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 경매가 5209억원에 팔린 '구세주'… 2년 넘게 행방 묘연

    • 이규현 이앤아트 대표·아트 마케터

입력 2020.01.17 03:00

[이규현의 Art Market] (18) 경매 이후 사라진 그림들

2017년 11월 15일 뉴욕크리스티 경매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 '구세주'가 역대 최고가로 낙찰되자 경매사들이 환호하고 있다.
2017년 11월 15일 뉴욕크리스티 경매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 '구세주'가 역대 최고가로 낙찰되자 경매사들이 환호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지난 한 해 세계 미술계를 달궜던 가장 큰 뉴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 '구세주(Salvator Mundi)'가 행방불명된 사태였을 것이다. '구세주'는 2017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억5030만달러(약 5209억원·수수료 포함)에 낙찰되면서 미술 경매 역사상 최고 기록을 찍었다. 당시 해외 언론은 구매자가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Bin Salman·35)이라고 전했다.

경매 얼마 뒤인 2017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있는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은 이 작품을 2018년에 전시할 예정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공식 발표했다. 한동안 루브르 아부다비 홈페이지에 이 작품 사진이 메인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2018년 9월 아부다비 문화관광청은 이 작품 전시를 연기한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2019년 가을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대대적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전시회를 열었다. 박물관 측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구세주'가 모습을 드러내는 게 아닐까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루브르 박물관 전시에도 이 작품은 나오지 않았다. 낙찰된 지 2년여가 흐른 지금 이 작품이 어디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이규현 이앤아트 대표·아트 마케터
이규현 이앤아트 대표·아트 마케터
고가 낙찰 후 간혹 소재 불명

이 그림뿐만 아니라 고가에 낙찰된 그림이 경매 이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경우는 더러 있다. 가장 흔하기로는 작품을 산 개인 컬렉터가 이후 공개적인 판매가 아닌 개인 거래 통로를 통해 다른 개인 컬렉터에게 판 경우다. 일본 사업가인 료에이 사이토가 1990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를 통해서 산 반 고흐의 '가셰 의사의 초상'이 그렇다. 일본 경기가 한창 좋던 때 8250만달러(약 954억5000만원)에 낙찰돼 당시 미술 경매 사상 최고가를 찍었지만, 이후 일본 경기 침체와 함께 료에이 사이토도 재정적 어려움을 겪어 다른 컬렉터에게 팔았고, 이후 최소 한두 번 거래를 더 거쳤을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그림 소재지 역시 현재 미스터리다.

드물긴 하지만, 작품을 낙찰한 사람이 재정적 이유나 작품에 대한 문제 등으로 실제 작품 가격을 지불하지 않아 붕 뜨는 경우도 있다. 작품에 문제가 없는데도 낙찰자가 작품 가격을 지불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경매회사는 낙찰자에게 추심할 수 있다. 크리스티나 소더비에서는 아예 응찰자가 자신 계좌를 공개하고, 작품을 살 만한 충분한 잔액이 있는 것을 입증한 뒤 응찰에 등록하도록 한다. 우리나라 경매회사에선 누구든 제한 없이 경매에 응할 수 있지만, 낙찰을 하고 가격을 지불하지 않으면 경매회사가 그 사람을 상대로 추심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강제하기도 어렵고, 이런 응찰자들도 경매회사 고객이라 현실적으로 강제로 돈을 받아내기는 쉽지 않다. 경매회사 스페셜리스트들은 "낙찰받은 손님이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사실상 경매회사가 대신 값을 치르고 작품을 떠안은 뒤 나중에 다시 판매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한다.

행방 감춘 '구세주'… 온갖 설 난무

'구세주'는 한때 낙찰자가 작품을 가져가지 않았다는 소문에 휩싸였다. 이 작품은 심하게 훼손되었다가 6년에 걸쳐 복구되었다는 점, 작품의 진위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점 등 때문에 경매 전부터 온갖 구설에 시달렸다. 오죽하면, 경매 위탁자인 러시아 컬렉터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는 자신이 샀던 가격인 1억2750만달러보다 낮은 1억달러 개런티에 합의하고 작품을 크리스티에 내놓을 정도였다. 많은 전문가가 진품이 분명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전시를 한 경력까지 더해지자 이 작품은 개런티를 훨씬 뛰어넘는 4억5030만달러에 낙찰됐지만, 낙찰된 이후에도 이런저런 잡음은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작품을 낙찰자가 가져가지 않았을 확률은 낮아 보인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미술 정보 사이트인 아트넷은 파리 루브르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 전시를 하기 얼마 전인 작년 여름에, 이 작품이 구매자인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의 요트에 있다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왕세제인 무함마드 빈 자이드(59)가 무함마드 빈 살만(35)의 멘토로 알려져 있고,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가 ‘형제 국가’라고 할 정도로 매우 긴밀한 관계인 것을 감안하면, 빈 살만이 루브르 외교적인 이유로 아부다비에 ‘구세주’를 선물하기로 했다는 설에도 신빙성이 있다. 따라서 이 그림 행방이 묘연한 것은 정보가 잘 공개되지 않는 중동 지역 특유의 분위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작년 한 해 동안 행방에 관해 갖은 설이 난무했던 ‘구세주’가 올해에는 과연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지, 어디에서 드러낼지가 올해 세계 미술계의 큰 관심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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