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만으로 순도 100% 한눈 안 팔고 오직 외길

입력 2020.02.21 03:00

[Cover Story] 미래 100년 이렇게 준비하라
일본 '가도야'

갈색병 참기름의 원조’ 가도야가 출시한 참기름 제품들.
갈색병 참기름의 원조’ 가도야가 출시한 참기름 제품들. / 블룸버그
1967년 한국보다 앞서 노란 뚜껑에 잘록한 갈색 병에 담긴 참기름을 내놓은 '원조' 기업이 있다. 162년 역사의 일본 장수 기업 가도야세이유(かどや製油)다. 가도야는 일본 참기름 시장에서 줄곧 50% 안팎으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일본 최대 참기름 기업이다.

가도야의 역사는 18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업자인 다카하시 마사하치(高橋政八)가 가가와현의 작은 섬 쇼도시마의 한 모퉁이에 국수용으로 참기름을 제조·판매하던 조그만 상점을 열었다. 당시 가도야의 도매상이던 오자와물산이 창업자와 의기투합해 도쿄에 가도야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Cover Story] 미래 100년 이렇게 준비하라
2003년 가도야 6대 사장으로 취임한 오자와 지로 회장은 WEEKLY BIZ와 가진 인터뷰에서 장수 비결로 "한눈팔지 않고 순도 100% 참기름에만 집중한 점"을 첫손가락으로 꼽았다. 가도야는 대두나 유채기름을 섞지 않은, 참깨만으로 짠 100% 참기름을 주력 제품으로 내세운다. 2018년 가도야는 전체 매출의 71.7%(246억엔)를 참기름을 팔아 벌어들였다.

오자와 회장은 '안심·안전'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불황에 관계없이 식품 기업은 장수에 유리하다고는 하지만 그는 가도야가 다른 식품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요소를 철저한 품질 관리에서 찾았다. 가도야는 참깨 수입 현지의 잔류 농약 검사, 수입 직후와 공장에서 제조 전에 실시하는 안전 검사 등 모두 3단계에 걸쳐 일본의 국가검사기관에서 원료의 안전성을 확인받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다. 경쟁 식품 업체들이 중국에 공장을 지을 때도 가도야는 한결같이 가도야의 창업지인 쇼도시마 공장에서 처음 시작한 자리를 지켰다. 매출을 늘리는 것보다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162년 넘게 유지한 명성을 지키고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길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가도야의 나오헤이 4대 사장은 미국 출장 중 병에 담겨 팔리던 올리브오일에 힌트를 얻어 1967년 200g 병에 담긴 참기름을 일본에서 처음으로 팔기 시작했다. 오자와 회장은 이때를 가도야의 가장 큰 전환점이라고 회상했다. 당시 가도야의 전 사원은 일본 전국의 건어물상과 요리 전문점을 돌면서 참기름을 박스째로 위탁 판매하고 팔린 만큼 수금했다.

'참깨 스페셜 리스트(전문 기업)'를 꿈꾸는 오자와 회장은 참깨를 응용한 식품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버터처럼 발라 먹거나 샐러드드레싱용으로 섞어 먹는 '네리고마(참깨 소스 페이스트)'와 건강 보조 식품 '세사민'을 대표적 유망 제품으로 꼽았다. 오자와 회장의 가장 큰 고민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일본 내수 시장 축소다. 가도야는 2012년과 2016년 각각 코셔(유대인) 인증과 할랄(무슬림) 인증을 취득해 수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오자와 회장은 장수를 원하는 기업에 "시장 수요에 민감해야 하고 민첩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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