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났네, 배터리가 다 돼가네… 中 전기차 제동 걸리는 소리

입력 2020.01.17 03:00 | 수정 2020.01.26 00:46

중국 전기차 업체의 위기 탈출 전략

거침없이 진격하던 중국 전기차 업계가 휘청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홍콩 거부 리카싱(李嘉誠)이 투자한 중국 전기차 업체 FDG(오룡전동차)가 파산 신청을 내고 다른 주요 전기차 회사들도 수익을 내지 못한 채 줄줄이 도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예정됐던 '상하이 국제 신에너지 자동차 기술 박람회'는 갑자기 이듬해 8월로 연기됐다. 참가 기업 60곳 중 절반인 30곳이 도산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가파르게 치솟던 중국 국내 전기차 판매 증가세도 지난해 처음으로 꺾인 것으로 추정되는 지경이다.
리서치 회사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기차 판매량은 192만대를 기록, 1년 전보다 약 10만대 감소했다. 당초 10~11월이면 판매량이 다시 늘 것이라고 예상했던 전문가가 많았던 터라 업계 충격은 더 컸다고 중국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2021년까지 중국 전기자동차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발표하면서 중국 전기차 업계 고민도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보조금 정책을 철회한 배경에는 보조금을 노리고 생겨난 관련 스타트업이 지나치게 많아졌고, 기존 자동차 업체들도 보조금 특수를 노려 충분한 기술적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전기차 양산에 뛰어들다보니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중국 전기차 업계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주된 동력 중 하나는 결국 정부 보조금이었다는 세간 평가를 입증한 셈이다.

전기 자동차는 중국의 대표적 유치산업(幼稚產業·infant industry)이었다. 2010년대 들어 내연기관 자동차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 자국 시장 점유율은 20%를 간신히 넘었지만, 전기자동차만은 정부 보조금과 거대한 소비자 시장을 등에 업고 전 세계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샤오펑의 전기자동차 G3 020.
콜택시 앱과 손잡다

전기차 업계가 이처럼 지각 변동을 겪으면서 일부 기업은 사업 다각화로 독자 생존을 모색 중이다. 일부 완성차 기업은 시장 규모 3840억위안(약 64조4000억원)에 달하는 콜택시 시장에 손을 뻗었다. 최근 중국 정부는 미세 먼지 배출을 줄이기 위해 콜택시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항저우·선전·다롄 등 주요 도시들은 정부 목표에 맞춰 2018년부터 전기차에만 콜택시 신규 등록 허가를 내주고 있다. 이 바람을 타고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급부상하는 콜택시 업계에 투자와 제휴를 통해 판매를 늘리고 있다.

여기서 가장 과감한 행보를 보인 곳은 지리자동차와 베이징자동차다. 지리자동차는 1억5000만위안을 투자해 전기자동차 콜택시 플랫폼 차오차오추싱(曹操出行)을 개발했다. 차오차오추싱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와 C2C(소비자 간 거래)를 결합한 콜택시 앱이다. 플랫폼 내에 '공무 외근'이라는 항목을 만들어 공무원들이 외근을 할 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다른 회사와 차별화에 성공했다. 현재 지리자동차는 차오차오추싱을 통해 전국 37개 도시에 전기자동차 4만대를 투입했으며 가입자 수는 1700만명이다.

베이징자동차는 중국 콜택시 거물 디디추싱(滴滴出行)과 손을 잡았다. 디디추싱은 연간 4억명 규모의 사용자와 기사 5000만명을 보유한 중국 최대 콜택시 앱이다. 베이징자동차는 1억3200만위안을 디디추싱에 투자해 콜택시 앱 비즈니스 협업을 추진했다. 디디추싱은 다양한 전기자동차 업체들과 협업하여 2025년까지 전기자동차 100만대를 콜택시로 운영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 외에도 장안자동차는 장안추싱, 상하이자동차는 샹다오추싱(享道出行)을 내놓는 등 완성 자동차 업체 다수가 콜택시 앱을 출시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기업과 콜택시의 협업이 단기적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가져올 것이라 예상했다. 둥베이증권은 "자동차 업체들이 향후 몇 년간 정부 정책과 콜택시 업계 진출에 따른 전기자동차 수요 증가로 성장 동력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자동차 기업의 콜택시 진출이 데이터 수집을 통해 전반적으로 전기자동차 품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베이징자동차 전기차 모델 EU7.
경쟁 업체와 파트너십 구축

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겠다고 밝히자 전 세계 자동차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한 것도 중국 업체에겐 또다른 도전이다. 지난해 12월 테슬라가 중국 현지 공장에서 '모델 3'를 출고하면서 신호탄을 날리자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적의 적은 동지'라는 격언처럼 새로운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 업체들과 손을 잡기 시작했다.

중국 전기자동차업계에서 쌍성(雙星)으로 통하던 니오(NIO)자동차와 샤오펑(小鵬)자동차는 라이벌 관계를 청산하고 파트너십을 맺었다. 니오와 샤오펑은 나란히 2014년 30대 중후반 젊은 기업가들이 창업한데다 비슷한 서비스와 성장 궤도를 밟으면서 각자 서로 '대륙의 테슬라'라고 주장하면서 그동안 치열하게 경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원조' 테슬라가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자 샤오펑은 배터리 충전 서비스와 관련해 니오파워와 협력을 선언했다. 샤오펑은 자사 충전 네트워크와 지불 서비스를 니오파워와 연동하고, 샤오펑과 니오파워 이용 고객들은 고속충전소를 포함한 양사 모든 충전소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전기자동차 소비자가 사용 만족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충전 네트워크인데 이 부분에 대한 공략에서 연합전선을 결성한 것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 스젠화(師建華) 부서기는 "중국 전기차 산업은 위기다"면서 "샤오펑과 니오 동맹은 위기를 극복하는 좋은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급성장은 어려워

그럼에도 전문가들 견해는 비관적이다. 중신증권은 2020년 신에너지 자동차 전망보고서를 통해 "중국 전기자동차 기업들은 보조금 폐지로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시장은 위축되지만 과거 들어온 경쟁자들이 더 치열하게 가격 경쟁에 돌입하면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면 보조금 폐지를 통해 옥석이 가려지면서 전반적으로 전기차 품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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