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에 IC칩을 달고, 스시가 손님을 찾아갑니다

입력 2020.02.07 03:00

초밥과 IT가 절묘하게 만난 일본 '스시로'

일본 최대 100엔 회전초밥 체인 ‘스시로’는 고객 주문과 초밥관리 공정을 IT(정보통신)기술로 자동화했다. 스시로에서는 각 고객 테이블마다 설치된 터치패널로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면 주문한 메뉴가 회전 레일에 얹어져 각 고객 테이블까지 운반된다.
일본 최대 100엔 회전초밥 체인 ‘스시로’는 고객 주문과 초밥관리 공정을 IT(정보통신)기술로 자동화했다. 스시로에서는 각 고객 테이블마다 설치된 터치패널로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면 주문한 메뉴가 회전 레일에 얹어져 각 고객 테이블까지 운반된다. / 스시로
최근 외식업계에 첨단 기술 활용 열풍이 불고 있다. 세계 최초로 로봇 주방장이 음식을 만드는 식당 '스파이스'가 2018년 미국 보스턴에 문을 열었고,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로봇이 고객 서비스를 도맡는 카페가 개장했다. 최근 일본 외식업계는 IT(정보기술)를 접목한 이색 회전초밥 체인점의 성장 비결에 주목하고 있다. 34년 연속 전년 매출을 갱신한 '스시로'다. 스시로는 일본에서 지난해까지 8년 연속 회전초밥 체인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스시로는 초밥 2개를 얹은 한 접시 100엔짜리를 주메뉴로 내세운다. 하지만 점포당 연평균 매출은 약 3억3000만엔(약 36억원)으로 일본 외식업계 최고 수준이다. 연간 내점 고객 수도 약 1억3000만명으로 일본 인구와 맞먹는다. 스시로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도보다 14% 늘어난 1990억엔(약 2조1600억원)에 달했다. 일본의 경제 주간지 '다이야몬드'는 지난 1월 외식 업체 특집에서 일본의 상장 외식 업체 100곳 중 스시로를 2015년 이후 시가총액 등락률 1위(37.7% 증가)로 평가하기도 했다. 일본맥도널드(5.1%)의 7배 이상이었다.

초밥 시장은 치열한 외식 격전지 중 하나다. 세계적 권위의 음식점 안내서인 미슐랭 가이드에서 2008년부터 12년 연속 별 3개를 획득했던 도쿄의 스키야바시지로는 최고급 초밥 레스토랑이다. 연 매출 100억엔(약 1096억원)이 넘는 회전초밥 일본 외식 체인 업체도 7곳에 이른다. 스시로는 스시 장인이던 시미즈 요시오(淸水義雄)가 1975년 오사카에 작은 개인 초밥 가게를 연 것이 시초다. 한 접시 약 1100원인 초밥이 주 메뉴인 스시로가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회전초밥 업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초밥+IT… 효율성과 맛 모두 잡아

초밥과 IT가 절묘하게 만난 일본 '스시로'
초밥은 언뜻 보면 첨단 기술이나 디지털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하지만 스시로는 무려 18년 전인 지난 2002년 다른 경쟁 업체보다 앞서 자체 개발한 '회전초밥 종합관리시스템'을 전 매장에 도입했다. 각 매장에서 초밥 제조와 고객 주문 등 매장 운영을 자동화하고 한눈에 보이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일본 전통 음식과 첨단 기술의 아이러니한 조합인 셈이다. 이 시스템으로 스시로는 세계 최초로 미국 특허까지 받았다. 스시로의 매장에는 마치 공장 컨베이어벨트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회전 레일이 쉴 새 없이 초밥을 실어나른다. 회전 레일은 매장 안쪽 주방과 매장 안의 모든 고객 테이블을 연결한다. 스시로에서 제공하는 모든 접시에는 IC칩이 부착돼 있는데 회전 레일에 부착된 센서가 이 칩을 인식한다. IC칩 덕분에 폐기된 초밥의 종류와 수량도 기록에 남아 이후의 영업에 바로 반영한다. 스시로에서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량만 한 해 평균 약 10억건에 달한다. 이렇게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2012년에는 아마존의 클라우드서비스(AWS)를 도입해 식재료 납품량을 조절하고 판매 촉진 마케팅 전략도 세웠다.

