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집 5채중 1채가 태양광 주택… 2025년까지 수소 허브 구축 추진

입력 2020.01.17 03:00

[Cover Story] 호주의 수소생산 이렇게 한다

호주, 수소 생산 어떻게 하나

뛰어다니는 캥거루, 거대한 모래바위 울루루…. 호주(Australia)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모습이다. 호주는 면적이 769만㎢(남한의 약 77배)에 달하는 광활한 국토와 아름다운 자연 덕분에 관광객이 몰린다. 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호주는 여행당 관광객이 돈을 많이 쓰는 나라(2017년) 1위를 기록, '관광의 나라'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호주는 관광 국가 대신 혁신 기술 국가로의 변화를 노리는 중이다. 그 중심에는 수소(hydrogen)가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여러 혁신 기술이 있지만, 호주는 수소 기반 혁신 기술을 택했다. 지난 2016년 11월부터 효력이 생긴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탄소 경제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긴박감이 공유되는 가운데 환경 파괴가 없는 수소가 미래 에너지로 부상한 까닭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전 세계 수소 에너지 수요는 2015년 8EJ(엑사줄·에너지 소비 단위)에서 2050년 78EJ로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18%를 차지하는 수치다. 앵거스 테일러(Taylor) 호주 에너지 및 배출량 감소 장관과 매슈 카나반(Canavan) 호주 자원 및 북호주 장관은 "세계 에너지 시장이 계속 진화함에 따라 수소처럼 장기적으로 탄소 배출량 감소에 기여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필수가 됐다"고 설명했다.

호주는 환경 파괴 문제에도 직면했다. 호주 SBS뉴스 등에 따르면 호주의 온실가스 오염 수준은 지난 4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2018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호주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05년(5억5900만CO₂t)보다 26~28% 줄여야 한다. 하지만 호주 환경에너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 정책이 바뀌지 않을 경우 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지난해 9월부터 수개월째 계속된 호주 산불의 원인 중 하나로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가 지목될 정도이다 보니 위기감을 느낀 호주는 국가 차원에서 수소 경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환경오염 전혀 없이 수소 생산

그럼 왜 수소일까. 과학계에 따르면 수소(원소기호 H)는 우주의 75%를 구성하고 있으며 가장 흔한 원소로 알려져 있다. 수소는 구하기가 쉬워 석유 같은 화석연료처럼 고갈될 염려가 없다. 화석연료는 에너지를 만들고 탄소를 생성해 환경을 파괴하지만, 수소는 에너지를 만들고 물을 생성해 환경 파괴를 하지 않는다. 효율성도 좋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원별 차종 비교에 따르면 휘발유차의 1㎞당 연비는 116원이지만, 수소차는 83원이며 향후 62.5원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적으로 수소 생산량이 늘게 되면 수소 충전 비용도 경쟁력을 갖게 된다. 현재 1㎏당 8000원(휘발유는 1ℓ당 1395원)인 수소 충전 비용도 점차 떨어져 2019년 8000원, 2022년 6000원, 2040년 3000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의 생성 방식은 크게 전기분해, 석탄기화(석탄 활용 수소 생성), 증기 메탄 재형성(천연가스 활용 수소 생성) 등 총 세 가지로 나뉜다. 호주는 태양광 등 청정 재생에너지에서 얻은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전기분해 방식 중심으로 수소 산업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환경 파괴 위험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소 생성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그간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2019년 기준 태양광 전기 생산 비용이 2010년보다 약 80% 이상 저렴해지는 등 기술 발전 덕분에 수소 경제에 탄력이 붙을 수 있게 됐다.

세계 최고의 태양광 발전 활용

호주는 세계 최대 수소 수출국을 꿈꾼다. 이런 자신감은 호주가 가진 지리학적 이점에서 나온다. 호주는 해양 지역을 제외하고 육지만 고려할 때 세계에서 가장 양질의 햇빛을 보유한 국가 중 하나다. 질 좋은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며 넓은 국토 덕에 수천㎢ 면적에 달하는 풍력·수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이 용이하다.

재생에너지의 실생활 적용 및 산업 발전 추세도 가파르다. 호주 에너지시장기구(AEMO)에 따르면 호주 주택의 지붕형 태양광 보급률은 전 세계 1위다. 호주 전역의 5가구 중 1가구(24%)에 해당하는 약 200만 주택에 설치돼 있다. 덕분에 호주의 2018년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총 에너지 사용량의 21%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8년 재생에너지 투자도 2017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한 200억달러를 기록했다. 호주 수소 프로젝트 관계자는 "개인 및 소규모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노화된 석탄 화력발전소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인프라로 바꾸고 있다"며 "태양광 패널 등의 구축 비용이 급격하게 절감되면서 전환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는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 국가다. 호주 산업혁신과학부에 따르면 호주는 2017년 기준 석탄은 세계 4위, 천연가스는 세계 13위, 석유는 세계 25위의 매장량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생산된 에너지의 약 80%를 수출하는 에너지 순수출국이다. 이미 호주는 에너지 활용 및 수출 전략이 뛰어나며 미래 에너지 선점의 중요성도 잘 알고 있다. 호주 정부는 "수소 자원 개발과 에너지 전환을 통해 호주의 에너지 안보를 증진하고 수십억달러 규모의 수출 산업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2018년 정부 차원 수소 실무 그룹 발족

호주는 2025년까지 수소 허브를 구축해 공급 체인을 개발하고 수출 산업 인프라도 구축할 방침이다. 재생에너지 생산부터 수소 생산, 보관, 수출에 달하는 모든 단계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호주 정부의 에너지 협의회는 2018년 12월 이런 내용의 수소경제 혁신 비전을 설정하고 수소 실무 그룹(COAG)의 설립에 합의했다. 의장으로는 호주 수석과학자인 앨런 핀켈(Finkel) 박사가 선정됐다. 현재 핀켈 박사는 호주 정부의 수소 에너지 정책을 총괄 조정하고 있다. 핀켈 박사는 "수소는 태양광 같은 일차적 에너지원을 고농축한 탄소 배출량 제로 연료"라며 "국제 에너지 기구와 세계 에너지 협의회 모두 호주를 잠재적 수소 생산 발전소로 보고 있기 때문에 호주는 수소 산업에서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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