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CES에서 얻은 3가지 교훈

    • 전창록 경북경제진흥원장

입력 2020.02.21 03:00 | 수정 2020.02.25 16:46

[On the Innovation]
삼성 5년 근무후 아마존으로 옮긴 직장인
"파워포인트 대신 워드로 각자 읽고 회의… 회식비는 상한선 없고 '검약' 원칙만"

전창록 경북경제진흥원장
전창록 경북경제진흥원장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0년 CES(세계가전박람회)' 직후에 CES 경상북도 대표단과 함께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 본사를 방문했다. 

아마존 측과의 미팅은 아마존 본사 옆에 있는 스피어스라는 거대한 '원형 열대 온실'에서 진행되었다. 스피어스는 7년간 약 4조를 투자해 2018년 문을 열었는데 실제로 남미 아마존에서 가져온 다양한 종류의 열대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기업 아마존과 남미 아마존이 '다양성'과 '크다'라는 상징적 공통점을 넘어 이 스피어스를 통해 접점을 가지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서 필자는 삼성전자에서 5~6년 일하다가 현재 아마존의 인공지능 알렉사와 관련된 일을 하는 친구를 만났다. 그는 손에 노트북을 들고 나왔다. 특별히 그날 노트북을 펼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디에 있든 바로 일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항상 노트북을 들고 다닌다고 했다. 그리고 본인이 느끼는 업무의 강도가 예전에 근무했던 삼성전자에 비해 6~7배는 더 되는 것 같다며, 과거의 직장 경험과 아마존에서 느낀 몇 가지 차이를 이야기했다.

첫째, 회의 시간의 초반 30분이 너무 조용해서 놀랐다고 했다. 아마존에서는 회의 발표를 위해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파워포인트 발표 자료는 만드는 데도 공이 많이 들어가지만 이미지 중심이다 보니 청중의 생각이 들어갈 공간이 적다. 대신에 아마존에는 그날 회의 주제에 대한 발표자의 생각을 정리한 워드 문서만 있다고 한다. 그래서 회의를 하면 한 20~30분간은 모두들 그 워드 문서를 읽고 숙고하느라 조용하다. 그 이후에 토론을 하는데 전반적으로 파워포인트를 이용할 때보다 회의 시간도 절약되고 깊이 있는 토론이 이루어져 훨씬 생산적이라고 그 친구는 전했다.

둘째, 검약(frugality)이다. 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웬 '검약'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실제 모든 행동과 프로젝트 진행에서 그 원칙을 고려할 정도로 중요한 기준이라고 했다. 이 제한 때문에 프로젝트에서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해지고 때로는 자원의 제약이 좋은 아이디어를 낳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한 한국은 '회식비 1인당 얼마'라고 하면 모두들 그 상한선에 맞춰서 비용을 다 써버리는데, 아마존에서는 검약이라는 원칙만 있고 구체적인 숫자가 없다 보니 오히려 모두들 비용을 절약하게 된다는 회식비의 차이도 언급했다.

셋째, 실행 우위(bias for action)이다. 아마존에서는 충분히 숙고한 후에도 결정하기 어려울 때에는 가급적 행동을 하라고 권장하는 원칙이 있다고 한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은 직원들이 대담해지도록 격려하는 것이 자기의 역할 중 하나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그래서 아마존에는 파이어 폰 등 수많은 실패작이 있지만, 그런 실패로부터 배우고 나아가고 있다고 얘기했다.

아마존은 2019년 4분기에 아주 좋은 실적을 냈다고 지난달 말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1%, 순이익은 8% 각각 증가했다. 그 결과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돌파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아마존은 집요하고 담대하며 배우는 조직이라는 점을 느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아마존이 앞으로도 지속 성장할 것 같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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