초밥은 특히 식재료의 신선도가 상품의 질을 결정한다. 첨단 시스템 도입은 맛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 스시로는 매장 안 회전 레일에 올려진 초밥 중 일정 시간이 지난 접시는 자동으로 회전 레일 밖으로 빠져나와 자동 폐기되도록 설계했다. 가령 회전 레일을 350m 이상(약 40분) 이동하면서 건조해진 생선 초밥은 자동 폐기된다. 덕분에 초밥의 식감과 신선도는 항상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스시로의 마케팅부 야마모토 나오키 부장은 "외식 업체에서 가장 치명적인 일은 신선도가 떨어진 음식을 거리낌 없이 내놓는 일"이라고 말했다.

첨단 기술로 고객 불편 최소화

스시로는 무인 주문으로 운영된다. 각 테이블에 설치된 태블릿 크기 터치 패널로 고객이 직접 주문한다. 주방에서는 고객의 주문을 바로 모니터로 확인해 초밥을 만들어 회전 레일에 실어 보낸다. 지난 2016년에는 '오토 웨이터(Auto Waiter)'도 새롭게 도입했다. 기존 회전 레일 밑에 또 다른 레일을 추가해 고객 테이블 앞에 주문한 메뉴가 정확히 멈추도록 했다. 덕분에 고객 체류 시간이 줄어들면서 테이블 회전율도 높아졌다. 스시로에 따르면 고객당 평균 체재 시간이 5%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에는 이타미시에 회전초밥 업계 최초로 이미지 인식 기술로 접시 개수를 세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고객 테이블에 이미지 인식용 고기능 카메라를 설치해 고객이 집은 접시의 색깔과 수량을 자동으로 식별해 영수증을 발행한다.

스시로는 고객 대기 시간을 줄이는 데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5월에는 회전초밥 업계 최초로 '구글 어시스턴트'를 이용한 음성 예약 시스템도 도입했다. 스시로는 주차장을 가진 교외형 점포가 대다수인데, 운전하면서 음성 예약이 가능해지면 새로운 고객을 유인하기 쉽다고 판단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스시로에 따르면 지난해 휴일 예약 고객 비율은 약 50%에 달했다. 스시로는 이미 2014년 경쟁 업체보다 한발 앞서 스마트폰 앱 예약제를 도입했다.

인력은 맛 관련 작업에 집중

스시로의 경영 슬로건은 간결하며 독특하다. "맛있는 초밥을 배부르게 먹게 하자"이다. 초밥의 맛과 식감을 위해 가장 좋은 식재료를 쓰는 데 과감히 투자한다. 매출 대비 식자재 원가율은 평균 48% 정도다. 보통 일본 음식점의 평균 매출원가(식자재 원가율)는 30% 정도다. 2006년 창업자인 시미즈 요시오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스시로는 그가 절대 원칙으로 내세웠던 '기업 매출원가(식자재 원가율)는 50%에 가깝게'를 지켜나가고 있다. 이에 대해 미즈도메 사장은 "식재료 원가율을 매출 대비 50%에 가깝도록 유도하는데 이보다 낮으면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스시로는 최고의 맛을 위해 매장 운영 대부분을 자동화하는 대신 음식의 맛과 직결되는 작업에 인력을 집중했다. 2016년 가을부터 외부에 위탁했던 대부분의 생선 손질 작업을 스시로 매장에서 직접 한다. 생선 자르기와 껍질 벗기기, 초밥을 만들어 접시에 담는 작업 등 모두 생선의 식감과 신선도를 결정짓는 작업들이다. 대신 초밥용 밥은 전용 로봇이 빚어 불필요한 인력 낭비를 줄였다. 스시로는 일본에 점포 541곳을 거느린 대형 외식 체인임에도 참치와 새우 등 각각의 식재료를 감정해 납품을 결정하는 담당자는 단 6명뿐이다.

스시로는 지난 2011년 "(스시와 맥도널드를 버무린) 스시도널드를 만들자"는 목표를 내걸고 해외 시장에도 진출했다. 2011년 12월 서울 종로에 해외 스시로 1호점을 연 후 꾸준히 점포를 늘려 현재 한국 내에 15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 뿐 아니라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에도 매장을 열었다.

스시로의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순이익은 해외 매출 증가로 전년 대비 20% 늘어난 99억엔(약 1085억원)을 기록했다. 미즈도메 사장은 "매출이 높은 홍콩 점포를 발판으로 중국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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