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드니 힘이 부치네, 미국을 언제 좇아갈꼬

입력 2020.02.21 03:00

[송의달의 Global Edge]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 고령화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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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중국의 1인당 평균 GDP(국내총생산)는 7만892위안(약 1만276달러)으로 사상 처음 1만달러 고지에 올랐다. 2001년(1000달러)과 비교해 18년 만에 10배 늘었다. 이 결과는 미·중 무역 전쟁과 국내 경제산업 구조조정 같은 악조건들을 중국이 이겨내고 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현재 세계 GDP의 16.3%를 차지하는 중국은 1위 미국(세계 GDP 비중 24.8%)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송의달의 Global Edge]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 고령화
개혁·개방 후 40여년간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중국 경제 규모가 미국을 능가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영국 싱크탱크인 경제경영연구소(CEBR) 등은 역전 시점을 2030~2033년으로 잡는다. 하지만 "중국의 미국 추월은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중국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인 '아킬레스건(腱)'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작년 신생아 1460만명, 사상 최저

[송의달의 Global Edge]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 고령화
무엇보다 지난해 중국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1460만명으로 공식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61년 이후 58년 만에 가장 적었다. 2016년(1790만명) 대비 3년 만에 330만명 줄었다. 2016년부터 '1가구 2자녀 정책'을 도입했지만 기대했던 인구 증가 효과는커녕 '인구 절벽'이 가시화하고 있다. 반대로 중국 남성의 평균 퇴직 연령인 60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 2억4900만명으로 2010년(1억2600만명)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2050년에는 이 인구가 4억8700만명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30년 후 중국은 3명 중 1명이 만 60세 이상자다.

이로 인해 1990년 24.9세이던 중국인 평균 연령은 2033년에는 47세, 2050년에는 56세가 될 것이라고 UN은 예상한다. 활발한 신생아 출산과 입양 등에 힘입어 2033년 41세, 2050년 44세에 그칠 미국보다 더 '노인 대국'이 되는 것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2020년부터 중국의 평균 연령이 미국보다 높아져, 1인당 소득이 미국의 25%에 불과한 중국으로선 미국과의 격차 축소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UN인구통계국 자료로 추정할 경우 중국에서 만 65세 이상 인구는 향후 25년 만에 두 배 늘어나고,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5%로 상승한다. 노령 인구 비중이 같은 수준이 되는 데 100년이 걸리는 미국과 견줘보면, 중국은 세계에서 유례없이 부유해지는 속도보다 더 빨리 늙어가고 있다. 인구 감소가 현실화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랴오닝·지린·헤이룽장성 등 동북 3성에서 1인당 출산율은 2000년 0.9에서 2015년 0.56으로 급감했다. 한 세대(世代)가 경과하면 이 지역 인구는 지금 인구의 4분의 1 토막 난다.

미국 생산 가능 인구는 계속 증가

인구 구조 변화는 중국 경제의 상승세를 가로막는 대형 악재가 되고 있다. 일례로 2008년 23%에 육박했던 소비 증가율은 2011년부터 매년 하락해 2017년에는 10.2%로 추락했다. 소비의 양대 축인 자동차와 신규 주택 판매는 2018년부터 전년 대비 역성장으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35년간 지속된 1가구1자녀 정책으로 생산 가능 인구(만 15~64세)가 2012년부터 매년 수백만명씩 감소하는 것을 그 주범으로 꼽는다.

반대로 미국은 2050년까지 생산 가능 인구가 계속 늘어 경제 활력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학의 이푸셴 교수는 자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중국의 만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미국보다 더 높아지는 2033년부터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중국보다 더 높을 것"이라며 "2033년 이후에는 인구 구조가 더 악화돼 중국의 미국 추월은 영원히 불가능하다"고 했다.

2033년부터 美가 中보다 고성장

선임기자
선임기자
노령 인구 급증으로 중국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연금 부족 같은 부작용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2035년에 노인 연금이 고갈돼 전국적으로 지급 불능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생산 가능 인구 감소는 소비 약화와 인건비 부담 증가를 낳고 이는 다시 경제 침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미국 기업연구소(AEI)의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박사는 "젊고 활기찬 엄청난 숫자의 저임금 노동자들을 주축으로 한 중국의 영웅적인 경제 발전 모델은 이제 끝났다"고 했다.

올 1월 중국 국무원은 2022년과 2035년, 2050년까지 단계별 고령화 대책을 내놓았다. 이 계획은 연금 규모 확대와 질 높은 일자리 창출, 실버산업 육성과 의료복지 서비스 혁신 등을 망라한다. 평생학습제도 같은 노인 대상 교육 강화와 질병예방교육 투자 확대, 노인 존중 사회 분위기 조성 같은 구상도 담고 있다. 하지만 출산율을 높이지 못하면 어떤 인구 대책도 미봉책에 불과하다. 문제는 출산율 제고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한 세대에 걸친 1자녀 정책으로 출산·육아에 대한 중국인의 관념이 크게 달라져 무(無)자녀 또는 1자녀가 보편화된 데다, 결혼·출산을 꺼리는 풍조가 퍼져 있는 탓이다.

한국·일본·대만·홍콩·싱가포르 등의 출산율이 최고 1.23임을 감안하면, 현재 출산율이 1.05 수준인 중국에서 신생아 출산이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피터 자이한 스트랫포 전 부사장은 "지금부터 중국의 출산율이 두 배로 뛴다고 해도 그 이득을 보려면 20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기적적인 반전이 없는 한, 중국은 영원히 미국 뒤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은 "에너지, 연구개발, 교육 측면에서도 중국의 실력은 미국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강력한 성장 원천인 14억 인구 효과마저 무너진다면 '중국몽(中國夢·중국의 세계 정상 등극)'은 일장춘몽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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