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이 전문가만큼 똑똑해지는 시대… 소비자를 참여시켜라

    • 박기완 교수 서울대 경영대

입력 2020.02.21 03:00

[서가명강플러스]
마케팅 인사이트 (1)

박기완 교수 서울대 경영대
서울대 경영대 박기완 교수가 WEEKLY BIZ 강연 행사 '서가명강플러스'를 통해 지난 1월 발표한 '마케팅 인사이트: 급변하는 세상에서 마케팅 관점으로 생각하기' 내용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모바일이 펼치는 신기술은 연결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면서 세상을 수평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수평의 시대는 한마디로 민주화다. 원래 민주화는 정치적 개념인데, 최근에는 정치권력도 배타적(exclusive) 권력에서 포용적(inclusive) 권력으로 바뀌고 있다. 민주화 개념은 이제 다른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경제 민주화가 여전히 화두며, 거대한 민주화의 물결은 지식의 민주화, 마침내는 문화의 민주화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구찌는 이 같은 흐름에 잘 올라탔다. 명품은 디지털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고, 온라인 전용 상품에 맞춤형 서비스 구찌 DIY(Do-It-Yourself)까지 시작했다. 밀레니얼·Z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인플루언서와 협력하고, 내부 혁신을 위해선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신입사원이나 후배가 선배를 거꾸로 멘토링)과 그림자 위원회(30세 이하 직원들이 임원회의 주제를 다시 토론하는 자리)를 도입했다. 이 같은 '수평의 시대'에 대응하는 기업 마케팅 전략은 3가지로 압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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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마케팅 인사이트를 반영한 광고들. ①홈플러스 지하철역 가상 매장 캠페인. ②화장품 업체 세포라 ‘뷰티 토크(Beauty Talk)’ 포럼. ③자동차 회사 포드 ‘피에스타 무브먼트’ 캠페인과 코카콜라 ‘코카콜라를 나누세요’ 캠페인. /박기완 교수
①소비자가 처한 맥락을 이해하라

맥락(context)은 '함께(together)'를 뜻하는 'con'과 '짜다(weave)'를 가리키는 'textere'가 결합해서 만들어졌다. 어원적으로 '함께 짜다, 함께 만들다'라는 뜻이다. 마케팅에서 텍스트는 소비자와 브랜드가 만나는 접점, 터치포인트(touchpoints)를 의미하는데 상품과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컨텍스트는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를 소비하기 위해 수행하는 다양한 활동, 즉 사용 맥락을 말한다. 때로는 브랜드와 딱히 관계없어 보이지만 소비자가 직면하는 다양한 삶의 맥락도 컨텍스트로 작동한다. 컨텍스트를 알아야 공감할 수 있다. 마케터의 프레임이 아니라 소비자의 프레임으로 보면 세상은 확연히 다르게 보인다.

삼성전자가 2015년 출시한 세탁기 버블샷 애드워시는 앞쪽 출입문 쪽에 작은 문을 달아 세탁기가 돌아가는 상태에서도 간단한 빨랫감을 넣도록 디자인했다. 너무 소박한 변화이지만 빨래를 직접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훌륭한 혁신이다.

2011년 칸 광고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제일기획 홈플러스 지하철역 가상 매장 캠페인은 소비자 경험 여정에 집중했다. 장보기는 시간이 들고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 귀찮지만 피할 수 없는 활동이다. 가능한 한 빠르고 편리하게 해결하는 게 좋다. 그런데 매일 지나치는 이동 경로 내에서 장보기를 해결할 수 있다면 편하지 않을까? 그래서 선택된 장소가 지하철역이다. 지하철역 스크린 도어에 커다란 매장 사진을 붙여 놓고 QR 코드를 통해 쇼핑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USA는 2009년 당시 금융 위기로 매출이 급감하는 위기에서 실직과 같은 재정위기에 빠질 경우, 1년 내 차량 반납(buy-back)을 보장해 주는 어슈어런스(Assurance)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2011년 3월 프로그램이 종료될 때까지 100만대 이상 신차를 판매했지만, 반납된 차량은 약 350대에.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신차 구매를 주저하는 고객들에게 마음의 안정을 제공하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덕분에 최악 실적을 맞고 있었던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두자리수 이상 매출 증가를 올렸다. 

