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수출 대국의 변신 호주, 세계 1위 수소 수출국 꿈꾼다

입력 2020.01.17 03:00

[Cover Story]
태양광·풍력 등 이용, 수소 생산·수출 야심찬 계획

호주는 환경 오염 없이 풍력과 태양광 등으로 수소 생산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주의 풍력발전소(왼쪽)와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의 태양광 발전 패널.
호주는 환경 오염 없이 풍력과 태양광 등으로 수소 생산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주의 풍력발전소(왼쪽)와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주의 태양광 발전 패널. /사진=플릭커·호주 정부 그래픽=김현국
화석연료 수출 대국인 호주가 클린 에너지로 꼽히는 수소(水素) 시장 선점에 나섰다. 호주는 석탄에 이어, 작년에 천연가스 수출에서도 카타르를 제치고 세계 1위(7750만t)로 올라섰다. 하지만 전 세계 관심이 탄소 배출량 제로(0)인 수소 에너지에 쏠리면서, 이미 수년 전부터 정부와 기업이 함께 무색무취(無色無臭)의 원자번호 1번인 수소의 생산과 저장, 운송과 활용 방안에 대한 연구·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수소, 물과 유기화합물 형태로 존재

현재 전 세계 수소 생산량은 약 7000만t. 이 중 절반이 암모니아(NH₃) 생산에 쓰인다. 암모니아는 비료·폭발물·플라스틱·살충제·염료 등의 원료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차량·제조 공장의 동력과 난방·요리용 에너지로 수소가 얼마나 쓰이느냐에 따라, 2050년 수소 생산량은 2000만t에서 2억3000만t까지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 호주의 전통적인 에너지 수출 시장인 한국과 일본, 중국도 최근 수년간 잇따라 수소 경제로의 전환을 천명해, 당장 이 3국에서만 2030년까지 70억달러 규모 수소 시장이 열린다. 호주 정부는 작년 11월 '수소 전략 보고서'를 내고 "보수적으로 잡아도 2050년까지 매년 7600명의 고용과 110억달러 규모 국내총생산(GDP)을 담당하는 수소 경제가 호주 내에서 실현될 것"으로 전망했다.

호주의 수소 프로젝트 투자 현황
호주가 이렇게 수소 경제에 주목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수소 생산에 필요한 천혜(天惠)의 자연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수소는 지구상에선 물(H₂O)과 유기화합물의 형태로만 존재한다. 따라서 천연가스·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에서 추출하거나, 재생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조류 에너지에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수전해)해야 생산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수소 생산의 에너지원이 호주에는 풍부한 것이다. 호주의 남·서쪽 해안은 세계 최고의 풍력 자원이 존재하며, 호주 대륙의 11%인 87만2000㎢가 태양광 발전에 적합하다. 한반도의 4배에 가까운 크기다. 하지만 이 재생에너지는 남아돌아도 저장 수단이 마땅치 않고, 바람과 햇빛이 24시간 일정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 재생에너지가 남아돌 때 수소로 전환·저장해 국내 공급을 안정적으로 하고 수출도 하겠다는 것이 호주 정부의 전략이다. 호주 정부의 수소 전략을 총괄 지휘하는 앨런 핀켈(Finkel) 수석과학자는 이를 "햇빛 수출"이라고 표현했다.

"수소 화물선 바다 누비는 날 온다"

현재 호주 전체 에너지 수요에서 수소 비율은 1%도 안 된다. 하지만 핀켈 수석과학자는 "2050년에는 수소 연료전지를 동력으로 한 버스와 화물차가 수소 충전소가 즐비한 고속도로를 달리고, 태양광 시설이 수천㎢에 걸쳐 펼쳐지고, 수소를 동력으로 한 화물선이 바다를 누비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소 전략을 총괄하는 앨런 핀켈 호주 수석과학자.
수소 전략을 총괄하는 앨런 핀켈 호주 수석과학자. /조인원 기자
호주가 세계 1위 수소 수출 국가를 꿈꾸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다른 국가들도 수소 경제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풍력발전의 잉여 전력과 천연가스 인프라를 활용해 수소 경제를 활성화하고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대, 수소 충전소 1000개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일본은 2050년까지 수소 경제 로드맵에 따라 올해 예산안에 수소 충전소를 현재 110개에서 160개로 늘리고 민간 기업 보조에 120억엔을 투입하는 계획을 포함시켰다. 독일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수소 인프라 기반에 5억유로를 지원했으며, 2016년부터 2026년까지 2차 프로그램에는 14억유로를 지원 편성했다. 중국은 현재 베이징과 상하이 등 14개 도시에서 수소 에너지를 사용하는 시내버스를 상용화했다.

물론 수소 경제로의 전환이 쉬운 것은 결코 아니다. 먼저 석탄·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비용이 재생에너지의 물 분해를 통한 수소 생산 비용보다 아직 훨씬 낮다. 또 수소 운송 파이프라인 설치, 수소의 장거리·해외 운송, 대규모 공장에서 사용하는 수소 연료전지의 효율성 등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다. 하지만 생산원가와 운송 기술 부문에서 혁신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 에너지 자문사 ACIL 앨런 컨설팅은 호주가 2050년까지 호주 국내 수요의 200%까지 재생에너지를 생산해 잉여분을 수소로 수출할 수 있다면 수소 생산 비용이 평균 30% 이상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청정 수소 대국을 꿈꾸는 호주와 세계 각국의 수소 경제 전략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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