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만드는 심정으로 가족 정신으로 똘똘 뭉쳐

입력 2020.02.21 03:00

[Cover Story] 미래 100년 이렇게 준비하라
이탈리아 '지올리티'

지올리티는 별도 랩을 운영해 새로운 젤라토 맛을 개발한다.
지올리티는 별도 랩을 운영해 새로운 젤라토 맛을 개발한다. / 지올리티
지난 4일 이탈리아 로마 판테온 바로 인근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 지올리티(Giolitti). 저녁 8시가 지나 쌀쌀한 바람에 으슬으슬한 날씨였지만 매장은 '세계 3대 젤라토(Gelato·이탈리아어로 아이스크림이란 뜻)'를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가게 밖까지 줄이 늘어설 정도였다. 우유와 과즙을 섞은 형형색색 젤라토를 넘겨받은 고객들은 연신 "맛있다(Buono)" "끝내주네(Great)"를 연발하면서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3~5유로(4000~6000원)를 내면 콘에 얹은 젤라토를 간단하게 맛볼 수 있다.

[Cover Story] 미래 100년 이렇게 준비하라
지올리티는 1849년 군대 유제품 납품 사업으로 시작, 171년째 젤라토에 집중하는 장수 기업이자 명문 기업이다. 4대째 가업을 승계하고 있는, 창업자와 이름이 같은 나자레노 지올리티 현 CEO(최고경영자·56·사진)는 "천연 재료(natural)를 써서 고품질(quality)을 통해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젤라토 맛(good taste)을 구현하는 게 목표"라면서 "이를 위해선 흔들림 없이 젤라토에만 온 신경을 쏟는 장인 정신이 필수"라고 말했다. 지올리티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재임 당시 까다로운 교황청 납품 업체에 들면서 다시 한 번 그 품질 우수성을 입증했다. 로마시에서 주는 로마를 빛낸 명품 브랜드 휘장도 받았다. 프라다(Prada)나 불가리(Bvlgari) 같은 세계적 브랜드 20여곳만 탔다는 그 휘장이다.

[Cover Story] 미래 100년 이렇게 준비하라
지올리티 매장에서 하루 팔리는 젤라토는 여름엔 평균 1600㎏, 겨울에는 그 절반 정도이다. 인원으로 따지면 하루 최고 3만명이 지올리티 젤라토를 경험하는 셈이다.

지올리티의 오픈 시간은 오전 10시지만, 준비는 오전 5시부터다. 지올리티 CEO가 신선도 유지를 위해 직접 매일 아침 바나나·사과 등 재료를 시장에서 사온다. 맛 종류만 55가지에 달하는 젤라토 제작 과정도 까다롭다. 젤라토 개발 랩(lab)을 별도로 운영한다. 꾸준한 개발이야말로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뒤처지지 않을 비결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젤라토를 만드는 메인 제작자는 1명이다. 5~9명이 달라붙지만, 모두 경력 15년 이상 베테랑이다. 15년 경력 미만으로는 재료조차 건드릴 수 없다. 제작 과정에서 색소 같은 화학첨가물도 넣지 않는다. 지올리티 CEO는 "남들은 '겨우 젤라토에 이렇게까지 하느냐'고 폄하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명품 자동차를 사려는 고객이나 젤라토를 사는 고객이나 모두 같다고 본다"고 말했다.

10대 때부터 가게서 일한 지올리티 CEO는 100년 넘게 살아남은 비결로 '가족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적잖은 스타트업 창립자가 회사를 조기에 매각해 거금을 쥐는 걸 목표로 기업을 운영한다고 들었다"며 "그런 게 꼭 잘못됐다는 건 아니지만 고객들은 그런 마음가짐 차이를 본능적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또 "이 사업을 후손에게 물려주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지금 이 순간 온전히 열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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