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선거와 민주주의 위협하는 빅테크 기업들

    • 로저 맥나미 엘레베이션파트너스 창업자

입력 2020.03.20 03:00 | 수정 2020.03.25 00:33

[WEEKLY BIZ Column]

브렉시트·美대선서 가짜뉴스들 극성… 미얀마선 폭력 조장
CEO는 증언도 회피… 정부 규제 불가피

로저 맥나미 엘레베이션파트너스 창업자
로저 맥나미 엘레베이션파트너스 창업자
20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세금 낼 때 말고는 연방정부를 상대할 일이 거의 없었다. 엔지니어들은 고객을 흥분시키는 제품을 잇따라 만들어냈고, 정부는 박수를 쳤다. 그런데 9·11 사태 이후 상황이 변했다. 미국 정보기관은 또 다른 테러를 막기 위해 구글을 시작으로 선도적인 디지털 플랫폼 회사와 협력해 방대한 개인 데이터를 확보했다. 
더구나 2008년 이후엔 정치인들까지 가세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정치 선전 도구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IT 업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IT 업계를 겨냥한 조사를 막아줬고,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쇼샤나 주보프 교수 표현대로 '감시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가 현실화됐다.

산업자본주의가 환경을 교란하는 기술을 발전시킨 반면, 감시자본주의는 인간 행동을 조작한다. 전문가들은 인간 경험을 데이터로 변환하고, 각 개인을 대표하는 '디지털 인형(기록 서류)'을 만든다. 그리고 이 디지털 인형 행동을 분석해 모든 잠재 고객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예측하는 방식으로 제품의 마케팅과 광고에 변화를 가져왔다. 선도적인 '감시 자본가'인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도 그들이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개개인 검색 환경을 제한하고, 그들이 예측한 대로 소비자들이 행동하게 만든다. 주보프 교수 주장대로 감시자본주의는 개인의 자율성과 열린 사회의 생존 모두를 위협한다.

폭력과 정치 양극화에 악용돼

인터넷 플랫폼은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온라인 가짜 뉴스들이 기승을 부릴 때,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 후 인터넷 플랫폼들은 다수 국가의 선거 간섭을 가능케 했고, 미얀마 대량 학살, 뉴질랜드 테러, 미국 등의 대량 학살을 초래했다. 지금은 정기적으로 가짜 뉴스 확산, 폭력 조장, 정치 양극화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인터넷 플랫폼이 애초에 이러한 해악을 의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사업 모델, 알고리즘, 내부 문화는 그러한 해악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우리 모두는 인터넷 플랫폼이 현 정부를 뛰어넘어 우리 삶에 그 이상의 영향력을 끼친다는 걸 알아야 한다. 페이스북이 모유 수유 이미지를 금지할 때, 페이스북 사용자 중 어떤 누구도 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이 정치 캠페인 관련 거짓 광고를 허가할 때 우리 국민의 선거와 민주주의 체제는 궁지에 빠지게 된다.

더 심각한 것은, 개방된 우리 사회가 인터넷 플랫폼의 근본적인 문제를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유럽연합(EU)이 도입한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과 캘리포니아의 소비자 개인정보 보호법은 완전한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정책 입안자들은 감시자본주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아직 잘 모른다. 물론 이 새로운 경제 모델의 위험성에 대한 대응책은 어떠한 논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감시자본주의를 등에 업은 그들은 정부가 기존에 제공하던 서비스를 대체하기 위해 세운 전략을 실행하려고 한다. 그들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들의 야망과 수단은 이전 타 기업들을 훨씬 뛰어넘는다.

각 선도적인 플랫폼 회사는 명확한 목표에 의해 운영된다. 세계 모든 정보를 처리한다는 구글의 사명감과 단일 네트워크로 세계를 하나로 묶겠다는 페이스북의 바람처럼 노골적인 것도 있다. 이 밖에 아마존은 경제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싶어 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과 정부를 위한 기술 파트너가 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들 모두 '통제'는 언급하지 않는다. 오늘날 광고 시장의 규모에 제약을 받고 감시자본주의를 통해 얻은 이익에 만족하지 못한 플랫폼 회사들은 공격적인 행보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막대한 富 축적… 오만함 극치

지난 20년간 선도적인 인터넷 플랫폼은 규제 완화와 법적 허점을 이용해 지구촌을 아우르는 사업을 만들고 막대한 부를 축적해 왔다. 이러한 성공은 특히 페이스북과 구글의 오만함만 키웠는데, 이 두 기업은 정책 입안자들을 무시해 왔다. 두 회사 모두 의회에서 열린 선거 개입 첫 청문회에 최고경영자(CEO) 파견을 거부했다. 그리고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회장은 가장 큰 타깃 시장 중 하나인 캐나다와 영국 의회 위원회 앞에서 일관되게 증언을 회피해왔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하고 있는 빅테크(Big Tech) 기업은 국가의 민주주의적 의사결정을 대신해 주는 수준에 이르렀다. 우리는 인터넷 플랫폼이 공중 보건, 프라이버시, 경쟁에 끼치는 해악을 깨달은 지 얼마 안 되었으나, 조만간 큰 위협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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