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15명 배출한 연구소… "5G시대에 맞는 사물인터넷 구축이 목표"

입력 2020.01.03 03:00

[Cover Story] 5G시대 숨은 주역 셋
② 통신 네트워크 '노키아 벨연구소'의 마커스 웰던 소장

마커스 웰던(Weldon·52) / 벨연구소(Bell labs)
벨연구소는 핀란드 통신업체 노키아 산하의 연구소다.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기술뿐 아니라, ICT(정보통신기술)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벨연구소는 20세기 최고의 발명으로 꼽히는 트랜지스터를 발명했고 노벨상 수상자를 10명도 넘게 배출했다. 5G(세대) 이동통신 시대에는 어떤 통신 기술이 발명될까. 벨연구소의 마커스 웰던 소장에게 물었다.

통신 네트워크는 5G의 토대

―벨연구소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

"벨연구소는 미래 기술을 만드는 곳이다.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옴에 따라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고, 새로운 차원의 디지털 자동화를 위한 네트워크(통신) 산업의 뒷받침은 필수가 됐다. 네트워크는 ICT 산업의 가장 기초 단계다. 그 위에 앱 등을 만드는 컴퓨팅 단계가 있고, 앱을 저장하고 업로드하는 클라우드 단계, 앱을 분석하는 AI(인공지능) 클러스터 단계 등이 있다. 빌딩을 쌓기 위해서는 탄탄한 대지가 필요하듯 네트워크가 ICT 업계에서 그런 역할을 맡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비자의 삶을 바꾸는 이런 네트워크 개선 기술을 발명하는 것이 벨연구소가 하는 일이다."

―네트워크가 왜 중요한가.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현재 ICT 산업 전반에서는 앱이나 플랫폼 생태계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통신 네트워크를 포함한 네트워크 산업 전반은 평가절하되고 있다. 하지만 앱 생태계는 네트워크 산업의 기반이 없었더라면 구축되지 못했다. 아무리 뛰어난 개발자여도 네트워크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기술 혁신도 만들어낼 수 없다. 분명 혁신 앱은 소비자의 생활 방식을 바꿨지만, 소비자의 삶 자체를 바꾸진 못했다. 그동안 네트워크 기술 개발은 주로 소비자를 위해 이뤄졌다.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등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앱 개발은 산업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라도 기초인 네트워크 산업의 발전은 매우 중요하다."

―벨연구소가 추구하는 방향은.

"벨연구소의 철학은 약간 특별하다. '미래를 보고, 그것을 만들자'가 바로 철학이다. 우리는 인류에게 무엇이 필요할지, 미래에는 어떤 것이 필요할지를 고민해 기술 개발에 나선다. 우리는 인간이 원하는 미래와 욕구를 연구한다. 이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를 꼽아 일반적인 방법과 여러 특별한 방법으로 이를 연구한다. 특정 문화로부터 나온 아이디어와 다양한 관점을 결합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렇게 발생한 복잡한 주제를 쉽게 풀이하도록 연구해 잠재적인 생산성 향상을 추구한다. 이런 방법으로 우리는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파괴적이고 효율적인 많은 해결책을 내놨다. 이 접근 방식으로 트랜지스터, 태양전지, 레이저 및 광섬유 통신, 셀룰러 통신 등을 발명해 ICT 산업을 뒤바꿀 수 있었다."

5G 통신 목표는 '산업 IoT' 구현

―5G 시대에 벨연구소 역할은.

"5G 시대에는 새로운 기술에 걸맞은 네트워크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스마트폰의 속도를 빠르게 하고 새로운 게임이나 VR(가상현실) 콘텐츠 등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VR 같은 특정한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스마트폰 카메라로 물체를 비추는 방식의 기술 등은 방향이 잘못됐다. 5G 시대에 어울리는 기술을 고민해야 한다. 특히 5G 산업의 장기적인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제조, 물류, 운송, 유통, 헬스케어 등 모든 물리적 시스템의 자동화를 가능하게 하는 '산업 IoT(사물인터넷)' 구현이 중요하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매우 빠른 속도와 대용량, 99.999%에 달하는 높은 신뢰도를 가진 통신 기술이 필요하다. 향후 2~3년 안에 이를 커버하는 상용 제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5G는 물리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역동적으로 연결해 새로운 차원의 생태계를 만들 것으로 전망돼 우리는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통신 네트워크가 조금만 효율화되어도 연관 산업에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가치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벨연구소의 향후 전략은.

"5G는 강력한 기술이지만, 인간이 완벽하게 디지털 세계와 상호작용하기 위해서는 그 위 단계의 기술인 6G가 필요하다고 본다. 단순히 빠른 속도만으로는 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6G 같은 심화 기술들은 10년 전부터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6G 연구를 지난해 3월부터 시작했다. 보통 인간의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모든 것을 합쳐서 오감이라고 한다. 6G는 일명 촉이라고 불리는 육감(sixth sense)에 가까운 기술로 정의된다. 6G는 센서와 센서 등을 연결해 인간의 행동이나 의사결정 등을 돕는 육감 역할을 할 기술이다. 6G로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고 AI 시스템이 이를 검증하거나 해석하여 인간의 선택을 돕는 것이다. 또 6G를 통해 가상세계에서도 실제로 만지는 것 같은 촉각 등 오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947년 트랜지스터 발명, 통신기술 최고 수준

벨연구소의 성공 비결

벨연구소는 1925년 설립 이후 혁신의 상징으로 꼽혀왔다. 벨연구소는 1947년 ICT(정보통신기술) 혁명을 일으킨 트랜지스터(반도체 핵심 소자)를 발명해 전 세계를 뒤바꾸었다. 1952년에는 애플의 음성 인식 시스템 '시리'의 선조 격인 기술을 발명하기도 했다. 벨연구소는 노벨상 수상자 15명을 배출했으며 보유하고 있는 활성 특허만 해도 약 2만여 건이 넘어, 통신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벨연구소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벨연구소의 성공 비결은 협업으로 꼽힌다. 벨연구소의 연구원들은 단순히 기술 발명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이들은 발명된 기술이 어떻게 시장에 접목될지, 인류의 삶에 어떤 영향력을 끼칠지 고려한다. 덕분에 좋은 기술이 나오면 매출 상승도 절로 따라온다. 매출 상승은 연구개발 비용 확대로 이어져 더 좋은 기술 발명의 밑거름이 된다. 마커스 웰던 벨연구소장은 "우리는 다른 연구소처럼 단순히 기술 발명만 딱 하고 끝내지 않는다"며 "발명한 기술들이 어떻게 시장에 접목될지 사업 부서와 함께 차트를 만들어 분석한다"고 말했다. 그 결과, 트랜지스터, 태양 전지, 레이저 및 광섬유 통신, 셀룰러 통신 등을 발명해 ICT 산업을 뒤바꾸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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