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자원과 한국 기술 합치면 세계 최고 청정에너지 大國 될 수 있다"

입력 2020.01.17 03:00

[Cover Story] 호주의 수소생산 이렇게 한다

앨런 핀켈 호주 연방정부 수석과학자 訪韓

앨런 핀켈 호주 수석과학자가 2019년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호주 수소경제 세미나에서 수소경제 강연을 하고 있다.
앨런 핀켈 호주 수석과학자가 2019년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호주 수소경제 세미나에서 수소경제 강연을 하고 있다. / 이덕훈 기자
"승용차가 100㎞를 휘발유로 달리면 13.31호주달러, 디젤로 달리면 11.21 호주달러가 들지만, 현대 넥쏘 수소 연료전지 차량은 수소 1㎏ 생산비용인 6호주달러면 됩니다. 그것도 탄소 배출은 전혀 없고요."

앨런 핀켈 호주 연방정부 수석과학자 訪韓
앨런 핀켈 호주 연방정부 수석 과학자(chief scientist)는 "에너지는 문명의 토대이며, 앞으로 대체 에너지는 태양광·풍력 전기와 같은 1차적 에너지원과, 탄소 배출량 제로인 수소가 장거리 운송·선박 등에서 실질적 기여를 하는 2차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핀켈 박사는 현재 호주 연방정부의 수소 에너지 정책을 총괄 조정하며, 모내시대 총장과 호주과학기술공학원(ATSE) 원장을 지냈다. 지난달 중순 한국의 수소산업계 전문가들과 협의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만나 세계 최대 수소 수출국을 꿈꾸는 호주의 비전과 수소 경제의 현황을 들어봤다.

수소 생산원가 많이 낮아져

―2003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수소연료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고 한국의 노무현 정부도 '수소경제사회'를 내세웠지만, 이후 수소경제에 대한 글로벌 관심은 시들해졌다. 왜 이번엔 다를까.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우선, 파리기후변화협약(2016년 11월 발효)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탄소 경제를 탈피해야 한다는 긴박감이 공유됐다. 한국도 경제 활동에서 탄소 배출을 없애야 하고, 수소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둘째, 물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데 드는 전기를 제공하는,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탄소 제로' 에너지의 생산 비용이 급격히 내려갔다. 태양광 전기의 생산 비용은 2010년과 비교할 때 80% 이상 싸졌다. 셋째, 한국의 수소 연료전지 개발과 같은 관련 기술의 발전을 들 수 있다. 수소를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해 다시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는 이 수소전지는 예전보다 훨씬 가볍고 뛰어난 내구성을 갖추게 됐다."

―수소의 대량 공급 측면에서 현재 최대 난제(難題)는 뭐라 보는가.

"수소를 액화수소로 전환하든, 암모니아(NH₃)로 화학적 전환해서 운송한 뒤에 수소를 다시 추출하든, 결국 어떤 형태로 장거리 운송을 할 것이냐는 것이다. 현재는 어떤 경로로든, 대규모 테스트를 한 것이 없다. 앞으로 10년 뒤에 신재생에너지 생산 비용이나 전해조 비용이 더욱 내려가겠지만, 현재로선 이 수소의 액화 및 운송 비용이 수소 생산만큼이나 비쌀 수 있다. 또 액화수소 운송 선박의 제작, 수출 항구까지 연결된 파이프라인에서 수소가스를 효율적으로 압축하는 기술 등 크고 작은 많은 숙제가 있다."

―전기 배터리 차량 테슬라를 만드는 일론 머스크는 "수소 연료전지는 놀랄 정도로 멍청한 생각" "연료(fuel) 전지는 바보(fool) 전지로,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했는데.

"8년 전 나도 전기 배터리 업계에서 일했다. 그때 나는 수소 연료전지를 승용차의 동력으로만 봤고 비관적이었다. 당시 전기 배터리를 한 번 충전해서 가는 거리는 수소전지 차량의 두 배였다. 하지만 이후 내 생각은 달라졌다. 가솔린과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이 있을 정도로 수소 연료전지의 효율성이 급격히 개선되기도 했지만 수천, 수만t의 철강을 싣고 대양을 건너는 화물선을 생각해 보라. 앞으로 30년이 지나도 전기 배터리로 이 화물선에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까. 머스크는 아직도 내가 8년 전 썼던 안경으로 수소 전지를 보는 듯하다. 대륙 사이를 탄소배출 제로로 오갈 방법이 있나. 화물선을 전기 배터리로 움직인다면, 결과는 둘 중 하나다. 화물을 충분히 싣지 못하거나, 배터리 무게로 배가 가라앉든지 할 것이다."

'호주 자원+한국 기술' 시너지

―한국 정부 및 기업들과의 협력은 어느 정도인가. 일본은 호주의 갈탄에서 추출한 수소를 액화해 일본으로 수송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빅토리아주(州) 정부와 호주·일본의 기업들이 함께 갈탄에서 수소를 생산하고, 이때 배출되는 탄소는 거대 시설에 포집·저장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과도 서로 자원과 기술을 합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확인해가는 단계다. 호주의 에너지기업 우드사이드와 한국가스공사가 수소 충전소 건설과 호주에서 생산된 수소를 한국으로 운송하는 방안에 대해 더 진전된 논의를 하고 있다. 한국으로선 수소에너지 관련 기술을 수출할 기회다."

―호주는 태양광·풍력 발전에 유리한 환경 덕분에 막대한 클린에너지를 얻고 잉여 전기를 수소로 전환해 수출하려고 하지만, 한국으로선 수소 시대에도 계속 에너지 의존국이 되는 것 아닌가.

"호주는 에너지 공급자, 한국은 수요자인 단순 구도가 아니다. 호주의 액화천연가스(LNG) 산업을 보라. 한국의 LNG 수입국 중에서 호주는 2위지만, 한국 기업들은 호주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나 노던 준주(準州·Northern Territory)의 LNG 추출 플랫폼이나 생산시설, LNG 수송선에 많은 투자를 했다. 이미 호주의 에너지 공급체인에서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다. 호주가 수소 자원의 개발을 맡고, 한국 기술로 수소를 수출할 항구 시설을 만들고, 한국·일본 등이 수소를 액화하고 이를 운반할 특수 선박을 만드는 식으로, 복잡하게 얽혀 상호 작용하는 산업이다."

한국은 수소차 생산에서 유리

―클린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수소 생산과 액화 공정, 석유·석탄에서 수소 생산 시 발생하는 탄소의 포집·저장 기술 모두 호주가 선도하고 있지 않나.

"현재 가동 중인 것들은 기술적 개념을 증명하는 수준의 초기 단계 프로젝트가 많다. 또 호주가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물을 전기분해하는 장치(전해조·電解槽)는 현재 유럽과 영국에서 온다. 결국 한국은 전해조 생산에 뛰어들 것이고, 수소전지 차량도 생산한다. 이 분야는 호주의 주력 부문이 아니다. 호주인들은 국내에서 생산된 수소를 충전하는 한국산 수소차를 몰게 된다. 이미 현대자동차는 캔버라·브리즈번 시당국과 넥쏘 수소차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수소 수출 면에서 호주의 경쟁국은 어디인가?

"지리적 근접성을 고려할 때, 아시아 시장에선 칠레·아르헨티나·브루나이 정도다. 그러나 호주는 수소 생산의 기반이 되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 풍부한 신재생에너지 자원을 갖고 있다. 또 화석연료(석탄)와 탄소 채집·저장 시설을 갖췄고 아시아 국가들과 이미 오래 무역하며 쌓은 신뢰 관계가 있어 유리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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