②소비자와 공동창조(Co-Creation)하라

소셜 미디어의 등장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속도와 범위로 개별 소비자 간의 연결을 촉발시켰다. 이제는 집단으로서의 소비자, 즉 소비자 커뮤니티(community) 관리가 중요한 브랜딩 화두로 등장하였다. 집단으로서의 소비자는 개별 소비자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제 마케터는 더 이상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근사하게 포장하여 소비자가 듣든 말든 그들에게 쏟아내는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지양할 시점이 도래하였다.

소비자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특정 주제나 브랜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협력한다. 이 과정에서 공유 활동(바이럴 과정)을 통해 특정 트렌드를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능동적 참여를 통해 브랜드 의미가 생성되는 과정이 브랜드 공동 창조(brand co-creation)다. 이제 소비자는 공략하고 포획해야 할 타깃이 아니라 적극적 소통(conversation)의 대상이다.

브랜드 커뮤니티는 철저하게 구성원 목표에 충실해야 한다. 소비자의, 소비자에 의한, 소비자를 위한 커뮤니티가 되어야 한다. 정서적 지원과 격려(P&G의 BeingGirl.com), 대의명분에 기여(AMEX의 자유의 여신상 복원 운동 참여), 자신의 관심사 개발(하이킹 관련 독일 Outdoorseiten.net) 등 사람들이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다양한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 스케이트보드용 신발을 생산하는 반스(Vans)는 기업이 아니라 팬들을 브랜드 소유주로 인식하고, 커뮤니티가 번창하도록 조력했다. 반스는 1995년 이래 매년 여름 Warped Tour라는 투어형 음악축제를 후원했다. 그런데 아마추어를 위한 스케이트보드 챔피언십 행사가 부재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음악제 자체를 인수해 버렸다. 음악제는 스케이트보드 및 BMX(bicycle motocross) 문화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재탄생한다.

③콘텐츠 통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라

소비자가 주도권을 넘겨받은 이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화두는 '참여(engagement)'다. 이는 행동 지향적인 '자발적 참여'다. 디지털 시대의 고객 의사결정에서는 구매 후 행동이 중요하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소비 행위에 대해 타인과 소통하며 '브랜드 대사(brand ambassador)'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구매는 이제 개인적 행위에서 사회적 행위로 전환하고 있다. 콘텐츠는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끌려오게 하는 견인차다.

'브랜드 저널리즘(brand Journalism)'은 새롭게 떠오르는 콘텐츠 마케팅 흐름이다. 음료업체 레드불(Red Bull)이 펴내는 잡지 '레드불레틴(Red Bulletin)'에는 스포츠, 모험, 문화, 음식, 혁신과 라이프스타일이 담겨 있다. 의류업체 파타고니아(Patagonia)는 환경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카탈로그를 수시로 발간한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패션 브랜드 신상품 소식부터 길거리 패션·스타일링 정보를 전하는 동호회에서 시작했다. 브랜드를 미디어화하고 이를 통해 충성 고객을 대거 확보한 선구자들이다.

최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과 엔터테인먼트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소비자 참여형 콘텐츠가 대세가 되고 있다. 자동차회사 포드(Ford)는 2008년 소형차 피에스타를 출시하면서 소셜 미디어에 익숙한 피에스타 에이전트(Fiesta agents)를 100명 선발, 출시 전 신차를 제공한 뒤 그 경험을 블로그나 트위터, 플리커, 유튜브 등을 통해 공유하도록 했다. 이름하여 ‘피에스타 무브먼트’ 캠페인으로, 소셜미디어 마케팅 역사에 족적을 남겼다. 
코카콜라는 매출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호주 시장 공략을 위해 2011~2012년 '코카콜라를 나누세요(Share a Coke)' 캠페인을 진행했다. 지금은 널리 퍼진 콜라 캔과 병에 사람 이름을 새겨 넣는 프로젝트가 여기서 출발했다. 이 캠페인을 통해 당시 코카콜라는 4% 매출 신장과 더불어 젊은 고객층을 7% 더 확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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