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이름 뗐지만… 독특한 동영상 올리니 마구 클릭하더라"

입력 2020.03.20 03:00

CNN 자회사 GBS의 코너 볼스·드루 비비

총 영상 조회 수 41억회 이상,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 팔로어 수 1200만명 이상…. 미국 미디어 회사 CNN의 자회사인 '그레이트 빅 스토리(GBS)'의 성적표다. GBS는 2015년 앤드루 모스(Morse) CNN 부사장 겸 디지털 총괄 책임자와 크리스 베렌드(Berend) CNN 디지털비디오 수석부사장이 공동 창립한 디지털 영상 제작 업체다.

유튜브에 올린 그레이트 빅스토리 인기 영상. 왼쪽부터 레고로 보철 팔을 만든 청년(2018년 3월 업로드), 세계에서 가장 큰 초밥(2020년 1월), 보조 다리를 활용한 미국 육상 선수(2020년 3월). 레고 보철 팔은 조회 수 2000만을 넘겼다.
유튜브에 올린 그레이트 빅스토리 인기 영상. 위쪽부터 레고로 보철 팔을 만든 청년(2018년 3월 업로드), 세계에서 가장 큰 초밥(2020년 1월), 보조 다리를 활용한 미국 육상 선수(2020년 3월). 레고 보철 팔은 조회 수 2000만을 넘겼다. /그레이트 빅스토리

GBS는 인위적이고 억지스러운 대본보다는 개성적인 스토리 그 자체를 담으려 한다. 예를 들어 레고 블록으로 자신의 오른팔을 만든 소년이 나온 2분 41초 분량의 영상이 그렇다. 이 영상은 선천적으로 오른팔 없이 태어난 한 외국 소년이 왜 레고 팔을 만들었는지, 어떤 원리인지, 어떻게 제작했는지를 집중해서 보여준다. 소년이 선천적으로 팔이 없어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다는 내용은 10초 내외로 최소화했다. 강제로 주입하는 감동 스토리는 독자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18년 3월 업로드 후 누적 조회 수 약 1995만회를 기록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초밥을 만드는 초밥 요리사 등 재밌고 독특한 스토리도 GBS의 주요 타깃이다. 영상에 달린 세계 각지의 댓글을 보면 "더욱더 신기한 것을 찾아달라" "5분 영상에 인생이 담겨 있다"는 등의 호의적인 댓글이 주를 이룬다. GBS는 이런 개성적인 스토리가 담긴 콘텐츠를 100개 이상 국가에서 2500개 이상 제작했다. 콘텐츠들의 월평균 총 조회 수는 1억900만회에 달한다.

개개인 스토리를 영화 수준으로

GBS의 수익 모델은 광고와 협업이다. GBS의 전 세계 광고 노출 횟수는 월 5억3700만회 이상이며 CNN 인터내셔널 커머셜 디지털 부문 전체 수익의 15%를 책임지고 있다. 성과를 인정받아 싱가포르 관광청, 델타, 대한항공, 제네시스 등과 협력 중이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스토리를 발굴하는 코너 볼스 GBS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 총괄과 드루 비비 GBS 선임 PD에게 GBS 성공 비결을 물었다.

그레이트 빅 스토리
―영상 제작의 기준은 무엇인가.

(볼스 총괄) "일상생활에서 살고 있지만,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진 사람들을 찾는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위치는 상관이 없다. 영상은 10분 이내로 짧다. 하지만 극장 영화 수준의 영상을 만들어 멋진 스토리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비비 PD) "GBS를 5개의 단어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Tell your story, it matters'(당신의 스토리를 말해라, 그것은 하찮지 않다)."

―회사 이름에서 CNN이라는 브랜드를 왜 뗐나.

(볼스 총괄) "CNN은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뉴스 브랜드다. GBS에 CNN의 이름을 붙였다면 브랜드 파워 덕에 빠른 성장이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CNN 브랜드를 뗀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유가 필요하다. 큰 회사에서는 한 명씩 지적해도 그것이 수백, 수천 개가 된다. 콘텐츠를 원활히 만들 수 없는 환경이다. 하지만 우리가 요청하면 언제든 CNN이 경제적인 측면 등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돼 준다. 그것이 다른 미디어 업체들과의 차별 포인트다."

