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용량 콘텐츠 최종 배달… 한국서도 8개 도시 관리"

입력 2020.01.03 03:00

[Cover Story] 5G시대 숨은 주역 셋
③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아카마이'의 톰 레이턴 CEO

한 IT 컨퍼런스에 직원들과 함께 참석한 아카마이의 톰 레이턴(왼쪽 위) CEO.
한 IT 컨퍼런스에 직원들과 함께 참석한 아카마이의 톰 레이턴(왼쪽 위) CEO. / 아카마이
아카마이는 하와이어로 '똑똑하다'는 뜻을 가진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업체다. 영화 같은 대용량 콘텐츠를 끊김 없이 보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CDN이 필수적이다. 특히 VR(가상현실) 등 대용량 콘텐츠가 급격하게 늘어날 5G(세대) 이동통신 시대에는 CDN의 중요성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게 ICT(정보통신기술) 업계 전망이다. CDN은 무엇이고 왜 기업들은 아카마이를 선택할까. 아카마이의 창립자인 톰 레이턴 CEO(최고경영자)에게 물었다.

당신이 터치하는 순간 아카마이와 접속

―아카마이는 어떤 업체인가.

"아카마이는 인터넷을 더 빠르고 똑똑하며 안전하게 만든다. 우리는 콘텐츠를 더욱 빠르게 전송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소비자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을 때 아카마이 서버와 항시 연결되고 있다. 아카마이는 소비자와 가장 가까이 있는 네트워크라고 보면 된다. 전 세계 주요 은행을 포함해 거의 모든 미디어 기업들이 아카마이 고객사다. 약 140개국의 국가에서 4000여 곳에 달하는 지역에 있는 수십만 개 네트워크를 관리한다. 한국만 하더라도 8개 도시에 퍼져 있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인터넷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한다."

―어떤 방식인지 자세히 말해준다면.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영화 시청을 위해 터치를 하면 아카마이 서버로 연결해 영화 콘텐츠를 받는다. 쉽게 말하면 지방에 사는 사람이 우유 한 개를 사기 위해서 서울에 가지 않고 근처 편의점 등에서 우유를 사는 것과 같다. 클라우드 네트워크가 영화 DVD 제작사라면 통신 네트워크는 영화 DVD를 배급하는 트럭이다. 아카마이는 배급된 영화 DVD를 편의점처럼 인근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고객회사와 소비자 모두를 상대하는 것인지.

"아카마이는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다. 반면 우리 고객사들은 대부분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다. 만약 CDN이 문제가 생기더라도 콘텐츠 유통 과정을 잘 모르는 소비자들은 우리 고객사에 비난을 퍼부을 것이다. 고객사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소비자와 고객사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한 강력한 고객지원팀을 두고 있다."

―통신 혹은 클라우드 네트워크가 CDN을 대체할 수는 없는지.

"아카마이는 단순히 소비자에게 대용량 콘텐츠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업체가 아니다. 우리는 악의적인 해킹 공격을 막는 역할도 한다. ICT 업계는 콘텐츠를 통한 해킹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개인 정보 유출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실수로 영상 하나만 잘못 눌러도 스마트폰의 모든 개인 정보가 해킹될 수 있다. 또 해킹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 막을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해킹 공격이 늘어나고 쌓이기 전에 차단한다."

―더 쉽게 설명해주자면.

"예를 들어 쓰나미가 갑자기 오면 대처할 수 없다. 이미 늦은 셈이다. 우리는 쓰나미가 발생하기 전에 그 앞단인 에지(edge)에서 파도가 모이는 것을 먼저 차단한다. 데이터센터에서 방어하기 어려운 해킹 공격을 에지가 중간에서 흡수해 분산시키는 것이다. 또 우리의 장점은 제로 트러스트다.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가정하에 기관 내외부를 포함, 적절한 인증 절차가 없으면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통신 네트워크나 클라우드 네트워크 등은 소비자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런 공격을 쉽게 막을 수 없다."

톰 레이턴(Leighton·64) / 아카마이(Akamai)
초연결성 시대에 해킹 대응 역할도

―악의적인 콘텐츠를 어떻게 알아내는지.

"우선은 직접 열어봐서 콘텐츠가 안전한지 아닌지 살펴본다. 일명 스캐닝을 하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해킹 공격은 콘텐츠를 열어보지 않고도 미리 축적된 데이터로 해킹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콘텐츠 특성상 열어보지 않고는 잘 알기 쉽지 않다. 콘텐츠가 어디에서 왔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보호된 형태로 콘텐츠를 확인한다. 그리고 남은 열람 내역 등을 바로 증발시켜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데이터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을 아는 만큼, 이 점에 대해서는 확실히 처리하고 있다."

―5G 시대에서 아카마이의 역할은.

"5G 시대가 되면서 IoT(사물인터넷)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5G 특성인 초연결성 덕분이다. 자동차 업체 등에서 여러 사물을 연결하고 있고, 모바일 생태계에서는 수많은 앱에 얼마나 빨리 접속할 수 있느냐가 중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로봇 같은 경우도 IoT 중 하나다. 자동차를 포함해 로봇 등 자동화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신속하게 반응하고 해킹에 안전하게 미리 대응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만큼, 한 개만 해킹을 당해도 여러 개의 IoT가 동시에 해킹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아카마이는 통신 네트워크와 소비자의 위치에 각각 근접해 있기 때문에 IoT가 늘어날수록 아카마이의 영향력은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고객사와 소비자의 최전방에서 공격을 막아주는 방패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 장점 살려 'CDN 최강자'

아카마이의 성공 비결

아카마이는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업계의 선두 주자"로 평가받는다(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 클라우드 네트워크 업체들이 CDN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아카마이가 압도적인 고품질 CDN을 제공한다는 게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의 평가다. 아카마이의 성공 비결은 기업 문화에 있다.

아카마이는 1998년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 연구 프로젝트로 시작된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의 특성인 '개방성'과 MIT 문화인 '적극적인 문제 해결'이 섞인 덕분에 성장세가 이어졌다. 톰 레이턴 아카마이 CEO(최고경영자)는 "직원들은 아주 어려운 문제를 푸는 걸 좋아한다"며 "단순히 금전적으로 보상한다고 이런 동기부여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많은 경영자들이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토론을 즐겨 하는 MIT 문화와 투명한 스타트업 문화가 합쳐진 덕에 지금의 아카마이가 탄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카마이는 또 경영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기술자는 기술 개발에만 집중해야 성과가 나온다는 것을 고려한 전략이었다. 레이턴 CEO는 "1999년 초기 CEO였던 조지 콘레이즈는 IBM의 2인자였고 경영 전문가였다"며 "좋은 기술과 좋은 기술자, 경험이 풍부한 경영자가 합쳐져 시너지를 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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