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빨리 돈과 권력을 쥐었다… 성숙하기도 전에

    • 이지훈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입력 2020.03.06 03:00 | 수정 2020.03.09 20:19

[이지훈의 CEO 열전] (14)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

'스마트폰으로 택시 부르기' 강한 추진력으로 사업화 성공

자동차·기사 소유 않고 연결...전문 지식에 통찰력으로 무장

규칙 파괴와 권위 해체 장려했지만, 낡은 규범 넘어 도덕까지 위반

공유경제 아이콘이 결국 쫓겨난 CEO 전락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
블룸버그
실리콘밸리와 공유경제의 아이콘에서 실리콘밸리의 문제아로 전락하더니, 급기야 이사회에 의해 쫓겨나는 비운의 CEO로….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의 삶은 단기간에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쳤다. 주식 대부분을 매각해 3조원 가까이 손에 쥐었지만, 그의 명성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상을 입었다. 캘러닉은 리더십 연구에서 도출한 성공적인 리더십의 특성을 여럿 갖고 있었기에 그의 추락은 더욱 안타깝게 여겨진다.

강한 추진력과 전문 지식

그는 강한 추진력을 갖고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부른다는 아이디어는 공동 창업자 개릿 캠프가 냈지만, 아이디어만으로 시가총액 50조원 회사가 만들어지는 건 결코 아니다. 규제와 싸우고, 리프트나 디디추싱 같은 경쟁자와 싸우고, 투자자들에게서 거액의 자금을 유치하고, 세계 전역으로 비즈니스를 확장시킨 것은 캘러닉의 불굴의 추진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캘러닉은 전문 지식과 통찰력을 갖고 있었다. 공동 창업자 개릿 캠프는 자동차와 기사를 모두 소유하는 비즈니스를 생각했다. 그러나 자동차와 기사를 직접 소유하지 않고, 단지 승객과 기사를 연결시켜주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는 아이디어를 낸 것은 캘러닉이었다. 우버의 오늘을 가능케 하고, 공유경제를 세계에 확산시킨 핵심적인 통찰이었다.

캘러닉은 또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통솔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고, 그에 따른 책임을 기꺼이 떠맡았다. 강하고 의지에 찬 리더에 감화된 우버 직원들은 자발적인 전사가 되었다.

이지훈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이지훈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진실성과 죄책감 결여가 치명타

하지만 캘러닉의 리더십에 부족했던 속성이 두 가지 있었고, 그것이 파멸의 불씨가 됐다. 진실성과 죄책감이 그것이다.

그는 규칙을 어기고 권위를 거스르는 것을 장려했고, 이는 우버의 기업 문화로 자리 잡았다. 사실 우버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택시산업 등에 대한 기존 규제와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 캘러닉은 편리한 서비스에 열광하는 고객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이를 정면 돌파해 나갔고, 이는 그의 탈규칙, 탈권위에 대한 신념을 강화시켰다. 과거 우버의 14가지 핵심 가치 중에 '원칙에 입각한 대립'이 포함된 것은 캘러닉의 이런 면모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고객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낡고 시대에 동떨어진 규제를 어기는 것과, 명확하고 논란의 여지가 없으며 오래 지속돼온 도덕규범을 어기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어느 순간 우버는 첫 번째 일탈에서 두 번째 일탈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우버는 경찰의 단속을 피하는 앱을 만들었다. 경찰로 추정되는 인물이 우버 앱으로 우버를 호출할 경우 앱에 우버 차량이 한 대도 표시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우버는 누가 경찰인지 추정하는 많은 방법도 개발했다.

우버는 고객 데이터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 고객의 동선을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악용해 자사에 비판적인 언론인과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또 가짜 운전자가 대포폰으로 운전자 보조금을 빼가는 것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스마트폰에 몰래 코드를 심어 고객이 허락하지 않은 정보를 빼냈다.

우버는 부적절한 방법으로 경쟁자와 싸웠다. 직원 수백 명이 경쟁사인 리프트 탑승을 수천 건 요청했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어느 산업이나 과당 경쟁은 있기 마련이지만, 우버의 이런 관행들을 결코 정직하거나 진실하다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캘러닉은 늘 열정적이고, 늘 서두르고, 대립을 권장하는 기업 문화를 조성했는데, 그 그늘에서 성공과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이 정당화되고 남성 중심적인 기업 문화가 자라났다. 여직원이 상사의 성희롱을 고발해도 상사가 성과 우수자라는 이유로 묵살했고, 결국 퇴직한 한 여직원의 폭로는 우버에 경쟁자나 규제 기관 등 다른 어떤 것보다 큰 타격을 입혔다.

캘러닉은 또한 운전기사들 역시 우버의 고객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그들을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대우했다. 팁을 금지하고, 승차 동의 전 탑승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고, 변동요금제를 도입해 승차 요금을 수시로 인하했다. 고객 편의를 위한 고집이었다고는 해도, 기사들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창구가 없는 힘의 불균형 상태에서 그들의 생계에 직결되는 조치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임으로써 기사들을 적으로 만들었다.

어느 날 우버 차량에 탑승한 캘러닉이 운전기사와 말다툼을 벌인 동영상이 유포된 것은 그에게 결정타가 됐다. 우버 때문에 거액의 빚을 지게 됐다고 항의 조로 말하는 기사에게 캘러닉은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고 삶의 모든 것을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린다"고 쏘아붙였다.

정직과 진실성, 그리고 죄책감의 결여는 캘러닉이 가진 다른 모든 장점을 뒤엎고도 남을 만큼 파괴적이었다.

캘러닉은 자신이 생각한 악과 싸우기 위해 영웅의 여정에 나서고 큰 승리를 얻었지만, 이번엔 스스로가 새로운 악이 되어 간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사회로 하여금 그와 등을 돌리게 만든다.

트래비스 캘러닉(Kalanick·44) / 우버 전 세계 매출액 추이 / 성공적인 리더십의 8대 특성
큰 성공은 큰 책임을 수반한다

사실 이런 문제는 캘러닉만이 아니라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기술의 시대를 맞아 오늘날 젊은 세대는 인간적으로 미처 성숙하기도 전에 너무 빨리 막대한 돈과 권력을 가지게 됐다. 사회는 한동안 그들을 영웅으로 대접하고 면죄부를 주었지만, 기술기업의 여러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그들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날카로워지고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책임을 요구받는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우버는 급성장하고 있었고, 시장과 사회의 요구 역시 높아지고 변화하고 있었다. 우버는 스타트업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성인이 돼야 했다. 캘러닉 본인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온갖 스캔들이 터져 우버의 명성이 추락하고 있을 때 캘러닉은 직원들을 달래기 위한 편지를 준비했다. 거기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성장은 축하할 일이지만,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없다면 심각한 실수를 초래할 수 있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직원, 고객, 지역사회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소규모 기업의 접근 방식은 규모가 커지면 달라져야 한다. 나는 몸집이 작아서 성공했지만, 커져서는 실패했다."

그 이메일엔 "가끔은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보다 상대를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낫다"는 구절도 있다. 다른 사건이 터져 이 이메일을 실제로 보내지는 못했지만, 후회하는 캘러닉의 심경을 엿볼 수 있다.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자는 "회사는 리더의 인격의 크기만큼 성장한다"고 말했는데, 캘러닉은 회사가 성장하는 속도만큼 인격이 성장하지 못한 경우라고도 볼 수 있다. "큰 성공은 큰 책임을 수반한다." 트래비스 캘러닉의 실패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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