―SNS에 영상을 뿌리면 '콘텐츠=무료'라는 인식이 강해질 텐데.

(볼스 총괄)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우선적인 목표는 GBS의 영향력이 전 세계에 닿게 하는 것이다. 독자들의 일상에 GBS가 날씨 뉴스처럼 녹아든다면 되는 것이다. 독자들이 언제 어디에서나 영상을 보게 하는 게 목표다. 독자들이 콘텐츠는 무료라고 인식하는 것은 사실 우리에겐 큰 문제가 아니다. 우리만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보여주고 고품질의 영상을 내놓으면 저절로 파트너십·협업 요청이 들어오게 된다. 수익을 독자에게서 얻어낼 필요는 없다."

드루 비비 GBS 선임 프로듀서.
드루 비비 GBS 선임 프로듀서. /그레이트 빅스토리

누구도 시도 안 했던 영상 발굴

―누구와 협업하나. 비결은.

(비비 PD) "싱가포르 관광청과 제네시스, 대한항공, 레고, P&G, 리복, 델타, 게이코, 화웨이 등 많다. 우리는 우리가 만든 영상이 항상 옳다고 믿는다. 수많은 회의를 거쳐 영상을 만들기 때문에 영상의 결과가 좋든 나쁘든 모두 인정을 한다. 만약 실패한다 해도 특정인의 책임으로만 돌리지 않는다. 결국 영상은 모두가 같이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 시스템이 정착해야 끊임없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한 영상의 실패에 목매면 제작은 이어질 수 없다."

―더 자극적 스토리를 찾게 되진 않을지.

(비비 PD) "대중에게 통하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런 위험은 항상 뒤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는 '재미'와 '흥미'야말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억지 감동이나 자극적인 영상이 아니라 인류에 도움이 되고 공동체 혹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영상을 만들려고 한다."

(볼스 총괄) "중요한 건 '자극적이냐, 아니냐'보다 빈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디어 영역에서 선점하고 싶다면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해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고양이의 일상 영상이 자극적일까? 아니다. 단지 그런 영상이 없었고 그 빈틈을 노린 덕분에 확 성장했던 것이다. 모든 종류의 영상이 나온 것 같지만, 분명 아무도 찾지 못한 중간점은 존재한다. 다른 모바일 영상처럼 휘발적이고 트렌디한 영상이 아니라 기존 방송사가 보여줄 수 있는 공공성과 품질 등을 기존 TV가 아니라 모바일에서도 보여주려는 것이다."

코너 볼스 GBS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 총괄.
코너 볼스 GBS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 총괄. /그레이트 빅스토리
독자들 반응 데이터 활용해야

―미디어 기업들이 디지털 혁신 성과를 내려면.

(볼스 총괄) "많은 미디어 기업이 혼자 일한다. 그러나 혼자는 디지털 시대에서 혁신을 할 수 없다. 집단지성이 필요하고 협업이 필요하다. 우리는 협업하는 기업이 가진 철학과 우리가 가진 철학 등을 녹여 영상을 만든다. 그럼 생전 처음 보는 새로운 장르의 영상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미디어 기업들의 디지털 혁신 성과가 없는 또 다른 이유로는 빅데이터 활용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30개가 넘는 플랫폼에서 꾸준히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등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어떤 영상에서 어떤 댓글이 달렸는지, 얼마나 조회 수가 나왔는지 등 반응을 종합해 전략을 수립한다. 기자나 PD 같은 제작자가 가진 감각에 애널리스트들의 데이터를 조합하고 그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GBS는 '제네시스 영화 장학생 프로그램' 같은 파트너사 협업 행사를 열고 미래 영상 제작자 양성·발굴에도 적극적이다. 작년 12월 열린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학생 2명과 미국 학생 2명 등이 혜택을 봤다. 총 4명에게는 영상 제작비 1만5000달러가 각각 지원됐다. GBS 프로듀서(PD)들의 멘토링이 지원됐다. 인재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얻고 영상 산업의 경쟁력이 강해질수록 자연스레 GBS의 영향력이 널리 퍼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놓치면 안되는 기사

팝업 닫기

WEEKLY BIZ 추천기사

Interview in Depth

더보기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