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FA! 횡포 그만 부려… 못된 짓 계속하면 내리칠거야"

입력 2020.03.20 03:00

[Cover Story] 세계 주요국 '빅테크 규제' 목소리 커진다

"우리는 당신이 어딨는지 압니다. 어딜 다녀왔는지도 알죠. 조만간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있을 겁니다."

2010년 당시 구글 CEO(최고경영자)이던 에릭 슈밋 회장은 독일 IFA(베를린 가전박람회)에서 이런 연설을 펼쳐 갈채를 받았다. 구글 첨단 검색 기술이 상상을 뛰어넘는 미래를 가능하게 해 줄 것이란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그런데 만약 지금 저런 말을 한다면 반응은 어떨까. "사생활을 파괴하는 '빅 브러더(Big Brother)'가 되려는 거냐"는 격렬한 항의에 부딪힐 게 분명하다.

악몽으로 바뀌는 디지털 유토피아

한동안 거대 테크(tech) 기업들이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디지털 유토피아를 실현할 것이란 공감대가 널리 퍼졌다. 그러나 그 기대는 점점 악몽으로 변하는 분위기다.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는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같은 거대 테크 기업들이 독점에 가까운 시장 지배력을 발판으로 경쟁 시장을 교란하고, 막대한 사용자 정보를 자사 이익을 위해 활용하면서도 보안이나 사회적 가치에는 무관심한 이중적인 면모를 드러내자 분노하고 있다. 미 연방 정부나 주 검찰이 이들에 대한 반(反)독점 조사를 선언한 것도 이 같은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 조세 회피 혐의도 추가됐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유럽 본부를 두고 영업을 하지만 실제 매출 대부분은 사용자가 훨씬 많은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다른 나라에서 올린다. 그럼에도 매출이 아일랜드로 잡히도록 설계, 이 과정에서 엄청난 세금을 절감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내 S&D그룹 연구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이 구글·페이스북의 이 같은 교묘한 조세 회피 행위로 인해 입은 세수(稅收) 피해액은 3년간(2013~2015년) 51억 유로(7조원)에 달했다.

독점·세금 문제로 미·EU서 규제

독점은 자유시장경제를 신성시하는 미국 사회에선 거악(巨惡)으로 취급된다. 연방 정부는 기업으로부터 국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독점 기업들과 지난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1890년 통과시킨 셔먼 반독점법은 1911년 당시 미국 석유 공급의 95%를 장악하던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을 강제 분할시켰다. 이어 담배 회사 아메리칸토바코, 통신 회사 AT&T가 반독점법 칼날에 뿔뿔이 흩어졌고, 사무용품 유통 회사 스테이플스와 홈디포 합병은 무산됐다. 마이크로소프트도 해체 일보 직전까지 갔다가 부시 행정부가 면죄부를 발급하면서 구사일생한 바 있다.

그런데 실리콘밸리 인식은 다르다. '페이팔 마피아' 중 하나인 피터 틸 클라리움캐피털 회장은 "경쟁 말고 독점하라. 경쟁은 패배자를 위한 것"이란 명언을 남겼다. 그는 이를 '창조적 독점'이라고 부르면서 "독점기업이 새로운 풍요로움을 소개해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거대 테크 기업들은 이런 철학을 무기 삼아 거침없이 진격하고 있다. 구글은 신(神)이 되어가고 있으며,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시장을 평정한 다음, 오프라인 유통 업체까지 파괴하는 '어둠의 왕자'다. 애플은 '애플 신도(信徒)'들을 상대로 에르메스나 페라리보다 더 폭리를 취하고 있으며, 페이스북은 역사상 그 어느 기업보다 많은 고객(사용자 25억명) 데이터를 보유한 채 멋대로 활용하고 있다.

권력은 비대해졌지만 사회적 책임은 기대에 못 미친다. 2007~2015년 사이 아마존이 낸 법인세는 순이익의 13%, 구글은 16%, 애플은 17%, 페이스북 4%인 데 반해 S&P 500대 기업 평균은 27%(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교수)였다. 거대 테크 기업에 대한 공세가 거세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구글에서 유튜브를 떼어 내고, 아마존은 유통과 웹서비스를 분리하며,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과 메신저 사업을 독립시켜야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이익이란 구호가 갈수록 호응을 얻고 있다.

갤러웨이 교수는 "너무 높이 자란 나무를 베어 내야 숲 전체 생태계가 살아날 때가 있는 법"이라면서 "거대 테크 기업을 해체해야 하며 해체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갤러웨이를 비롯해 유럽에서 거대 테크 기업 저승사자로 통하는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부위원장, '구글의 종말'을 쓴 철학자 조지 길더, 독점기업 저격수 토마스 필리퐁 뉴욕대 교수를 만나 거대 테크 독점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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