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는 'K'라는 DNA를 탈피해 자유로운 그룹이 될 수 있을까?… K팝 세계화의 딜레마

    • 이규탁 교수

입력 2020.01.17 03:00

BTS가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자, 일부에서는 그들이 'K'를 빨리 떼어 버리는 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BTS, 나아가 K팝 전체 세계화와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소속사 빅히트도 그런 부분을 의식한 듯, 팬 카페를 기존 국내 팬 중심에서 탈피하여 글로벌 팬들을 통합하는 독자적 플랫폼 '위버스(weverse)'로 만들어 K에서 벗어난 초국가적(transnational)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에 대해 국내 팬들은 자국 팬들을 홀대한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 팬과 해외 팬 사이에 문화적·인종주의적 갈등 조짐도 있다. BTS가 한국 아이돌이면서 동시에 글로벌 팝 스타라는 이중적 정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초국가주의를 지향한다 할지라도 K팝은 한국이라는 국가·지역 정체성으로부터 쉽게 분리될 수 없다. 지역 음악 속에 새겨진 DNA에 가깝기 때문이다.

BTS 히트곡 'Idol' 가사에서 엿볼 수 있는 것처럼, 빅히트뿐만 아니라 BTS 스스로 이젠 K팝 아이돌이라는 범주를 넘어선 자유로운 존재가 되기를 꿈꾼다. 하지만 3세대 K팝의 일원으로서 BTS는 K팝 특유의 아이돌·기획사 시스템 아래에서 성장하고 발전해 왔다. 더불어 이들은 1세대 K팝 가수들이 개척하고 2세대가 확장한 K팝 세계화 루트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결국 BTS는 K팝의 연장선상에 있는 셈이다.

따라서 아무리 글로벌한 인기를 얻었다고 해도 BTS를 일반적인 팝 스타처럼 취급하긴 어렵다. BTS는 극우파라는 의심을 사고 있는 일본 유명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秋元康)와 협업을 결정했다가 팬들이 반발하자 이를 취소하고 사과문을 발표했던 적이 있다. 이 사건은 적극적인 소비자의 의사가 산업에 활발히 반영되는 평등한 관계를 보여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일 간 역사적 관계에 바탕을 둔 팬들의 보이콧이라는 점에서 BTS가 한국이라는 국가 정체성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드러낸다.

BTS는 '비서구·비영어권 출신 글로벌 최고 인기 그룹'으로 인식된다. 이 때문에 오히려 '한국 그룹'으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하라는 국내외 팬들 요구가 강해지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결과로 BTS의 국가 정체성은 확고해진다. 민요 추임새가 가사에 들어가고 뮤직비디오 속에서 한국 전통적인 이미지가 묘사되는 'Idol'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BTS나 빅히트 스스로 그런 점을 강하게 인식하고 이미지 구축에 활용하고 있다.
BTS performs on New Year's Eve in Times Square in New York City on Tuesday, December 31, 2019. An estimated one million revelers stood in Times Square on New Year's Eve and over one billion watched throughout the world waiting for the traditional Waterford Crystal ball to drop brining in 2020. [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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