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트럼프

    •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입력 2020.01.17 03:00

[On the Economy]
트럼프, 미국의 동맹국과 우방국을 적대시해 서방의 분열을 방치
소프트·하드 파워 파괴되면 中만 이득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최근 뉴욕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미국과 중국 양국이 무역 전쟁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는 소식에 환호했다. 그러나 안 좋은 소식은 미·중 간 1단계 합의가 기존의 전략적 경쟁의 일시적 휴전이라는 것이다.

미·중의 디커플링은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기술 분야에서 더 두드러질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자주성 확보와 첨단 기술 분야 선점 시도를 자국에 대한 경제·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이 미·중 간 자본 이동에 관한 조사를 강화하면서 미국에 대한 중국의 직접투자는 2017년과 비교해 80% 감소했다. 그리고 새로운 법안은 미국 연금 기금의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금지, 중국 벤처기업 투자 제한, 일부 중국 기업의 미국 주식거래 제한을 고려 중이다.

앞으로 중국은 미국의 통제 아래 있는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벗어나고 달러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현재 중국은 디지털 통화를 통해, 서구 국가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국제은행 간 통신협회(SWIFT)의 국가 간 결제 시스템을 대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국내의 디지털 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국제화를 시도할 수도 있다.

2017년 백악관 국가 안보 전략과 2018년 미국 국가 방위 전략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간주한다. 미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덩샤오핑의 도광양회(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르라) 충고를 듣지 않고 공격적인 팽창 정책을 펼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아시아 내 중국의 안보적 정당성을 부인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양국의 경쟁이 어떤 방식으로 격해질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 제한 없는 전략적 경쟁은 결국 냉전에서 전쟁으로 번져 전 세계에 최악의 결과를 야기할 것이다. 시진핑의 중국은 조지 오웰식 감시국가를 만들고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국가자본주의 형태를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현재 증가하는 부를 국방비에 사용하고 있다.

이제 문제는 고조되고 있는 냉전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이 있는가이다.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와 같은 일부 서방 논객은 '관리된 전략적 경쟁'을 주장한다. 다른 이들은 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미·중 관계를 언급한다. 또한 CNN의 저명 칼럼니스트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포용과 억제를 동시에 추구할 것을 권고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과 중국은 기후변화와 국제무역, 국제금융과 같은 세계적 공공재가 관련된 분야에서 협력해야 하며, 다른 분야에서는 건설적인 경쟁을 해야 한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중국과 전략적 경쟁에서 선의의 포용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개방적인 사회, 개방적인 경제 모델의 확장을 위해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할 필요가 있다. 서구 국가들은 국내의 불평등을 줄이고 금융 위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 경제 개혁뿐 아니라, 포퓰리즘을 억제하고 법치주의를 고수하는 정치 개혁도 필요하다. 현재 미국 행정부는 이러한 전략적 비전이 부족하다. 트럼프는 미국의 우방국과 동맹국을 적대시하여 서방의 분열을 방치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주의 질서 수호와 개혁에 부적합하다.

중국은 아마도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재선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중국에 트럼프는 단기적으로 귀찮은 존재일지 모른다. 하지만 만약 트럼프의 집권이 계속되면 그는 미국의 소프트 파워와 하드 파워의 근간인 전략적 동맹을 파괴하면서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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