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일본과 중국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회장

입력 2020.01.17 03:00

[WEEKLY BIZ Column]
국제 수소각료회의 주기적으로 여는 일본
수소충전소 1000기 세우려하는 중국
전기차 최고기술 한국 이에 뒤질것 없다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회장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회장
오늘날 인류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에너지 사용 확대를 통해 편리하고 윤택한 삶을 영위한다. 그러나 그 결과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를 발생시켰으며, 오히려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의 주범은 산업혁명 이후 우리에게 저렴한 에너지를 제공한 화석에너지이다.

난방용 연료를 비롯해 자동차와 선박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화석에너지를 다른 에너지로 대체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이 어려운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는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또 이러한 재생에너지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장기간 저장 및 운송이 가능한 수소에너지 활용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사실 수소에너지의 대량 사용은 1878년 쥘 베른의 소설 '신비의 섬'에 "그래, 친구들아, 나는 물이 언젠가는 연료로 사용될 것이고, 물을 구성하는 수소와 산소가 무한한 열과 빛의 원천을 제공할 것이라고 믿는다. 물은 미래의 석탄이 될 것이다!"라는 문장에서 처음 예시될 때만 해도 꿈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였다.

도쿄올림픽 선수촌은 수소도시


그런데 화석에너지의 고갈론이 일반화되기 시작한 2002년,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 '수소혁명' 에서 수소에너지가 미래 인류 문명을 재구성하고, 세계 경제와 권력구조를 개편할 것이라 예측하였다. 수소에너지가 저장이 어려운 태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의 약점을 보완할 '에너지 캐리어'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후 수소는 연료전지 등 활용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편리하고 친환경적이며 단위당 가스의 3배 가까운 힘을 내는 에너지로 인식된다.

전 세계는 2014년 국제 유가 하락을 계기로 수소 사용 기술을 선점하려는 미래 에너지 전쟁을 새롭게 시작하였다. 미국은 아마존, 월마트 등을 중심으로 수소를 사용한 지게차 약 2만5000대를 사용 중이다. 또 수소전기차 약 8000대, 수소충전소 약 70곳을 보급하여 세계에서 가장 큰 수소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유럽은 독일·네덜란드·노르웨이·덴마크 등을 중심으로 수소충전소 건설, 수소택시 및 버스 운행,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소생산(P2G) 등의 실용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미래 수소 생산 강국으로 발돋움할 청사진을 밝혔다.

이 중에서도 우리 주변의 일본과 중국의 움직임이 단연 눈길을 끈다. 일본은 국제수소각료회의를 주기적으로 개최한다. 금년 도쿄올림픽에서는 '일본의 수소사회 진입'을 공식 선포하기 위하여 올림픽 선수촌을 수소도시로 건설하고 있다. 이미 가정용 수소연료전지를 약 30만대 이상 보급하였으며, 수소전기차도 약 3700대, 수소충전소 약 110기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은 뒤늦게 수소산업을 시작했지만, 13개의 자동차 제조사가 수소전기차 및 상용차를 개발하고 있다.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200만대와 수소충전소 1000기 건설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용하는 화석에너지 전체를 재생에너지와 수소로 대체한 '탄소 제로 사회' 건설에는 얼마나 걸릴까?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에너지 전문가들은 현재의 기술개발 속도를 감안해도 선진국들이 2050년은 되어야 달성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 전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기술표준화와 국제협력 서둘러야

우리나라는 경제 성장 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의 공급 구조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변환시켜 왔다. 해방 이후 나무와 석탄을 사용하다 1970년대 공업화 과정에서 석유가 주종 에너지가 되었다. 1980년대 이후에는 원자력과 천연가스가 급속히 확대되었다. 지금의 소위 다변화된 에너지 공급 구조를 구축하는 데 최소한 20~30년이 걸린 셈이다. 그러나 지금의 에너지 수급 시스템은 환경이나 안전 등 여러 측면에서 도전받고 있다. 그래서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수소가 우리 미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한다. 다만 수소 경제로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서는 수요의 확대를 통한 경제성 확보, 인프라 확충 및 안전 체제의 정립이 시급하다.

한국은 지난해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수소전기차 보급을 필두로 초기 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작년까지 약 5000대의 수소전기차를 보급했고, 34개소의 수소충전소를 운영 중이다. 올해에는 '수소경제 육성 및 안전관리법' 등 수소경제를 추진하기 위한 전반적인 제도적 기반 조성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부족한 수소충전소 및 수소 생산설비 확보, 그린수소 생산기지 건설을 위한 신규 제도를 개발해야 한다.

새로운 산업과 기술을 주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과거 경제발전 과정에서 에너지 공급 구조를 성공적으로 전환한 경험을 바탕으로 민관이 힘을 모으면 세계의 선도 국가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IEA의 조언처럼 투자의 중복성을 줄이는 기술표준화와, 경제성 있는 청정 수소에너지 확보를 위한 국제협력에 적극 노력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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