸맞게 대한민국은 '한지로드'라는 담대한 청사진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 한지로드는 지구촌 77억 인구가 온통 한지로 뒤덮이는 세상, 산업 제품 및 일상생활 어디에나 한지가 존재하는 세상을 말한다. 문화재 복원에 사용되는 종이가 한지가 주가 되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고, 벽지·단열재를 비롯한 인테리어 자재로서도 이제 한지가 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아울러 패션·의류에 접목하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다.
이것은 서막에 불과하다. 한지가 지닌 특성을 바탕으로 고기능·친환경·웰빙의 아이콘 한지가 본격적으로 자동차·의료·전자산업 등 다양한 산업 소재로 접목된다면 무궁무진한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소비자에게는 이전과는 다른 매우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지가 소재로 쓰인 완성 제품 표면에는 'Hanji Inside' 마크가 보이게끔 하면 제품의 격을 한층 높일 수 있다. 우리의 국부 창출 기회는 바로 이러한 전통 과학에 숨겨져 있다. 한지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고리타분하고 옛날 것이라고 생각되면 지금 이 순간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 국부 창출과 신성장 동력, 기업의 파괴적 혁신의 원천이 바로 여기 전통과학인 한지에 있다고 말이다.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찬란한 우리의 기록물들 또한 한지가 있었기에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고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될 수 있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바이에른 막시앙 2세 책상'을 복원하는 데 한지를 채택했다. 또 이탈리아에서는 카르툴라(Chartula·성 프란체스코의 친필기도문) 복원에 한지가 사용되었다. 교황 요한 23세 지구본 복원에 장력이 우수하고 곡선면에서도 주름이 잡히지 않는 한지가 선정되어 한지의 진가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상황이며 외국인들도 감탄한다. 기존에 문화재 복원에 많이 쓰였던 종이는 일본 '화지(和紙)'다.
그럼 왜 한지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되었을까? 탁월한 소재와 독특한 가공 기술에서 한지의 독보적 존재감이 드러난다. 한지는 리그닌(lignin)과 홀로셀룰로오스(holo-cellulose)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 닥나무를 사용하며, 여기에 천연 재료인 잿물을 사용하여 변질되지 않고, 열화되지 않는 중성지 속성을 띠는 것이 큰 특징이다. 또한 '외발뜨기'를 통해 닥섬유가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서로 얽혀 질기고 강한 속성을 지니게 된다. '도침'이라는 독특한 표면처리 기술을 통해 지질(紙質)이 치밀해지고 광택이 나게 하는 등 수많은 공정을 거쳐 완성된다. 그래서 아흔아홉번 장인의 손을 거쳐 사용자 손으로 넘어가기에 백지(百紙)라고도 한다. 그만큼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통과학인 것이다. 중국에서도 경전이나 역대 제왕의 전적을 기록하는 고급 종이로 한지가 선호되었다. '계림유사' '고반여사' 등에는 고려지(한지)는 희고 단단하고 윤택이 날뿐더러, 글을 쓰면 먹이 잘 먹어 좋은데, 이것은 중국에 없는 진기한 것이라고 격찬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종이이자 미래의 종이인 한지가 이제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인쇄 문명과 종이 기술에서 세계 최고 명성에 걸맞게 대한민국은 '한지로드'라는 담대한 청사진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 한지로드는 지구촌 77억 인구가 온통 한지로 뒤덮이는 세상, 산업 제품 및 일상생활 어디에나 한지가 존재하는 세상을 말한다. 문화재 복원에 사용되는 종이가 한지가 주가 되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고, 벽지·단열재를 비롯한 인테리어 자재로서도 이제 한지가 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아울러 패션·의류에 접목하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다.
이것은 서막에 불과하다. 한지가 지닌 특성을 바탕으로 고기능·친환경·웰빙의 아이콘 한지가 본격적으로 자동차·의료·전자산업 등 다양한 산업 소재로 접목된다면 무궁무진한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소비자에게는 이전과는 다른 매우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지가 소재로 쓰인 완성 제품 표면에는 'Hanji Inside' 마크가 보이게끔 하면 제품의 격을 한층 높일 수 있다. 우리의 국부 창출 기회는 바로 이러한 전통 과학에 숨겨져 있다. 한지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고리타분하고 옛날 것이라고 생각되면 지금 이 순간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 국부 창출과 신성장 동력, 기업의 파괴적 혁신의 원천이 바로 여기 전통과학인 한지에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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