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났네, 배터리가 다 돼가네… 中 전기차 제동 걸리는 소리

입력 2020.01.17 03:00

중국 전기차 업체의 위기 탈출 전략

중국 전기차 업계에 비보(悲報)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홍콩의 거부 리카싱(李嘉誠)이 투자한 중국 전기차 업체 FDG가 파산 신청을 내는 등 주요 전기차 기업들이 수익을 내지 못한 채 줄줄이 도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예정됐던 '상하이 국제 신에너지 자동차 기술 박람회'는 돌연 올해 8월로 연기됐는데, 참가 기업 60곳 중 절반인 30곳이 도산했기 때문이다. 매년 거침없이 치솟던 중국 국내 전기차 판매 증가세도 지난해 처음으로 꺾인 것으로 추정된다. 리서치 회사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기차 판매량은 1923만대를 기록, 1년 전보다 약 100만대 감소했다. 당초 10~11월에 판매량이 늘 것이라고 예상했던 전문가가 많았던 터라 업계의 충격은 더 컸다고 중국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2021년까지 중국 전기자동차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발표하면서 중국 전기차 업계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보조금 정책을 철회한 것은 보조금을 받으려 관련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생겨날 뿐 아니라 기존 자동차 업체마저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뛰어들며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 전기차 업계가 거침없이 성장할 수 있었던 주된 동력 중 하나는 정부 보조금이었다.

전기 자동차는 중국의 대표적 유치산업이다. 2010년대 내연기관 자동차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를 간신히 넘었지만, 정부의 보조금과 국내의 거대한 인구 혜택을 톡톡히 본 전기자동차 분야에서는 전 세계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샤오펑의 전기자동차 G3 020.
콜택시 앱과 손잡다

전기차 업계가 지각 변동을 겪으면서 일부 기업은 사업 다각화로 전기차 사업의 독자 생존을 모색 중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응 방식은 완성차 기업들이 시장 규모 3840억위안(약 64조4000억원)에 달하는 콜택시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정부는 미세 먼지 배출을 줄이기 위해 콜택시를 전기차로 전환해왔다. 항저우·선전·다롄 등 주요 도시들은 정부 목표에 맞춰 2018년부터 전기차에만 콜택시 신규 등록 허가를 내주고 있다. 이 바람을 타고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급부상하는 콜택시 업계에 투자와 제휴를 통해 판매를 늘렸다.

가장 과감한 행보를 보인 기업은 지리자동차와 베이징자동차이다. 지리자동차는 1억5000만위안을 투자해 전기자동차 콜택시 플랫폼 차오차오추싱(曹操出行)을 개발했다. 차오차오추싱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와 C2C(소비자 간 거래)를 결합한 콜택시 앱이다. 플랫폼 내에 '공무 외근'이라는 항목을 만들어 공무원들이 외근을 할 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다른 회사와 차별화에 성공했다. 현재 지리자동차는 차오차오추싱을 통해 전국 37개 도시에 전기자동차 4만대를 투입했으며 가입자 수는 1700만명이다.

베이징자동차는 중국 콜택시 거물 디디추싱(滴滴出行)과 손을 잡았다. 디디추싱은 연간 4억명 규모의 사용자와 기사 5000만명을 보유한 중국 최대 콜택시 앱이다. 베이징자동차는 1억3200만위안을 디디추싱에 투자해 콜택시 앱 비즈니스 협업을 추진했다. 디디추싱은 다양한 전기자동차 업체들과 협업하여 2025년까지 전기자동차 100만대를 콜택시로 운영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 외에도 장안자동차는 장안추싱, 상하이자동차는 샹다오추싱(享道出行)을 내놓는 등 완성 자동차 업체 다수가 콜택시 앱을 출시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기업과 콜택시의 협업이 단기적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가져올 것이라 예상했다. 둥베이증권은 "자동차 업체들이 향후 몇 년간 정부 정책과 콜택시 업계 진출에 따른 전기자동차 수요 증가로 성장 동력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자동차 기업의 콜택시 진출이 데이터 수집을 통해 전반적으로 전기자동차 품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베이징자동차 전기차 모델 EU7.
경쟁 업체와 파트너십 구축

중국 정부의 보조금 완전 폐지 계획과 더불어 전 세계 자동차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한 것도 중국 전기차 업체에 닥친 도전이다. 지난해 12월 테슬라가 중국 현지 공장에서 처음 출고한 '모델 3'는 그 신호탄이었다.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자, 일부 중국 기업은 '적의 적은 동지'라는 말처럼 새 경쟁 구도에서 살아남으려 다른 경쟁 업체들과 협업하고 있다.

중국 전기자동차 업계의 두 샛별 니오(NIO)와 샤오펑(小鵬)의 파트너십이 대표적이다. 니오와 샤오펑은 전기자동차 업계의 대표적 라이벌이다. 이 두 기업은 같은 해인 2014년 창업했으며, 30대 중후반 젊은 기업가들이 창업했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비슷한 서비스와 비슷한 성장 궤도를 갖추다 보니 두 기업은 '대륙의 테슬라'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테슬라가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자 샤오펑 자동차는 배터리 충전 서비스와 관련해 니오파워와 협력을 선언했다. 협정에 따르면 샤오펑자동차는 자사 충전 네트워크와 지불 서비스를 니오파워와 연동할 예정이며 샤오펑과 니오 자동차의 이용 고객들은 고속충전소를 포함한 양사 모든 충전소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전기자동차 제조 업체 입장에서 볼 때 고객의 사용 만족감을 높이는 가장 직접적 방법 중 하나는 충전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것이다. 충전소 분포가 차량 소유자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샤오펑과 니오의 견해가 일치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 스젠화(師建華) 부서기는 "현재 중국의 자동차 산업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신흥 자동차 세력들이 자금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샤오펑과 니오의 동맹은 위기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당분간 급성장은 어려워

하지만 기업들의 이러한 시도에도 중국 전기차 시장의 급속한 성장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신증권은 2020년 신에너지 자동차 전망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전기자동차 기업들은 보조금 폐지로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경쟁이 격화된 결과 자동차 부품과 완성차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것을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꼽았다. 다만 보조금 폐지가 전반적 제품 질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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