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티파니가 커피를 팔고, 벤츠가 요리를 하는 까닭은?

입력 2020.02.07 03:00

"밀레니얼·Z세대를 잡아라"
세계 명품 브랜드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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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에 있는 티파니앤코의 ‘블루박스 카페(왼쪽)’. 티파니 특유의 ‘터키시 블루’ 컬러로 실내를 꾸몄다. 오른쪽은 홍콩의 ‘메르세데스 미’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라떼에 메르세데스 벤츠의 상징인 삼각별 로고를 그려냈다. /티파니앤코·메르세데스
중국에 진출한 전 세계 기업들이 최근 부진을 겪는 모양새다. 작년 초부터 이어진 중국의 경기 침체와 미·중 무역 전쟁의 여파 때문이다. 반면 루이비통과 샤넬, 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들의 사정은 정반대다. 최근 부진했던 과거를 딛고 일어서는 회복세가 무섭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2019년 중국 내 명품 판매 매출액은 2018년보다 13.6% 성장한 284억달러(약 33조6483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4년에는 436억달러(약 51조6572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모니터는 "2023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명품 소비시장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어떤 차별점 덕에 중국에서 선전하고 있을까.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와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명품 브랜드 매출의 35%를 차지한다. 또 전 세계 사치품 소비자 중 44%가 중국인일 정도로 영향력이 커 명품 브랜드들이 꼭 잡아야 할 시장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명품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건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다만, 이들의 타깃은 명확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중국인 소비자 중 밀레니얼 세대(1981~1995년 사이 출생자)와 Z세대(1995~2000년대 초반 출생자)를 주목했다. 최근 소비를 주도하는 세대가 이 두 세대로 넘어가기 시작하면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이 두 세대는 중국 전체 인구(14억명)의 약 30%(5억명)에 달하며, 2018년 중국 전체 소비의 60%를 밀레니얼 세대가 차지하고 있다. 또 이들 세대 구성원 중 대다수는 평균 이상의 소득과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갖고 있다. 대니얼 집스퍼(Zipser) 맥킨지 수석 파트너는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명품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일종의 게임"이라며 "중국 소비자의 독특한 특징이 명품 브랜드 제품 구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이 전 세계 명품 브랜드의 전략 재편을 촉진하고 있다"며 "이 세대들은 기존의 소비자들과 다른 성향을 보이는 만큼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①식당·카페 등 체험 매장 오픈

명품 브랜드들이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잡기 위해 내놓은 전략 중 눈에 띄는 것은 식당과 카페 등을 활용한 체험 매장이다. 이들의 목표는 소비자들과의 심리적 거리를 줄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명품 목걸이나 가방 같은 경우에는 최소 수백만원에 달하는 등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접근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디저트나 커피 같은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덕에 소비자들의 접근이 용이하다. 두 세대가 광고 대신 리뷰 등 체험을 통한 소비에 익숙하다는 것을 노린 셈이다.

최근 뉴욕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드코는 상하이 도심에 '카페 블루박스'를 열었다. 유명 여배우 오드리 헵번과 그녀가 출연한 영화인 '티파니에서의 아침'을 콘셉트로 잡고 티파니 특유의 블루 컬러로 이목을 끌었다. 블루박스에서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신청 후 최소 6개월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차량업체 메르세데스는 베이징과 상하이, 홍콩 등에 '메르세데스 미'라는 이름의 콘셉트 스토어를 열었다. 콘셉트 스토어의 1층은 서양식 식당이며 2층은 쓰촨(四川)식 식당으로 동서양 음식의 조화로 홍보에 나섰다. 한 달에 약 2만8000개의 음식이 팔릴 정도로 반응이 좋다. 오는 4월에는 선전(深圳)에 추가 매장을 오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구치와 엠포리오 아르마니, 불가리, 랠프로런 등에서 내놓은 카페가 중국 대도시에 각각 진출한 상태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CBRE 차이나의 설리 후 수석 연구원은 "명품 브랜드의 음식점이나 카페 등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은 명품 브랜드 가방을 사는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는 명품 브랜드들이 젊은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유지시킬 수 있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②SNS·IT 활용해 홍보

명품 브랜드들은 소셜미디어(SNS)와 IT(정보기술) 활용에도 적극적이다. 디지털에 익숙한 두 세대 소비자와의 연결고리를 늘리기 위해서다. 버버리는 중국 IT 공룡 텐센트와 작년 11월 손을 잡았다. 양사는 협업을 통해 올해 상반기 SNS 소매점을 출시할 계획이다. 지방시는 중국에서 미스터 백(Mr. Bag)으로 알려진 온라인 패션 블로거 타오량(陶亮)과 협업해 한정판 핸드백을 출시했다. 핸드백의 가격은 1만5000위안(약 254만원)에 달했지만, 공개 12분 만에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프랑스의 랑방을 소유한 포순 패션의 조안 쳉(Cheng) 회장은 "소비자들이 SNS에서 명품 브랜드 정보를 확인하거나 인플루언서들의 추천을 통해 명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SNS 영향력이 더욱 확대되면서 이와 관련된 부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명품 브랜드들은 기존 온라인 판매 채널 입점에도 적극적이다. 젊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최대한 늘리는 게 목표다. 버버리와 휴고보스, 지방시, 루이비통 등 약 150개의 브랜드는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티몰(Tmall·天猫)이 운영하는 명품 상품 판매 플랫폼 파빌리온에 입점한 상태다. 파빌리온에는 매년 100만위안(약 1억6952만원) 이상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10만명에 달한다. 집스퍼 맥킨지 수석 파트너는 "중국 신세대 소비자 공략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결"이라며 "그 연결을 위해서는 온라인 판매 채널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③2선·3선 도시도 공략 예상

명품 브랜드들은 대도시 위주로 전략을 짜오고 있다. 중소도시의 오프라인 매장 진출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대도시 중심 등 선별적인 전략을 통해 희소성을 높여 자사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내에서 명품 브랜드의 성장이 이어지고 '짝퉁'을 방지하기 위해서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뿐 아니라 랴오닝성 다롄(大連)과 푸젠성 샤먼(廈門) 등 2선·3선 도시 공략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디나-로라 아킴(Achim) 패션 칼럼니스트는 "명품 브랜드들이 계속하여 선별적인 전략을 고집할 경우 중소도시의 소비자들은 다른 대안을 찾게 되고 짝퉁 등 지하경제가 활성화하는 역풍이 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2선·3선 도시의 잠재력도 풍부하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딜로이트는 중국 대도시들은 이미 명품 브랜드가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오히려 2선·3선 도시에 있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명품 전문 잡지 럭스 디지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선·3선 도시에 사는 주민 45% 이상이 사치품 소비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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